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TXQ-N2IuK_Y?si=VapFfLelayRh4R2L
J와 H를 중학생 때 처음 만났다. J는 2학년 때 만났고 J의 친구인 H를 3학년에 만난 나는 J와 H의 친구가 되었다. 우리 셋은 3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그대로 졸업식을 함께했다.
졸업식 이후에는 만나는 일이 없어졌다. 잘만 하면 평생 마주치지 않고 살 수도 있었다.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그대로 관계가 끊기는 일이야 흔하다. 만나고 흩어지는 인연이야말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나와 그 애들은 노력해야만 만날 수 있는 정도의 위치와 거리였다.
그리고 J와 H는 노력해줬다. 나에게 거의 매일 문자를 보내줬다. 매일 보내주는 안부 한 통에 얼마나 안도감을 느꼈는지. 이어져 있는 느낌. 그래도 완전히 끊기진 않았구나, 싶었다. 거의 히키코모리였던 그때, 친구들의 문자는 기다릴 것 없던 하루의 유일한 기다림이었다. 미약하게나마 이어지는 대화가 일상을 미지근하게 녹여줬다. 물론 그 애들과 나의 대화 주제나 공감대가 완전히 같진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각자가 보고 듣는 게 달랐으니까. 그렇다고 나와 친구들 사이에 벽을 느끼진 않았다. 아니, 그 애들이 벽 없이 대해줬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안다. 문자 한 통 보내는 거, 전화 한 통 거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말이다. 정신없는 하루 속을 달리다가 아주 잠깐 숨 돌릴 틈에 연락을 보낸다는 것도 안다. 애정과 다정함은 그 찰나의 순간에 나온다고 믿는다.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간 호흡할 때 내 생각을 해서 연락을 해줬을 테니 말이다. 그 애들의 애정과 다정함 덕분에 그나마 사람처럼 살았다.
J는 방학이면 매번 자신의 집에 우리를 초대했다. 기차역에서 내리면 마중 나온 그 애를 따라 나와 H는 J의 집까지 갔다. 그 집에서 우리는 유명한 빵집에서 사온 빵을 나누어 먹고 얼기설기 서로를 베고 누워 시덥잖은 대화를 새벽까지 했다.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로 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할 일 없는 말들을 끊임없이 했다.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한 마디라도 더 하려고 했다. 이 애들과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슬프기도 했다. 영원히 이렇게 이들과 헛웃음 나오는 대화나 하고 울 정도로 웃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너무너무 아쉬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예전과 달라진 게 많지만 헤어짐에 면역이 없는 건 18살 때나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지금이나 똑같다. 헤어짐에 면역 없지만 만남에도 면역이 없어 감기에 걸리면 기침을 하듯 친구들을 보면 숨길 수 없이 기뻐한다.
“네 이름을 가만 불러보면 사랑한단 말 같”*다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부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지는 이름들이 있다. 그리고 유난히 많이 불러 마음에 새겨진 이름들도. 나에게 있어 그 이름들은 ‘J’와 'H’이다. 이들 덕분에 삶의 어느 한 시기를 무사히 건넜고, 건널 것이다. 이 이름들의 자음과 모음을 분리하고 잘게 부수어 조심스럽게 발음해본다. 말하기 위해 들이쉬는 숨에서, 앞니의 뒤편과 혀끝이 맞닿는 순간에, 입술을 동그랗게 모으는 순간에, 분해된 자음과 모음을 다시 합쳐 견고한 하나의 이름으로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나는 온통 그들 생각을 한다. 음성을 통해 나온 이름들은 파스스 흩어지지 않고 욀 수록 더 단단해져 나의 몸, 나의 삶 한가운데에 새겨진다. 이 견고한 이름들을 나는 평생 부르고 또 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