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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용 Aug 19. 2023

만들어진걸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데 얼마나 감사한가?

우노 다카시: 장사의 신


세상에는 다양한 독서가 있다. 취미로 소설을 보기도 하고,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서 읽기도 한다. 나는 고민거리가 있으면 책을 읽는다. 책의 저자와 대화하며 나의 고민을 찬찬히 살펴본다. 물론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겠지만, 내 마음대로 해석해서 듣는 편이다. 사람이 하나 관심가는게 있으면 어떤 정보든 그쪽으로 해석하게 된다. 이번에 핸드폰을 바꿔야겠다 마음을 먹으면 사람들 핸드폰에 더 관심이 가고, 패션 감각을 길러보고자 마음을 먹으면 사람들의 옷차림을 눈여겨보게 된다. 내가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나만의 고민과 주제의식을 갖고 책을 읽으면 어떤 책이든 대부분 도움이 된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들으며 각기 다른 감명을 갖는 것도 비슷한 예일 것이다. 반대로 수동적인 암기를 요구하는 고등학교 수업은 싫어한다. 나의 생각을 존중해주지 않으니 말이다. 대학교에서는 원하는 과목을 고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니 한결 생기있는 눈으로 수업에 임하곤 한다. 책은 분명히 일방적으로 읽기만 하는 입장인데도 존중을 받고 이해와 생각의 확산이 일어난다. 책을 읽다가 딴 생각을 해도 저자는 나무라지 않고 차분히 기다려준다. 그게 바로 그 이유인 것 같다.



우노 다카시는 내게 흥겨운 말투로 말을 걸어왔다. 장사라는건 정말 재밌는 일이야! 라고 웃으면서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이자카야나 음식점에는 관심이 없지만, 요새 유튜브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음식점이나 유튜브나 찾아준 손님을 잘 맞이하고 자주 찾아오게 만들어야 하는 건 똑같으니 흥미가 생겼다. 이 사람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서문은 우노 다카시의 가게에서 일하던 제자가 썼다. 그는 다르다! 존경한다! 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사람을 곁에 두다니 정말 좋은사람인가보다 하고 읽었다. 마지막에 제자의 직함이 적혀있는데 어느 기업의 사장이었다. 그것도 꽤 규모가 있어보였다. 이런 사장이 제자라니.. 믿음이 더 갔다.



우노 다카시는 200페이지에 걸쳐 이야기했지만 이걸 다 기억할 수는 없으니 마음에 드는 내용만 공책에 적으면서 읽었다. 보통 한페이지 안에 다 정리하는 편인데 한장이 넘어갔다. 다른 책보다 훨씬 재밌는 내용이 많았다는 의미다. 아마 다음에 또 읽으면 새로운 인사이트가 생길 것이다. 그만큼 좋은 책이다.



항상 손님을 생각하고 "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한다. "이정도면 꼭 올거야!"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만큼 좋은 것들로 채우라고 한다. 무엇을 하든 초기에는 열정넘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평상시 텐션으로 훌륭한 성과를 지속하려면 할 수 있는 것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의 목표는 어떤 것보다도 '손님이 편하고 즐거운 것'이라고 한다. 좋은 음식도, 인테리어도 이 목표를 위한 것이다. 주객전도가 되면 안된다. 유튜브를 할 때 시청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지식채널을 한다거나 자신만의 컨셉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인 재미는 놓치면 안되는 요소다. 어떻게 재미를 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며 머리를 쥐어짜는 경험을 하다보면 다른 부수적인 능력들(요리, 인테리어, 위치선정 등)은 공부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컨텐츠를 쥐고있어도 사람들은 재미없으면 안본다. 그게 유튜브다.



내 가게를 머릿속에 이미지로 갖고있어야 한다. 주인장이 머릿속에 미래를 그리지 않으면 모든 노력들이 중구난방으로 퍼져 제 힘을 채 발휘하지 못하고 그친다. 그러나 하나의 미래를 바라며 손님을 즐겁게 한다면 정말 그렇게 된다. 힙합 바지에 가디건을 걸치면 안어울린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결과물은 무엇일까? 어떤 친구들이 내 채널을 볼까? 왜보지? 와서 얻어가는건 뭐지? 그래 이게 내 유튜브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하면 끌어모으지? 가설 1 2 3을 세우고 해보자! 뭐 이런식으로 생각을 전개해나갈 수 있다.



모방은 부끄러운게 아니다. 우노 다카시는 재밌는 가게가 있으면 직원들과 함께 투어를 간다고 한다. 1박 2일 싸구려 패키지라도 사서 그 근방 음식점을 다 다니고, 아이디어를 수집해온다. 혼자 가는게 아니라 제자들과 함께 가는 이유는 직원들과 우노가 느끼는 것들이 조금씩 다를 것이고, 그들 자신도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라 한다. 멋진 리더다. 우노의 표현으로, 이렇게 아이디어 파일을 갖추는 건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소비를 하거나 사람을 만날 때 생각없이 놀게 아니라 아이디어 파일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훨씬 즐거울 것 같다.



우노는 옆에 마트에서 1000원에 파는 토마토를 그냥 썰어서 가게에 내놓으면 2000원 3000원이 되는데 얼마나 쉽고 좋은 직업이냐고 얘기하며 자기 직업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사실 유명한 유튜버들을 보면 그런거 같다. 내가 자주 보는 SOD는 논문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지 논문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북튜버도 그렇다. 그들이 대단하지 않다는게 아니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들어줄까 고민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식 채널을 하더라도 지식의 퀄리티에만 집중하기 보다, 어떻게 즐겁게 전달할까를 고민하는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일단 들어줘야 만드는 의미가 있으니까.



접객 행위에 대해서도 많이 얘기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 친밀도가 확 오른다고 한다. 내가 이름 외우는걸 참 못하는데 그만큼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방증인거 같다. 반성하고 앞으로 이름을 자주 부르려고 한다. 또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 가게를 만들라고 한다. 너무 무거운 내용만 전달하는 유튜브 채널은 사람들이 클릭하기 무거울 수 있다. 무거운 내용도 유튜버처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자. 또 컨텐츠를 조급하게 고르지 말고 진국인 컨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자. 이웃 유튜버를 사귀면서 유니버스를 넓히는 일도 좋을 것이다. 한 편당 제작 기간을 줄이거나, 편당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제작 프로세스를 발전시켜야 한다. 10개 중에 3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80/20 법칙처럼 항상 20%는 Growth Zone에 발을 담가놔야 성장이 빠르다.



쭉 책에 대한 영감을 나열해 봤는데 확실히 중구난방이다 ㅋㅋ. 그래도 이렇게 쓰지 않으면 남지를 않으니 이곳에 남긴다. 누군가에게 이런 글이 도움이 될까? 궁금하다.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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