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the rise of machines
1. 2009년 호주오픈 - 인간 페더러의 눈물
페더러는 겉으로는 점잖아 보여도 어린아이처럼 승리를 갈망한다. 그래서 절제되지 않는 감정이 그대로 들어나는 때가 있다. 언제나 절제된 표정을 보이는 나달과는 그런 점에서 사뭇 다르다.(인터뷰할때 이야기이다.) 페더러는 이기면 기쁨에 눈물을 흘리고 지면 분해서 운다. 분하고 억울한 느낌에 눈물이 폭발했던 순간이 있다. 2009년 호주오픈 결승. 4강전에서 로딕을 쉽게 이긴 페더러와 달리 나달은 베르다스코와의 아마도 테니스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기 탑10에 들어갈 혈전을 치르고 올라왔다. 비록 2008년 윔블던에서 나달이 페더러를 이기긴했지만, 그래도 하드코트에서 페더러의 승리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페더러는 일부러 여유를 만들기위해 하루먼저 로딕을 이기고 이렇게 까지 이야기했다.
"나달이든 베르다스코든 왼손에 탑스핀 극대화 선수들이다. 난 상관없다."
그러나 나달은 페더러에게 멘탈게임에서 2008년 KO승을 거뒀고, 페더러는 아직 회복을 하지 못했다. 5세트에서 무너지며 나달에게 우승컵을 넘겨주고 페더러는 하염없이 울었다. 이때 사실 놀라웠던 건, 페더러의 백핸드는 이미 나달을 상대로 꽤 괜찮았다는 것. 정신줄을 끝까지 잡았다면 페더러가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나달의 멘탈게임은 페더러를 이미 지배하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Cjw0Unm8OY
2. 2009년 프랑스오픈 - 소덜링이 준 선물. 그리고 신체적 고통이 시작된 나달
나달은 페더러를 상대로는 몸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평소처럼만 하면 이길 수 있는 멘탈게임의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기에는 흙신이라는 위치는 최적이다. 호주오픈이후 북반구가 봄이 되면 곧 유럽의 흙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달이 뭔가 이상했다. 여전히 인간계에 있는 페더러를 상대로 흙대회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마드리드 오픈). 그래도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았다. 나달은 2008년 윔블던 The Greatest match를 통해서 세계 1위자리를 차지했으며 호주오픈에서 페더러를 다독여주는 모습으로 자신의 인간미까지 알렸다. 그리고 돌아온 흙시즌에 더욱 그 위치 - 테니스의 새로운 황제 - 를 굳건히 할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오픈 16강전에서 나달에게 잃을것이 없는 장신의 강타자 소덜링에게 패하고 만다. 흙신이 인간이 되는 순간이었다. 페더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페더러가 흙신이 인간이 된 틈을 타서 잠시 흙코트의 최고의 위치에 올라섰다.
3. 2009년 윔블던 - 너무나도 불쌍한 앤디로딕
짧게라도 로딕은 언급해야 겠다. 페더러라는 존재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선수. 페더러를 처음 본 순간부터 로딕은 그의 천재성에 압도되었다고 한다. 앤디로딕은 자신과 장점(서브와 포핸드)이 겹치는데 더 뛰어난 페더러를 상대로 이길 방법이 없었다. 이런 로딕이 살을 7kg감량하면서 미친듯이 뛸 각오로 그리고 자신도 불편하게 느끼는 백핸드를 무한히 칠 각오로 임한 대회가 2009년 윔블던이다. 이 대회는 나달이 무릎 통증으로 기권함으로써 언론에서는 2009년 부진한 조코비치나 로딕보다는 새로이 부상중인 머레이를 페더러의 최대 라이벌로 예상했다. 이에 페더러는 "머레이가 무슨 내 라이벌이냐"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에 동조하듯 로딕은 준결승에서 예상을 깨고 머레이를 제압하고 결승에서 페더러와 만났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로딕은 페더러보다 더 많은 브뤡을 했지만 지고 말았다. 특히 로딕의 2세트 타이브뤡은 몇몇 사람들이 "로딕이 망설였던 2분"이라며 안타까워 한다. 로딕은 타이브뤡에서 6-2로 앞서고 있었다. 이때 로딕은 이정도면 앞으로 있을 4개의 포인트중에서 1번은 페더러가 실수할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공을 어택하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치자고 생각했다고. 그런데 페더러가 3포인트를 연속으로 따서 6-5가 되었다. 여전히 로딕은 셋포인트. 그리고 자신의 서브. 그리고 그에게 발리 찬스가 왔다. (아래 비됴 2분 10초즈음)
https://www.youtube.com/watch?v=7IwBJ41_jIk
아... 안정적으로 하자던 마음가짐 때문이었을까. 어프로치가 아주 미세하게 늦었고 라켓이 아주 미세하게 늦게 올려졌다. 그래도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았던 발리를 놓쳤다. 이 포인트만 잡았었도 로딕은 페더러에게 3:1로 승리를 할 수 있었다. 이 경기후 로딕은 눈물을 흘리며 분통함을 터뜨렸다. "샘프라스의 #14을 넘어서는 것을 막기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디"고 관중석의 샘프라스를 보며 이야기한 로딕을 상대로 페더러는 정말 웃기지도 않는 유머를 던졌다. "로딕, 내년에 와서 우승하면 되잖아. 작년에 나도 비참했다고..."
