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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nistory Oct 20. 2015

테니스 그리고 남녀평등

남자와 같은 상금을 받기 까지

내가 테니스를 좋아하는 수만 가지 이유중 하나는 남녀평등이다. 적어도 메이저대회의 상금에선 그러하다. 

 아직 작은 대회들은 남자 선수들이 25% 정도는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http://www.telegraph.co.uk/women/womens-life/11713463/Wimbledon-prize-money-2015-Just-how-much-do-players-earn-at-Wimbledon.html

올해 몇몇 남자 선수들이 또 오래된 주제를 들고 나왔다. 

"왜 남자들은 5세트 경기를 하면서도 3세트 경기만 하는 여자들과 같은 상금을 받아야 하는가?"


얼핏 들으면 그럴싸한 논리 같지만, 비너스 윌리엄스의 말대로 노동량이 중요하다면 훈련까지 포함해야 하며 그럴 경우 남녀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좀 억지지만) 세트수가 중요하다면 모든 라운드를 압도한 우승자보다는 매 라운드 접전을 펼쳤던 준우승자가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도 있고. (영화도 영화 상영시간이 더 길다고 더 비싼 값을 받지는 않는다.) 그리고 만약 관중 수와 스폰서 계약 등 철저히 돈으로 따진다면 인기순이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한 건 메이저대회와 달리 남자들도 3세트로 경기를 하는 작은 토너먼트들은 아직도 남자들이 더 많은 상금을 받는다. 그런 대회들에서 일단 남자들도 그럼 같은 상금을 받든가... 


몇몇 선수들의 불평이 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메이저대회들은 남녀에게 같은 상금을 주기 시작했으며 난 재미있어서 좋아하기 시작한 테니스에 이런 멋진 역사가 있다는 데서 더 테니스를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여자 테니스는 소수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더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남자 테니스는 의외로 보수적인 듯하다.)


http://www.si.com/tennis/2015/07/29/mailbag-homosexuality-atp-tour-serena-williams-grand-slam 


이러한 여자 테니스의 쿨한 면은 한 여자 선수의 리더쉽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녀는 바로 "빌리 진 킹". 


미쿡에서 가장 큰 테니스 센터의 이름이 그녀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고, 뉴욕에 위치한 빌리 진 킹 테니스 센터에서 매년 US오픈이 열린다. 

빌리 진 킹과 버락 오바마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on-leadership/wp/2014/09/05/how-womens-tennis-fought-for-equal-pay/


미쿡 여자 테니스의 전설 of 전설 중 하나인 빌리 진 킹은 테니스 실력도 실력이지만 여성 테니스의 상금이 남자와 동급이 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1973년에 독립된 프로페셔널 여자 테니스 단체인 여자 테니스 협회 (WTA)를 조직하는데도 앞장서고, 이 단체를 통해서 방송국, 스폰서, 대회 조직위들과 다른 테니스 단체들과의 이권 분배도 잘 조율해내었다. 최근에는 비너스 윌리엄스를 비롯한 WTA에 속한 영향력 있는 선수들의 노력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메이저대회의 남녀 상금이 완전히 같아졌다고 할 수 있다.  

https://espn.go.com/sportscentury/features/00016060.html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을 상징하는 한 사건이 있었다. 테니스 성대결 "Battle of sexes". 


1973년 전 남자 윔블던 챔피언이자 난봉꾼이었던 바비 릭스는 55살의 나이에 심심했는지 "여자는 남자를 이길 수 없다면서" 당대 여자 테니스 챔피언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애초부터 빌리 진 킹에게 도전장을 던졌지만 그녀가 대결을 거부하자 다른 탑 플레이어인 마가렛 코트와 5월 미쿡 어머니 날에 대결을 펼쳤다. 


어머니날의 학살이라고도 불리는 이 대결에서 릭스는 마가렛 코트가 예상치 못한 로브와 드랍샷을 구사하며 2: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그리고 얼마나 남자의 우월함을 드러냈을까...) 그리고 또 빌리 진 킹에게 도전장을 보냈다. 빌리 진 킹은 이번에는 그 도전장을 받아들였다. 1973년 9월 휴스턴에서 이 대결이 열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빌리 진 킹은 세트 스코어 3:0으로 바비 릭스를 완파했다. 이 시합에 대해 빌리 진 킹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비장함이 느껴진다.)

"I thought it would set us back 50 years if I didn't win that match," she said. "It would ruin the women's tour and affect all women's self esteem."


어찌 보면 이런 시합에 상관없이 남녀평등은 이뤄져야 했던 것이지만, 그녀는 담담히 이런 상황을 실력으로 극복해냈고, 남녀 평등의 아이콘이 되었다.(이긴 덕분에 더 앞당겨 진것이라 생각도 든다.) 이런 이정표를 세웠기 때문일까.... 빌리 진 킹은 스포츠 역사를 논할 때 스포츠 모든 종목을 통틀어서 전설 중의 전설로 언급되는 이름이다. 


이상 끄읕~ 


ps. 빌리진 킹은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도 했다.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해왔고 하고 있다. 

ps2.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자 테니스 선수 중에는 동성애자로 커밍아웃 한 사람을 찾아 볼 수 없다. 반면 여자 테니스 선수 중에는 빌리진 킹을 비롯해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등 커밍아웃을 한 선수 및 전설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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