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 신사부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된 현상 - 초반 러쉬
브렛 길버트가 쓴 Winning Ugly 라는 책이 있다. (브렛 길버트: 전 탑10 남자 테니스 선수. 안드레 아가시의 코치로서 유명하다. 현재는 ESPN 해설자) 이 책의 포인트는, 자신이 상대방보다 약하다(?)고 생각이 들어도 시합은 이길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원칙 중 하나는 초반에 리드를 잡으라는 것. (강자에게 초반 리드를 주는 한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번 윔블던 결승을 이야기하기전에 전형적인 이런 Winning Ugly 상황이 남자 16강전에서 보였기에 써보면. 질 뮐러가 자신보다 확연히 강자인 나달을 이기기 위해 초반 2세트에 아드레날린 부스트(스팀팩?)를 통한 초반 러쉬를 선보였다. 마치 2세트만 할것처럼 모든 체력을 쏟아부으며, 더 강한 샷을 날리는 것이다. 운좋게 서브에스가 작렬하며 무려 2세트 리드를 먼저 잡게 되었고, 결국 초접전 3:2 승리를 거두었다.
1. 여자 결승 - 비너스의 거의 성공했던 초반러쉬
https://www.youtube.com/watch?v=vInESnvjmF0
비너스 윌리엄스는 이번에 무구루자의 컨디션이 보통이 아님을 알았다. 장기전으로 가면 질것을 알았기에, 초반러시 작전을 가져왔다. 사실 이 전략은 매우 유용했고 5:4에서 15/40로 2개의 세트포인트까지 잡게 되었다. 위 동영상의 25~45초정도에서 부분적인 그때 랠리를 볼수 있는데, 비너스는 기회를 포착했고 미친듯이 강한 포핸드를 2번 연속 성공적으로 날린다. 그런데 그걸 무구루자가 다 받아냈고, 비너스가 한번 더 포핸드를 날렸는데 그만 네트에 걸려버렸다. 여기서 비너스 윌리엄스가 1세트를 따냈다면 뮐러와 나달같은 초접전 명승부 여자 결승전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2. 남자 결승 - 마린 칠리치의 실패한 초반 러쉬
https://www.youtube.com/watch?v=1BKicTE-gvQ
이전 글에 쓴데로 4강전에서 페더러와 대등한 포핸드 싸움을 했던 베르디흐는 초반러쉬를 하지 않았다. 테니스토리는 칠리치도 베르디흐와 같은 전략을 가져오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칠리치는 초반 러쉬를 택했다. 런 어라운드 포핸드를 계속 구사하며 인사이드 아웃 샷으로 페더러의 백핸드를 공략했다. 이 전략은 1세트 2:1에서 페더러의 서브게임에서 칠리치가 브뤡포인트를 잡으며 통할 뻔했지만 페더러는 아무 위기가 아닌양 3포인트를 연속으로 따내며 게임을 지켰다. 그리고 이어진 2:2에서 칠리치의 서브게임. 위 영상을 보면 처음에 나오는 그 부분인데, 칠리치가 넘어지면서까지 넘긴 공을 페더러가 말도 안되는 각도로 백핸드로 받아 넘겨버린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면서 초반러쉬를 하던 칠리치가 힘이 다 빠져버리는 상황. 그래도 버틸라 했는데 1세트 3:5에서 페더러에게 포핸드도 아니고 백핸드로 위너 패싱샷을 허용하며 멘붕이 와버렸다. 2세트에서는 도저히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공포(?)가 그를 엄습했고 물리치료사를 부르며 정신과 몸을 추스리려 했지만 울음이 쏟아져 버릴 정도. 말그대로 페더러와 상대를 하며 칠리치는 지려버렸다. 테니스토리의 느낌으로는 페더러가 맘만 먹었다면 2, 3세트 다 6:0으로 발라버릴 수도 있었지만, 적당히 봐줘서 6:3 6:1 6:4로 끝났다고 생각이 든다. (반면 무구루자는 이런 여유까지 부릴만큼 비너스보다 더 실력이 앞선것은 아니었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2세트를 6:0으로 이긴 것. 비슷하게 2008년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나달도 페더러를 끝까지 몰아부쳐 3세트를 6:0으로 발라버렸다. 가끔은 6:4라는 스코어가 6:0보다 더 압도적일 때가 있다.)
ps. 테니스토리가 기억하는 페더러의 전성기는 2006년. 흙에서도 나달에게 비록 졌지만 별로 밀리지 않은 해이다. 페더러가 그때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조금만 더 초반 러쉬를 했었다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있다. 그 결승에서 나달을 상대로 첫세트를 6:1로 압도했을 때, 정말 기적이 이뤄지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