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기용 Apr 10. 2023

산책 글쓰기

노트와 후기


얼마 전 유튜브 추천 영상과 창의력에 대해 쓴 글에서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산책을 추천했었다. 이번에 쓴 글은 내가 직접 산책을 하며 머릿속에서 굴린 생각들이나 영감들을 스케치한 내용들을 넣어놨다. 산책 글쓰기가 어떤 느낌인지 간접적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산책 글쓰기를 대하는 나의 생각을 먼저 적겠다.

나는 평소에 씻을 때나 혼자 밥 먹을 때 멍을 자주 때린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새로운 발상들을 하고 아이디어를 찾거나 돌파구를 찾는 귀중한 시간이다. 산책은 이런 시간을 일부러 마련해 갖는 느낌이다. 평소에 고민거리나 창의적인 시간이 필요하면 산책을 나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안 가봤던 길을 가거나 지나가는 사람 동식물 거리를 관찰하고 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자.




2023.03.25(토) 23시 30분


놀이터 옆 샛길을 따라 산책로로 들어갔다. 벚꽃이 쭉 피어 있는 것이 아주 예뻤다. 물가 위에 놓인 나무다리를 걷는다. 또각또각또각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문득 발걸음 소리가 너무 조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시절 발걸음이 느려서 자주 지각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점점 빨라졌다. 복도를 지나쳐 반에 들어가면 친구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고는 했는데 선생님이 들어오는 줄 알았다고 했다. 선생님의 구두 소리처럼 위압적인 느낌이 있었나 보다. 걸으면서 생각을 하는 것보다는 빠른 이동 후 일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했다. 나의 입시 생활은 그랬다. 틈새 시간을 왜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지 고민하고 활용하고자 노력했다. 대학에서도 입시 때의 성장곡선을 이어가고자 한다. 하지만 창의력의 근간은 여유로움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걸까? 조용히 멍 때리며 생각을 발산해 나가고 새로운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려면 천천히 걸을 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나는 내 발걸음이 느릿느릿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뭔가 생각할 거리가 머리 안으로 들어오면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느려졌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시절 성적보다 창의적인 주제로 발표도 많이 하고 대회도 나갔던 것이 더 뿌듯했다. 고등학교 때도 발표 주제와 사업 아이템을 궁리하며 이미 산책 아닌 산책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여유를 On Off 하자. 가끔 산책 정도는 좋은 거 같다. 오늘은 이만해야겠다.




2023.03.31(금) 23시 00분


오늘은 금요일 저녁이라 술집이 가득 찼다. 테라스가 산책로 방향으로 트여 있어 노래와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나는 새내기 배움터 이후로 술자리를 피하고 있다. 술을 마시면 머리가 마취된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건 좋지만 영감을 주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별 소득 없이 시간을 축내는 기분이다. 좋은 술자리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인간관계에서 술을 빼려면 큰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아직 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피하고 피하다 필요하면 마시자는 마인드다. 너무 빼다가 분위기 망치는 건 사양이다.



2023.03.31(금) 23시 50분


느긋하게 걷다가 코로 깊게 들이마신 뒤 가벼운 한숨을 뱉으며 벤치에 앉은 후 갤럭시 탭을 꺼내서 글 쓰는 자세를 취한다. 허리와 등을 따라 이어지는 목, 머리가 곡선을 그리며 수그리고 펜을 들었다. 이 자세를 하고 있으면 세상에 펜과 글, 바탕만 남는다. 고개를 조금 들어보니 산책 나온 강아지와 여자애, 가족끼리 개울 따라 걷고 있는 가족, 도란도란 얘기하는 커플, 조용히 묵묵히 정적을 지키고 서 있는 벚나무들, 누가 지나갈지도 모르니 밤새 길을 밝혀주는 조명등, 나를 받쳐주는 나무가 있다. 고개를 확 젖혀보니 감히 담을 수 없는 밤하늘과 살짝 패인 달, 동생 이마의 쪼끄만 여드름 같은 별 하나가 있다. 

이게 감성이지. 요즘 오랜만에 소설책을 빌렸다. 제목이 ‘파친코’인데 표현력이 좀 발전한 듯하다. 고등학교 때는 입시에 도움 안 되는 소설보다는 비문학 책을 주로 읽었다. 그래서 감성이 많이 죽었다. 감성을 잘 느끼고 전달할 줄 알아야 글도 잘 쓰고 대화에서도 부드러움과 논리적 의견이 거부감 없이 전달된다. 사람에게 아우라를 준다. 여하튼 감성을 되찾으려면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산책도 많이 하며 궁상을 많이 떨어야겠다.  





2023.04.08(토) 23시 00분


사람이 바뀌려면 본질이 바뀌어야 한다. 내가 아침에 운동을 해봐야지라고 마음먹으면 며칠 가기 힘들지만, 원래 그런 사람처럼 행동하면 관성이 생긴다. 내가 원하는 목표를 적고 원래 당연히 마땅히 그래야 할 것처럼 살아보자.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에는 내 감정이 담겨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