로딕이 이때 궁시렁 댔다. "페더러, 넌 2008년 이전에 이미 5번 우승했잖아! (니가 내 기분을 어떻게 알아!)"
이 코트 스피치를 통해서 페더러는 아이 같다는 것이 다시금 증명되었다. 2009년 호주오픈에서 페더러가 울때 나달은 지긋이 그를 안아주며 여전히 당신이 최고라고 이야기해줬지만, 페더러는 로딕이 어떤 기분일지 감도 못잡고 우승에 해맑게 기뻐하고 있으니....
여튼 나달은 계획한대로(?) 페더러의 정신을 지배하며 1위에 올랐지만 자신의 몸이 부서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2009년 이었고, 페더러와 나달을 모두 이기는 선수가 메이저에서 등장하면서 (US오픈 델뽀뜨로) 시즌이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2010년이 왔다.
4. 2010년 - 나달이 테니스계를 지배하다.
호주오픈에서 비록 머레이에게 졌지만 (8강전. 세트스코어 2:0으로 지다가 기권. 이 경기 때문에 나달은 비겁하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나달은 2번째 유럽 메이저를 싹슬이 하며 (프랑스오픈, 윔블던) 부상에서 회복후 테니스계를 접수했다. 그리고 가장 빠른 하드코트 대회인 US오픈에서마저 조코비치를 제압하며 자신이 황제임을 세계에 알렸다. 그러나 이 2010년의 US오픈에서 조코비치는 각성하고 있었다.
참고로 페더러의 2006-7년, 나달의 2010년, 조코의 2011년, 조코의 2015년이 2000년대 들어 각각 빅3가 지배한 해로 기록되고 있다.
5. 2010년 US오픈 4강전 - 조코비치 각성의 서막
2007년 이후 3위에 오른 조코비치는 페더러와 나달을 동시에 넘어서지 못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둘다 넘어설 수 있는가? 몸의 유연성과 스피드는 조코비치가 세계 최고 였다. 다만 접전상황에서 미묘하게 페더러와 나달에게 밀렸다. 2009년 US오픈에서 페더러의 the shot에 지는 장면이 당시 한계에 부딪힌 조코비치를 잘 대변해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pMJ0-1GGf5k
조코비치는 삶의 기본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체질 개선. 그는 정말로 체질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가족 사업이 피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밀가루 음식을 안먹기 시작했다.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를 2010년 후반부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실은 조코비치에게 "이제 난 체력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안밀려"하는 자신감을 줬고, 그 자신감은 접전 상황에서 가장 강한 선수로 그를 성장시켰다. 2010년 US오픈에서 비록 결승에서 나달에 지긴 했지만, 페더러와의 4강전에서 2개의 매치포인트를 세이브하며 결승에 진출하는 모습은 2011년의 조코비치 각성의 서막이었다.
6. 2011년 US오픈 4강전 - 조코비치의 각성의 완성
도무지 지지를 않는다. 새로 황제가 된듯했던 나달도 페더러도, 평생의 라이벌 머레이도. 조코비치에게 다 졌다. 프랑스오픈 4강전에서 페더러가 말도안되는 서브에이스를 터뜨리며 조코를 이기기까지 조코는 완벽한 테니스를 선보였다. 그리고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서비스 리턴으로 기억되는 샷을 만들어 낸다. 상대는 페더러. 2011년 US오픈 4강전 5세트. 페더러가 2개의 매치포인트를 가지고 서브를 하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Wci2eSsYcQ
그리고 재현된 2010년의 결승에서 나달을 제압함으로써 조코비치는 3인자의 위치에서 페더러와 나달을 모두 격파하고 우승까지 이뤄낸 위대한 선수로 성장하게 된다. 멘탈게임의 지배자 아니 멘탈이 필요없는 (아니면 모든것이 멘탈인) 알파고 같은 테니스를 완성한 조코비치. 2011년 부터 테니스는 기계 테니스, 조코비치가 지배하기 시작했다. 장점이 뭔지 정확히 이야기하기도 어렵지만 조코비치에게 도대체 단점이 무엇이지 찾을 수가 없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