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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nistory Feb 01. 2017

페더러, 백핸드, 멘탈게임 - part4

the return of Federer 

1. 2012년 호주오픈 4강전 - 이제 페더러는 나달의 밥(?) 

그래도 빠른 하드 코트였다. 나달은 무릎에 통증도 있었다. 그리고 1세트도 페더러가 땄다. 그렇지만 나달이 이겼다. (세트스코어 3:1) 페더러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계속 지켜야만 이길 수 있는 피로감을 견뎌내지 못했다. 멘탈게임에서 페더러는 나달을 상대로는 이미 지고 들어갔다. 페더러 팬들은 마음이 허전해졌다. 나달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달이 호주 오픈 우승을 한다면 오픈에라에서 세계 최초로 모든 메이저를 2번이상 우승한 선수가 되고, 이는 대단한 업적이된다. 


2. 2012년 호주오픈 결승 - The machine vs. the beast 

페더러가 빠진 경기이지만, 이 경기는 언급을 해야한다. 테니스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결승. 야수와 머신의 대결. 20번이상 이어지는 랠리끝에 겨우 한포인트씩 따냈다. 예를 들면, 다음 비됴처럼. 

https://www.youtube.com/watch?v=Mm2j1PzOmq0

무려 6시간동안 이런 샷들을 계속했고, 자신의 체력에 더 믿음이 있는 조코비치가 승리를 거뒀다. 모든것을 쏟아부은 두 선수는 경기후 서있을 에너지도 갖고 있지 않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HhCzXwdUs_U

위 경기를 손에 땀을 쥐고 부들부들 전율하며 봤던 기억이 있다. 페더러팬으로서 아쉽지만 이런 테니스는 페더러에게는 무리라고 느껴졌다. 


3. 2012년 윔블던 - 페더러의 일시적 부활 

그래도 가장 빠른 코트에서는 아직 페더러가 살아있었다. 호주오픈과 롤랑가로스를 조코와 나달이 나눠가진 상황에서 윔블던도 그들의 차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나달은 이제 빠른 코트에서는 그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포핸드에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회전 탈락) 조코비치는 그래도 순항했다. 4강에서 페더러와 만났다. 그런데 자신감이 너무 넘쳤던 것일까? 조코비치가 자신의 머신테니스가 아닌 페더러의 올코트 테니스에 맞불로 도전했다. 긴 랠리 대신, 빠른 템포의 위너, 발리가 오갔다. 하지만 가장 빠른 잔디에서 올코트 테니스로 페더러는 건재했다. 4강과 결승에서 조코와 머레이를 연파하고, 페더러는 놀랍게 다시 부활했다. 랭킹도 1위로 올라섰다. 


4. 2012년 - 빅4의 나눠먹기 

호주오픈 조코, 프랑스오픈 나달, 윔블던 페더러, US오픈 머레이. 이렇게 넷이 나눠먹은 누가 압도했다고 보기 힘든 한해. 


5. 2013년 윔블던 2회전 - 페더러의 충격적 탈락 

세계 116위에게 패했다. 그것도 빠른 코트에서. 어찌 보면 나이가 들면서 순발력이 느려져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지만, 페더러가 늙어가는 것은 너무도 아쉬웠다. 


5. 2013년 US 오픈 결승 - 나달의 일시적 부활. 페더러의 멘붕.  

2012년 호주오픈 이후 조코가 나달에게 체력과 멘탈에서 우위를 점한줄 알았는데, 나달이 돌아왔다. 빠른 하드코트에서 조코가 전반적으로 잘 이끄는것 같아도 나달이 끝까지 버티며 멘탈게임을 가져왔다. 나달은 몸이 버티는 한 머신보다도 더 강한 멘탈을 지닌 듯 했다. 하지만 곰곰히 보면 나달 홀로 조코의 멘탈과 체력게임에 흠집을 낸 것은 아니다. 짐승 테니스로 대기 만성 가능성을 보여준 바브린카가 4강전에서 조코비치를 거의 이길뻔 했던 것. 그리고 페더러는 진정 멘탈이 나달을 상대로 무너진 것을 보여준 대회이기도 하다. 나달과의 수퍼 8강전이 예상되었는데, 16강전에서 평소에 쉽게 이겨온 로브레도에게 허무하게 패하고 만다. 페더러는 이런 저런 부상을 이야기했지만, 나달과 대결할 8강전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페더러 팬들에게는 너무도 쓰지만 나달은 커리어 내내 페더러를 이기기위해 기술, 전략, 체력 등등을 치밀하게 준비해왔고, 이제 직접 상대하지 않아도 상대를 이길 수준에 이르렀다. (어쩌면 페더러가 정말 멘탈이 약한 선수라는, 아직 어린 아이 같은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순수함이 더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억지로 억지로 좋게 보면 나달과의 대결을 피했기에 페더러의 멘탈게임이 성숙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수도 있다.)


6. 2014년 호주오픈 4강전, 결승 - 페더러의 좌절과 희망 

실망스러운 2013년을 잊고 새로 맞은 호주오픈. 나달과 또 4강에서 만났다. 이 경기에서 페더러는 힘한번 못써보고 완패했다. (세트스코어 3:0). 나달의 페더러 백핸드를 공략하는 전략은 이제 숨쉬는 것 처럼 쉬워보였다. 그리고 결승전. 페더러와 같이 훈련하고 성장한 원핸드 백핸더 바브린카가 조코비치를 꺽고 결승까지 올라왔다. 나달은 2009년에 페더러가 "나달이든 베르다스코든"과 비슷하게 "페더러든 바브린카든"하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1세트.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나달의 포핸드를 압도하는 원핸드 백핸드가 이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나달은 쉼쉬듯 공략하던 원핸드 백핸드쪽 전략이 먹히지 않자 당황했고, 이 때문에 무리한 동작을 하다가 등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측한다. 예전에 다 지는 경기에서 기권하는 모습에 실망했던 필자는 그런 모습이 재현될까 걱정했지만, 결승전이었고 나달은 할수있는한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마무리를 함으로써 챔피언 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바브린카가 해낸 모습에 페더러도 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보았다. 원핸드 백핸드로 파워 랭킹을 따지면 바브린카가 세계 1위. 페더러가 2위가 아닐까.) 



