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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도리작가 Dec 09. 2019

엄마는 항상 내 예상을 벗어난다

큰 애와 작은 애 나이가 여섯 살 차이가 나다 보니 학교 입학이나 졸업같이 중요한 학교 행사가 같은 해에 치러진다. 올해는 두 아이 모두 졸업을 하고 각각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입학한다.

학교가 모든 행사를 평일에 하다 보니 남편은 참석할 수가 없다.

매번 나 혼자 썰렁하게 가는 것이 미안해서 가까이 사시는 친정 부모님을 초대하곤 한다.

부모님은 별 일 없으면 항상 참석하시는데 특히 큰 아이와 관련한 행사에 열심히 참석하신다.

조부모님들의 첫 손자녀에게 대한 사랑을 '첫 정'이라고 표현하는데 아마도 그런 이유로 딸아이에게 더 각별한 생각이 드나 보다.


올해 둘째 유치원 졸업식에도 여지없이 나 혼자 참석할 것 같아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다음 주 수요일 10시에 현이 유치원 졸업식이야. 오셔. 밥도 같이 먹고"

그런데 엄마 반응이 의외다.

"다음 주 수요일? 못 갈 거 같은데?"

왜 못 가냐면 그날 무슨 무슨 일이 있어서 어쩌고 어쩌고...

원래 이런 상황에서 의례 이어지는 다음 말이 없다.

다음 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명백한데 괜히 무슨 일이 있냐고 꼬치꼬치 묻기도 민망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조금 뻘쭘했다.

"그래? 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남편회사에서 부부 동반으로 송년회 있는데 하루만 애들 좀 봐줘요"

"그래, 그건 되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엄마와 잠시 맴돌던 침묵이 계속 신경 쓰인다. 괜히 서운하다.

그 후 주말여행 동안 엄마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엄마도 내내 연락이 없다.

그리고 월요일, 여행으로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르고 아이들을 학교 보낸 후 나도 아침부터 부지런히 나서는데 엄마에게서 문자가 와 있다.


[오늘 오전 9시 비행기로 아빠 친구 부부랑 다낭 3박 5일 다녀온다. 현이 졸업식 못 봐서 서운하네? 금요일은 너희 집으로 가면 되지? 도착해서 연락 하마]


비수기를 골라 매년 한두 번은 해외에 나가시는 분은 어느 때부터인가 나에게 여행 계획을 미리 말씀하지 않으신다. 여행 때마다 내가 용돈 챙기는 게 신경 쓰인다고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일 년에 한두 번 여행비 챙겨드린다고 우리 집이 망하는 것도 아는데 그게 그리 마음 쓰이셨나 보다.

반복되는 나의 행동으로 본의 아니게 엄마 아빠가 여행비 보조받으려고 여행 계획을 미리 말하는 모양새가 되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엄마는 항상 내 예상을 벗어난다.

그런 이유가 있는 줄도 모르고 현이가 졸업하는데 무슨 일이 있다고 말도 안 하고 그냥 못 간다고 하냐 싶었다니...

엄마도 그 날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유를 대충 둘러대지 못하고 그냥 못 간다고만 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셨는지 이제야 문자로 마음을 표현한다.

나는 부모님의 깊은 마음을 언제쯤이나 헤아릴 수 있을까?

뭔가가 있을 텐데도 그걸 헤아리지 못하고 서운한 마음이 먼저 앞서 뭔가도 없으면서 그런다고 억지 부리는 어린애 같다.

우리 애들이 나의 미묘한 마음을 잘 모르듯 나도 우리 부모님의 속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금요일에 귀국하니까 피곤하실 텐데도 기꺼이 집으로 오겠다고 하신다.

상황이 그런데도 달리 부탁할 곳이 없는 나는 두 눈 질끈 감는다.

그리고 괜히 서로 쑥스러울까 봐 간단하게 한마디 남긴다.


[금요일에 내가 애들 데리고 집으로 갈게요. 여행 재밌게 다녀오세요~~]


우리 부모님은 여전히 든든한 나의 버팀목임을 깨닫고 마음 뿌듯해지는 날이다.

나는 엄마 아빠에게 언제까지나 철부지 딸로 있으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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