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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Apr 26. 2022

책 한 권으로 열 권의 효과를 얻는 비법

feat, 독서토론교육

사내 독서토론 교육에 참여했다. 책이 좋아서,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말이다.


교재는 데이비드 허친스의  '늑대 뛰어넘기'였다. 조직의 학습문화 형성을 위한 책이다. 간단히 스토리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양과 늑대가 있다. 늑대가 양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양들의 숫자는 늘어났다. 어느 날, 오토라는 양이 등장한다. 왜 우리는 늑대에 잡혀 먹혀야만 하는 거지? 이 당연함에 반기를 든다. 더 이상 양들이 늑대에게 잡혀 먹히지 않는 날을 맞이하기 위해,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끊임없이 그리고 늑대보다 더 빨리 배워야 한다고 한다. 오토는 양 떼를 홀로 지키다 늑대에게 잡아 먹힌다. 양들은 그런 오토의 뜻을 기리기 위해 각자의 생각을 논의하고 늑대를 막을 방법을 논의한다. 특히 마리에따라는 어린양의 아이디어를 따라준다. 그렇게 늑대가 울타리를 넘어올 수 있었던 개울을 발견한다. 그곳에 연못을 만들어 늑대를 막고, 양들이 기뻐하면서 스토리는 끝난다. 마지막 문장 '하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열린 결말로.


한 15분이면 쉽게 읽을 수 있는 단순한 우화였다. 이 이야기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더욱이 교육일정이 촉박했던 탓에 책을 파일 받았고, 교육 끝난 후에 진짜 책을 배송받았다. 결과적으로 이 포인트가 교육의 매력을 증폭시켰다. 왜냐면 배포된 파일에는 책의 삽화와 책의 의도(머리말, 후기, 책의 활용법)가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 팀은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했다. 조직의 학습문화를 위한 책이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이 우화를 바라보았다. 배가 산으로 간 점도 있지만,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그게 너무나 좋았다.


혼자 책을 읽으면, 내가 아는 만큼만 이해된다. 내가 보는 만큼만 얻어가고, 작가의 의도, 옮긴이의 글을 읽으며 겨우 타인의 생각을 엿본다. 가끔은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만의 관점으로 책을 마주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과 나, 이 둘의 대화다. 그게 끝이었다.


이번 토론교육을 경험하며, 한 권으로 열 읽은 효과를 내는 비법이 여기 있구나 싶었다. 같은 을 읽고 왔는데, 서로가 본 관점이 다 다르더라. 멤버가 5명이었는데, 5인 5색이었다. 특히, 독서모임을 하고 있으시다는 동료 차장은 이 책의 플롯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같다고 했다. 오토는 동물농장의 메이저 영감, 즉 무리에게 새로운 사상을 깨우쳐주고 사라지는 역할과 동일하다 보았다. 다른 직원은 개체수 유지를 위해 늑대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으며, 나는 늑대라는 외부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꼭 배워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했다.


서로의 관점을 들으며, 서로가 놀랐다. 멤버들관점 하나하나가 이 단순하고 짧은 우화를 다양한 면에서 빛나게 만들었다. 오~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한 권의 책을 열 권을 읽은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비법! 독서토론이었다. 유사하게, 불교 경전 대학 강의를 듣고 나면 매주 수업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그때 느꼈다. 같은 강의를 듣고도, 각자가 얻어가는 포인트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각자의 경험만큼, 지혜만큼, 이해만큼. 이 부분이 공부하면서 큰 도움이 되었다. 함께 공부하시는 도반님들의 깨우침이 내가 놓친 다양한 시선을 볼 수 있게 해 주셨다. 공부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비법이었다. 돌이켜보니 책도 마찬가지였음을 깨닫는다.


아이들 학교 공부도 그랬으면 좋겠다.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인재양성이라는 근대적 교육 관점을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천편일률적인 공통과목의 지식을 전달하지 않고, 하나의 주제를 입체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토론식 교육을 한다면 어떨까?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꿈을 잃어버리는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한 학기를 '죄와 벌' 혹은 '데미안'을 읽으며, 아이들이 함께 생각하고 토론해 본다면 더 많은 삶의 통찰을 깨우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안쓰럽고, 안타까우니까.


책과 나, 일대일 관점에서 벗어나 보자. 1:n의 관점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서로의 생각 나누기. 어쩌면, 인간이 지금의 과학적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집단지성의 결과물이었다. 알면서도, 내 삶 안에서는 적용시키지 못했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독서모임을 꼭 해보고 싶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책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독서모임을 예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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