7. 2015~16년 상반기- 조코의 조코를 위한 조코에 의한 테니스 

조코는 마친 머신처럼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아마도 결혼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안그래도 강했던 멘탈이 더욱 강해진듯했다. 페더러마저도 조코의 백핸드와 포핸드가 조화된 스트로크에 밀렸고, 나달은 프랑스 오픈에서마저 이제 인간이 되었다. 바브린카가 나달까지 8강에서 이긴 조코의 마지막 퍼즐을 끝까지 방해했지만 (2015년 프랑스 오픈), 결국 1년뒤 조코는 페더러도 나달도 못했던 4개 메이저 연속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 목표 달성이 가져오는 허탈감이 조코의 멘탈을 흔들기 시작할 줄 몰랐다.  


8. 2017년 호주오픈 결승 -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완성된 페더러의 자신있는 백핸드와 성숙한 멘탈 

이 경기에 대한 느낌을 적다보니 이렇게 긴글을 쓰게되었다.... ㅎㅎㅎ

2016년 페더러는 부상으로 시즌 하반기를 접었다. 이 회복기간 때문에 올림픽에서 페더러와 힝기스의 혼합복식을 보고 싶었던 많은 팬들에게는 큰 실망이었지만, 2017년에 이렇게 더 큰 기쁨을 준 기반이라 생각된다. 

2016년 나달도 조코뿐만 아니라 낮은 랭킹의 선수들에게 번번히 지며, "이제 내 포핸드를 칠때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자신감을 잃었다. 태어나면서부터 함께한 삼촌과의 테니스에 이제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처음으로 받아들여, 카를로스 모야를 코치로 영입했다. 이에 더불어서 "페더러, 머레이, 조코비치는 거의 모든 경기에 연인(지금은 와이프) 동반하지 않는냐"는 의견도 어느정도 받아들였는지, 호주 오픈의 모든 경기에 그의 오랜 연인 페렐로가 관중석에 있었다. 

나달의 여자친구 페렐로가 거의 모든 경기에 참석했다. 

이 모든 드라마를 약속이라도 한듯, 1, 2번시드 머레이와 조코가 나가 떨어지고, 페더러와 나달이 정말 어려운 상대들을 하나 하나 꺽으며 결승에 올라왔다. 페더러는 드디어 확신에 차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제 난 잃을게 없다. 나달에게 난 도전자다." 나달도 "이제는 내 포핸드의 자신감을 다시 갖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말을 증명하듯 역사에 길이 남을 결승전을 테니스팬들에게 선보였다. 페더러는 백핸드 랠리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나달의 쉼없는 공격을 버텨냈고 오히려 더 많은 백핸드 위너를 날렸다. 그리고 중요순간에도 브뤡을 극복하는 에이스를 날렸고, 마지막 세트에서 믿을 수 없는 나달을 상대로 역전승을 이끌어 낸다. 2008년 완전히 무너졌던 아이같았던 페더러가 이제 어른이 된것 같은 느낌. 그리고 우승 스피치에서 이런 말까지 한다. "테니스에 무승부가 있다면, 나달과 같이 우승컵을 들고 싶다." 2009년 윔블던에서 아이처럼 너무 해맑아서 마냥 좋아해 로딕에게 상처를 줬던 페더러가 이렇게 상대를 보담듬어 줄정도로 의젓해진 것이다. 


10. 남은 2017년 

난 조코비치가 이렇게 사라질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올해 프랑스 오픈에서 또 다시 나달과 조코가 붙는다면 어찌될지 벌써 두근 거린다. 물론 현재 1위는 머레이고 그도 뭔가 더 업적을 남기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이대로는 빅4라고 불리기에 그가 조금은 초라하다.)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 페더러가 윔블던 정상에 다시 한번 서고, 진짜 불가능한 바람을 하나 더하면 US오픈 우승까지 해서 #20를 채운 후 은퇴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한편으로는 디미트로프의 재능이 발현되어서 빅3(빅4?)체재를 무너뜨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니시코리가 과연 스승 마이클 창을 넘어서는 동양 유전자 테니스를 보여줄까 질문도 해본다. 

그리고 차세대 테니스의 선두주자 사샤 즈브레브와 동생덕분에 회춘한 형 미샤 즈브레브 형제의 활약도 상상해본다. 

뭐 할 이야기가 끝이 없지만 마무리를 억지로 하면,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을 빼놓을 수는 없다. 정현도 페더러처럼 연인인 장수정과 더불어서 함께 성장하길. 


ps. 페더러 중심으로 이야기를 폈기에 이는 지난 20년 테니스 역사의 한 단편일 뿐이다. 승/패라는 바이너리 세상속에 수많은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어두운 이야기도 많이 있다. 승부조작에 가장 취약한 스포츠가 테니스이고 (팀 스포츠와 달리 선수 한명만 꼬시면 꽤 큰 금액을 손에 쥘 수 있다), 비밀리에 약물을 사용하는 선수들도 있고... 하지만 안그래도 어두운 이 세상에 일단은 밝은면만 즐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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