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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용 Sep 26. 2023

목표를 100번씩 쓴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메타인지 그리고 도파민과 세로토닌


100 노트를 아는가?

유튜브에서 알게된 100 노트는, 목표를 100번씩 쓴다면 목표를 이루게 된다는 성공의 법칙이다. 일명 끌어당김의 법칙에서 파생되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줬던 방법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100 노트를 작성해보았다. 어떤 목표를 썼는가? 올해 안에 1억을 벌겠다는 의미로 "2023 1억"을 100번씩 적었다. 당시 내 수입은 0원이었다. 알바도 안 했고 유튜버가 처음에 1억을 적었다길래 나도 1억을 적었다. 돈을 벌 아이디어는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 입시 노하우를 공유하고 강의로 만들어서 팔자는 생각이었다.



100 노트가 궁금하면 유튜브에 '민팍 100노트'를 검색해보길 바란다



매일 100 노트를 작성하면서 실행력이 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100번씩 '2023 1억'을 적는 일이었다. 100번 적고 아무것도 안하기엔 스스로에게 거짓말 하는 느낌이 들어 실행을 안하기가 어려웠다. 100 노트를 적는 짧은 순간 만큼은 1억을 번 기분을 느꼈고,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튜브에 나의 입시생활 노하우를 어설프게나마 영상으로 만들었다.



조회수 10.

영상 길이 10분짜리는 10정도 조회수, 쇼츠는 300정도 조회수가 나왔다. 영상을 10개쯤 만들었을 때 달성한 성취다. 목표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다. 몇 주를 영상 만들기에 매달렸는데 성과가 저조하니 매일 패배감과 실망감에 빠졌고 흥미를 잃어갔다. 유튜브를 시작하는 대부분이 이런 과정으로 실패한다고 한다. 나중에는 100 노트만 쓰고, 유튜브는 실행을 안하는 상태에 빠졌다.



이상과 현실을 좁힐 길이 보이지 않으면 사람이 망가진다.

100 노트를 쓸 때 난 1억을 번 사람인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니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너무나 멀게 느껴졌고 메타인지가 박살나기 시작했다. 꾸준히 유튜브 영상을 올리면 성장할 것이라고 스스로 다독여봐도 진심으로 그렇게 믿지 못했다. 유튜브에 쏟는 시간을 다른데 사용했으면 하는 기회비용이 자꾸 떠올랐다. 목표가 너무 거대하니 내가 1%씩 성장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꼭 이 길을 가야하는 이유가 있나?



입시 생활을 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인터넷 강의 수강률은 올라가지만 점수는 올라가지 않는다면 문제풀이 시간을 늘려야 한다. 실제 수행 시간을 늘리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유튜브를 성공시키겠다는 목표를 100번씩 적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100 노트의 요지는 실행력이지 노트 자체가 아니다.


 

초심을 끝까지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기 싫어도 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열정이 있을 때 시스템으로 환원하는 노력을 거쳐야 한다. 몸을 만들고자 열정이 생겼다면 비싼 PT를 끊어버리고, 패션에 관심이 생겼으면 무신사에 돈을 질르고, 유튜브를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주변에 유튜브 한다고 말하고 다니면 된다. 매몰 비용을 높이는 것이다.



목표에 대한 마인드 세팅도 바꿔야 한다.

유튜브 영상을 꾸준히 올리면 1억을 벌 수도 있고, 못 벌 수도 있다. 1억을 못 번다면 유튜브 사업은 실패한 것인가? 아니다. 9900만원을 벌었을 수도 있고 9만원을 벌었을 수도 있지만, 유튜브 생태계를 공부한 경험과 마케팅, 세일즈를 공부했으니 그만큼 성장한 것이다. 목표를 1억으로 생각하면 오직 최후의 결과만 바라보며 과정을 무시하는 경향이 생긴다. 과정 중에는 굉장히 고통스럽다. 서울대를 목표로 하다 성균관대에 합격하면 실패한 것인가? 아니다. 목표만큼은 아니더라도 성과가 나왔다. 하지만 기뻐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목표를 1억으로 잡되, 신경은 하루의 성장에 쏟는게 좋다. 오늘 1%라도, 영상 제작에 영감 하나라도 보탰다면 하루를 잘 보낸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거대한 성공을 이룬 후에는 도파민이 나오고, 평소의 행복감은 세로토닌이 나온다고 한다. 도파민만 바라는 삶은 너무 삭막하다. 세로토닌을 추구하는 삶이 좋다. 세로토닌을 추구하면 도파민의 수혜도 볼 수 있다. 명절마다 어른들이 벌써 이렇게 자랐다고 이야기하지만,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남들이 그렇게 말하니 알아챈 것이다.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차이다.



100 노트 대신 모닝페이지를 쓴다.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생각을 모두 풀어헤치는 시간을 갖는다. 일기를 매일 밤에 쓰던 걸 아침으로 옮기고, 하루 3페이지씩 쓰는게 모닝페이지다. 머리에 들어있는 걱정과 근심을 종이 위에 뿌려놓고 아침에 해결 또는 고민해놓는다. 그러면 하루동안 덜 방해받을 수 있고 집중력이 올라간다. 100 노트를 쓸 때는 하루동안 이고갈 짐을 어깨에 머리 위에 쌓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모닝페이지는 걱정을 덜어준다.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둘 다 목표를 상기시켜준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히 목표를 100번 쓰는 것보다, 스스로 상태를 매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는게 목표 달성에도 훨씬 더 좋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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