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류만 내면 된다.
필요한 서류는 사직서, 서약서, 기본증명서 각 1부이다.
사직서 양식은 간단하기는 하지만 ‘위 본인은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사직하고자 하오니 처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를 자필로 써야 한다.
글씨체와 줄 간격 그리고 날짜 등을 고려하여 몇 장을 쓰고 버렸다.
가장 익숙한 펜을 이용하여 작성하고 날짜는 비워 두었다.
청사 안내실에 민원 자동발급기가 있어서 잘 되었다 싶었다.
안내실에 사람들이 많다.
클릭, 클릭 기본증명서를 발급받는다.
민원인, 방문인, 회의 참석자. 방문증을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표를 내면 나도 그냥 민원인이 된다.
일일이 확인받고 들어가야 하고 상시 출입자(공무원) 출구는 사용하지 못한다.
이대로 사표를 내면 나는 직원이 아니고 일반인이 된다.
지문등록을 한다.
손이 건조하다. 등록 실패
손에 살짝 물을 묻혀 다시 찍는다. 실패
손가락 위치를 살짝 바꿔서 다시 찍는다. 실패. 실패. 실패
옆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 눈치가 보인다.
자리를 양보한다. 그 사람은 한 번에 성공한다.
그 후 앞서 시도한 만큼 또 시도하고 실패한다.
왜 이러지?
내가 여기가지 어떻게 왔는데
자동발급기가 나를 거부하다니
이제 9부 능선을 넘었다.
오늘이 지나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대기 중인 사람들이 나를 가만히 보고 있다.
여기서 끝내야 하는데...
그날 결국 실패한 나는 마침 다음날이 휴가여서 집 근처 주민센터에서 기본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한다.
이제와 생각하면 짧았지만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다.
9부 능선을 넘어 정상으로 가는 한걸음 한걸음마다 능선 하나씩 넘는 기분이었다.
나비의 날갯짓 하나로 카오스에 파묻히 듯, 이 순간 작은 사건 하나는 단순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글은 사표를 쓰고 2주 정도 지난 시점에서 쓰는 글이다.
그 시간들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모르겠다.
8년이었다. 정말 긴 줄다리기였다.
놀랍다. 여기까지 온 게
대견하다. 나 자신을 믿고 끝까지 온 게
‘나의 느낌이 신께 드리는 기도’라고 한다.
항상 즐겁고 행복한 것만 생각하자.
그럼 그 기분이 하늘에 닿아 좋은 일로 돌아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