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떨쳐낸 2%, 그 정체

by 고도리작가

2년이 걸렸다

2017년 2월. 사직에 대한 2%의 의구심을 떨치지 못해 복귀한 후 극복하기까지

2%의 찜찜함 또는 의구심, 무언지 몰라 그런 줄 알았던 그 2%의 정체는


욕심(欲心)


'욕심'이었다.

공무원일 평생 하기 너무 지겹다. 꼰대 공무원으로 늙어가기 싫다.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지겹다.

그런데 그 되기 어렵다는 공무원이라는 남들의 시선, 광화문에 청와대가 바로 보이는 뷰 좋은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자부심, 죽을 때까지 나오는 연금은 어떡하지?

그 놓칠 수 없는 달콤한 것들. 그런 것들


새로운 과장님 오시고 2달, 면담을 신청하고 과장님께 사직의사를 말씀드렸다.

전임 과장님께 말씀드릴 때는 잠시 울컥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눈물도 없었고 의심도 없었고 잡아주었으면 하는 기대도 없었다.

불안도 후회도 않았고 한없이 홀가분하고 평화로웠다.


과장님은 조금 후회하는 눈치였다.

자기가 업무조정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런 결심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터질 일이었다. 과장님 때문이 아니다. 언제까지 끌려다닐 수는 없었다. 어쩌면 나는 지금의 상황을 감사해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아주 오랜 전부터 고민했다고 말씀드렸다.


과장님은 잘못한 것이 없다.

처음 과장 보직을 받아 잘해보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결정했을 뿐이다.

그 자리에 사직으로 고민이 꽉 찬 직원이 있었을 뿐이다.

과장님은 나를 믿었다. 아마도 내가 승진에 목을 매었다면 그 상황을 기회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경험과 실수는 모든 직장인들이 일을 더 잘하는데 약으로 작용한다.

과장님은 아마도 이번에 쓴 약을 맛보았을 거다.

우리 부서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건 과장님과 남은 직원들의 몫이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것 하자. 이젠 욕심을 내려놓자.

이젠 내가 실현할 수 있는 의미들을 추구하며 살자.

잠깐이지만 또 다른 욕심을 부리던 때도 있었다.

사직하면 책을 내야지, 2권은 내야지, 그래서 잘 살고 있다고 증명해야지



아니다. 아니다.



인생이란 게 아등바등한다고 잘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사실 잘 산다는 것도 참 주관적이다.-

대충 적당히 산다고 꼭 나쁜 것도 아니더라.

때론 힘을 주고 때론 힘을 빼 가면서 주변 사람들의 에너지와 잘 어우러져야 하는 거더라.


일단 아이들과 매일 즐겁게 지내고 좋은 식재료로 맛있는 것 해 먹고 그간 신경 쓰지 못했던 남편 건강도 챙기자.

회사에 소문이 난 후 발행 취소했던 글들 다시 정비해서 모두 재발행하자.


사직 후, 매일매일을 너무 기대하진 말자.

회사생활이 꼭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처럼, 퇴사 후도 꼭 좋지만은 않을 테니

결국 삶의 만족도와 평화의 총량이 높으면 되는 거다.

살다 보면 궁금할 거다. 내가 그때 사직하지 않고 남들처럼 끝까지 했다면 어땠을까? 궁금할 거다.

끝까지 가던, 중간에 새로운 길로 들어서던 그 끝은 모두 괜찮을 것 같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새로운 길을 가지 않으면 나는 평생 후회할 거다.


하루 걸러 하루씩 이건 아니라고 의심하고 부정하면서 살 수는 없다. 그건 삶이 아니다.

환희에 차서 설레는 매일매일을 보낼 순 없어도, 최소한 지금 상태를 거부하면서 살지는 말아야지

그리고 그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이전 22화결정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