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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도리작가 Jan 28. 2020

조금 아팠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회복 중에 있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 혼자서 집 사고 수리하고 이사한다고 신경 쓰느라 몸에 무리가 간 게 분명합니다.

이사하고 며칠 몸살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아 병원에 가니 돌발성 난청이라고 합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건 둘째치고 마치 입덧하는 것처럼 계속 매슥거리고 구토 증세에 시달립니다.

어지러워서 브런치도 들어올 수가 없었습니다. 글자들이 자꾸 움직여서요.

이 와중에 가장 속상한 건 운전을 할 수 없다는 거예요. 

제가 운전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지금은 이렇게 몇 자라도 쓸 수 있을 정도는 회복되었나 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꼭 다 좋기만 한 것도, 꼭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닌지라

아픈 와중에도 명절 연휴 내내 아들 보고 싶어 하는 시골의 부모님들 뒤로하고

온종일 남편을 독차지하고 여왕대접을 받았으니 감사해야겠지요.

엄마가 이렇게 오랫동안 아픈 모습을 본 적이 없던 아이들이 엄마 아프면 안 된다며 속상해하니

조금이라도 엄마의 소중함을 알았으려나 싶습니다.


내가 아파서 대학병원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조제받은 약의 양의 정말 대학병원급입니다.

한아름 받아온 약봉지도 점점 부피가 줄고 있습니다.

건강에 대해 이상한 자신감을 가진 아빠에게 항상 "너무 과신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젠 나에게도 해당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빨리 낫도록 좀 더 열심히 쉬어야겠습니다.

다시 운전해서 아침마다 출근하는 카페에 달려가고 싶습니다.

'그 아줌마 왜 안 오지?' 궁금해할 그곳 카페의 무뚝뚝한 알바 아저씨에게 웃으면서 아메리카노 한 잔 주문하고 싶습니다.

매일 와서 글 쓰는 아줌마의 존재를 잊어버리기 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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