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원모집: 맛집 탐방 동아리

우대사항: 소식가

by 세입자

https://youtu.be/UCmgGZbfjmk?si=nEe9tMuJ52P4GEXi

배경음악: ILLIT(아일릿) - Lucky Girl Syndrome





"이 집 맛있다. 더 시킬까?"

"아니 제발...우리 벌써 메뉴 3개 시켰어."

"맞아. 일단 다 먹고 더 먹을 수 있으면 시키자."


일주일에 한 번씩 나누는 이런 대화. 같은 동네에 사는 대학생 세 명은 주에 한 번 다같이 만나 밥을 먹으러 간다. 이런 만남은 주로 평일 대낮에 이루어진다. 이유는 우리 세 명이 모두 휴학생이며, 그 세 명 중 두 명은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중 누구 한 명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면 그 음식을 먹기 위해 세 명이 모인다. 우리는 이 모임을 '맛집 탐방 동아리' (줄여서 맛.탐.동) 라고 부른다. 이 동아리는 원래 친구였던 나와 H의 채팅으로 시작됐다.


'00동에 볶음짬뽕집 갔는데 맛있더라'

'볶음짬뽕이라는 음식이 있음?'

'ㅇㅇ(응). 가보실?'

'ㄱㄱ(가자). 네 동생도 같이 데리고 오든지'


그렇게 우리 셋은 볶음짬뽕집에서의 만남을 시작으로 매주 한 번씩 모여 밥을 먹기 시작했다.


부원이 세 명뿐인 이 동아리의 특징은 부원들이 모두 소식가라는 것이다. 나는 입맛이 까다롭진 않지만 입이 짧은 편이고, H와 O는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하며 마찬가지로 배가 금방차는 타입이었다. '밥 먹으러 가는데 양 적은 사람들이 모여서 가면 손해 아닌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일단 우리는 음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맛이 보장된 식당만 간다. 우리의 위장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딱 먹을 음식만 시킨다. 먹는 속도가 비슷해 어느 한 명이 눈치 볼 필요 없다(경험상이지만 적게 먹는 사람은 먹는 속도가 조금 더디다). 그리고 소식가 맛탐동만의 장점 또 하나,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으면 '야 우리 다 먹었어' 하며 박수를 치며 자축한다. 이게 장점인 이유는...그냥 흥겨워서 좋다는 것이다. 축하할 것이 있는 일상이란 얼마나 즐거운지. 아무리 소소하고 실없는 일이라도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다 성취고 축하할 일이다. 소식가들만의 작은 성취.


하지만 우리가 항상 '완밥'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한 번은 청주로 짧은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 청주에 유명한 베이커리가 있다는 말에 우리 셋은 당장 버스를 예매했고, 적지 않은 시간을 달려 청주에 도착했다. SNS에서 봤던 타르트와 케이크에 눈이 뒤집힌 우리는 3명이서 5개의 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으니, 청주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허기가 진 나머지 터미널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미리 먹고 말았다. 최대의 실수였다. 이미 배가 찬 우리는 맛있는 케이크를 눈 앞에서 놓아줘야했다. 아, 지금 생각하니 너무 아깝다.


그래도 뭐 어떠랴. 성공은 기쁘게 축하하고 실패는 뭐, 하면 어때.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는 우리만의 맛집 탐방 동아리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 모임의 의의는 우리끼리 맛있는 걸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있다. 그게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다. 우리는 미식가도 아니고,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밖에 만날 수 없는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고 같이 웃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동아리는 언젠가 파리 날리는 날은 있어도 폐부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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