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타

by 고도리작가

조직 안에서 일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 사업을 하면 맘에 맞는 사람과 함께 일 하거나 사람을 골라 쓸 수 있다

물론 기껏 괜찮다 싶어서 동업을 제의했는데 또는 직원을 뽑았는데 결과적으로 괜찮은가는 별개의 문제다.

결론적으로 좋은 사람과 일하는 것은 고액 연봉보다 더 큰 선물이다.


인사발령이 나면 죽으나 사나 그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한다.

정말 운이 좋아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괜찮은 사람'이란 백인백색처럼 백인백가지다.

아무리 사람 좋다는 소리 듣고 주위에 사람이 많아도 일하는 스타일이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아무리 냉정하고 독한 사람도 나와 맞을 수 있다.

그러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나와 잘 맞는 사람'과 일하는 것은 고액 연봉보다 더 큰 선물이다.

그런데 그 확률은 학창 시절,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확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직생활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 신경 안 쓰고 무자비하게 눌러버리는 사람, 반대로 그런 사람도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 유연한 사람, 조금 무딘 사람, 빨리 잊어버리는 사람

나는? 나는 꽤나 예민하다. 쿨한 척 하지만 오래간다.

하하호호 가까운 직원들과 점심 식사하며 한바탕 수다 떨고 잊어버리면 좋을 텐데

자꾸만 조직에 대해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니 이 좋은 곳에서도 나의 본질을 찾겠다고 이러고 있지 않은가?


남들은 쉽게 말한다.

넌 왜 남들처럼 못하냐고?

그런데 내가 남들과 다른 게 당연한 거지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운 좋은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그냥 그간의 사회의 낡은 편견과 관습대로 살아간다.

사람들은 대다수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꺼린다.

좋은 길이니까 다들 저기 있는 거겠지 하고 생각한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나는 다른 것일 뿐. 잘못된 게 아니니




인사이동이 있었다.

정원조정이 있었고 부서장이 바뀌었다.

업무조정이 있었고 나는 승진 없이 상위직급 역할을 해야 했다.

추진하는 일들에 비해 이 부서는 존재감이 낮았고 결국 부서 인원이 줄었다.

업무의 히스토리를 아는 직원도 몇 안 되었다.


나는 내 역할을 다 하기로 했다.

수시로 결재서류를 검토해야 했다.

그런데 새로 배치된 직원에게 내 말이 먹히지 않았다.

나는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 그럼 살만할 때까지만 해' 갑자기 친구의 우스갯소리가 떠오른다.


나는 새로운 부서장에게 지금 상태로는 계속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부서의 업무 중 내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모두 끌어 모아 하겠다고 제안했다.

부서장은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은 별로 일도 없지 않냐며 나를 몰아붙였다.

부서장은 내가 제안한 일들이 한번 언론에 터지면 얼마나 일이 커지는지 겪어보지 않았다.

나는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그리고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

처음 업무 조정대로 일을 하겠다고 했다. 다만, 자리는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물리적인 자리의 변동은 그 부서 직원들의 인식까지 변화시키기 때문에

나는 일은 하되 내 권한과 책임의 한계를 암암리에 명확히 했다.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조직이 원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더 이상 조직에 대한 기대는 그만하고 새로운 인생을 선택할 것인가?

조직은 항상 조직이 우선이다. 조직은 차마 사표를 꿈꾸지 못하는 직원들이 웬만하면 받아들일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사람 잘못 보았다.

내 결정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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