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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라 Jan 31. 2020

생각하고 연애하라: 사랑을 시작할 때

- 행복한 사랑을 위해, 당신을 알아가는 방법


사랑에 빠진 순간을 짚어내는 건 쉽지 않다.  

뒤돌아가는 모습이 더이상 예전같지 않게 눈에 밟힐 때. 

어깨에 기대 잠든 모습을 볼 때 너무나 사랑스러워 가슴이 막막해지는 느낌. 

늦게까지 일하고 잠시라도 보고싶어서 달려가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그 순간….


어떤 사람들은 말로 그 순간을 설명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도 하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걸 알아차린다. 분명히 경험하는 연애 초반의 특유의 감정이 있다. 좀 더 깊어진 감정. 두근거림, 설렘, 긴장감... 비로소 내 삶이 당신으로, 활기로 가득 찬 그 느낌. 






그렇다.

막 연애를 시작할 때 우리의 미래는 상대방으로 채워진다. 

앞으로 무얼 할지 생각하고, 연인이 생기면 해주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즐거울 일들을 꿈꾼다. 같이 놀이동산은 한 번 가야지, 한강에서 치맥을 하고 싶었어, 쉬는 날 같이 집에서 뒹굴거릴 사람이 생겼어, 도시락을 싸주면 기뻐하려나, 친구들한테 소개해 줘야지,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준비해야지, 함께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거야. 그 벅찬 감정은 연애 초반에 한정적으로 제공된 특권이다. 마음껏 누리다가 기간이 지나면 놓아주어야 하는. 


그 짧은 시기에서 끝내지 않고, 같은 사람과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갈 생각이라면 흘러 넘치는 감정 사이로 이성을 끄집어내 일을 시켜야 한다. 설렘에 밀려서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리면 자칫 애인이라는 역할만 눈에 들어와 상대방이라는 사람을 놓칠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떤지, 우리가 함께할 때는 어떤 모습인지, 무엇을 조심해야할지 알아차릴 기회가 당장의 기쁨에 밀려날 수 있다는 소리다. 당연하지만 알지 못하면 피할 수 없다. 기회를 놓친 대가는 보통 서너달 후의 큰 싸움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우리는 연애 초기, 뇌가 파업한 그 시기에부터 이성을 동원해서 상대방을 잘 관찰해야 한다.


사실 관찰이 필요하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로 강조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한다. 나도 그랬고. 그럼에도 과거의 내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싸운 이유는, 상대방의 무엇을 파악해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알아가려면 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관계 초기에는 상대방의 호(好)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당연하다.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건 뭘까, 뭘 보여주어야 기뻐할까, 같이 무엇을 했을 때 즐거울까 하는 생각이 들며, 상대방이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들에 집중한다. 상대를 기쁘게 해주며 호감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아주 바람직한 태도지만 동시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려 열심히 상대방을 살펴볼 때가, 하필이면 뭘 해도 다 즐겁고 기쁠 때다. 진짜다.



그래서 관계 초기에 좋아하는 것으로 상대방을 알아내기는 어렵다. 

일단 무슨 일에든지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다 보니(콩깍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고, 두번째로 그 사이에서 열심히 좋아하는 걸 찾아서 내밀더라도 효과가 미미하다. 이미 연애가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껏 배가 불러 있어서 더 맛있는 걸 내밀어도 먹을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 특별한 것, 색다른 것은 오히려 시간이 조금 지나서, 두 사람 사이에 일상이 생기고 나서 꺼내는 것이 낫다. 익숙해진 평온한 관계에 특별함과 활기를 더해줄 수 있을 때. 


좋아하는 것이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양념의 역할이라면, 싫어하는 것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하는 재료같은 것이다. 이전글에서 강조한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특성들을 모아 이상형을 만들지 말고, 내가 참을 수 없는 특성들을 모아 최소한의 방어선을 만들라고. 나의 생활과 연애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데 싫어하는 것이 더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방을 대할 때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사람은 불쾌한 것들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생물학적으로 그렇게 타고 났다. 불쾌감의 뿌리는 생존의 위협과 닿아있다. 

우리가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자. 쓰고 비린 이상한 맛, 역한 냄새, 파리나 모기같은 벌레들. 이들이 나타내는 비위생적인 환경은 목숨에 위험하다. 불쾌감은 우리가 이런 위험한 환경을 피하고 다른 장소로 도망가도록 만들어준다. 귀여운 강아지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쉽지만, 바퀴벌레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난리가 나는 이유이다. 쾌락은 삶에 순간의 반짝임을 더해주지만, 싫은 것과 불쾌한 것은 삶 자체를 위험하게 만들기 때문에. 


감정의 근원이 더 치명적이다 보니 우리가 좋은 것보다 싫은 것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귀여운 강아지와 바퀴벌레가 같이 있는 방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듯, 누군가의 불호, 불쾌, 거부감은 그가 좋아하는 걸 내밀어가며 상쇄시킬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와 별개로 만남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의 쾌를 만족시켜주기보단 불쾌를 사전에 파악해서 제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같은 이유에서 누군가가 싫어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을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깜짝 선물이나 갑작스러운 만남을 반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일상과 계획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미리 약속을 잡고 일정에 맞추어 만나는 게 관계를 좀 더 편하게 해줄 것이다.


좋아하는 모습을 봐서는 이런 걸 파악해 내기가 힘들다. 날 위해 무언가 준비했다는 감동, 선물에 대한 기쁨, 연인을 만나서 신난 모습 뒤에 관계에서 길잡이가 되어줄 정보들이 감춰진다. 심지어 이런 마음이 거짓으로 꾸며내는 모습도 아니다. 성격이든 시기로 인한 특성이든 똑같이 그 순간의 진심에서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구분이 어려워진다. 

정말로 지금은 좋으니까!






모든 관찰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같은 말, 같은 상황에서 어떤 정보를 알아낼지는 그 사람이 가진 판단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적절한 렌즈가 있다면 필요한 것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싫은 것을 보라고 해서 쉽게 되겠냐고 할 수 있지만, 무엇을 찾을지 생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보이는 것들이 분명 있다. 당연하다. 


우리는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렌즈를 통해 걸러진 것들만 기억으로 받아들이니까. 


찾아야 할 게 무엇인지 명확해지면 끼고 있던 렌즈와 어긋나서 놓치던 부분이나 우리를 헤매게 만든 잡스러운 정보를 털어내고, 중요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다. 무언가에 대해 머뭇거리거나 망설이는 부분, 제안하거나 말을 꺼낼 때 조심스러워지는 부분 등이 눈에 들어온다. 반대로 렌즈가 상대방의 호에만 맞추어져 있다면, 굉장히 직접적으로 전해진 정보까지도 흘려보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정말 찾아야 할 것을 먼저 찾자. 

나도, 그도, 같이 존중받으며 행복해지기 위해서. 




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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