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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Aug 03. 2022

글을 읽는 이유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다.

# 구독자 분석론

작년 이맘때쯤 책을 내고 싶다는 강렬한 감정에 휩싸였다. 우리 모두 소설 한 권 쓸만한 인생 역정,  그런 이야깃거리 정도는 갖고 살지 않나? ㅋㅋ 블로그로 시작해 소설 출간에 이른 '서울 자가에 사는 김 부장 이야기'를 읽고 난 후, 어처구니없지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근자감이 폭발했다.


한두 달 정도 블로그에 끄적였던 글을 모아 퇴고의 퇴고를 거쳐 부족한 초고를 완성했다. 나의 이야기였다. 삶에서 깨달은 보석 같은 이야기, 깨달음. 소중한 단어들, 나의 가치들. 그런 진부하고 올드한 것들에 대해서 썼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그 이야기들이 지금은 4권의 브런치 북으로 발간되었다.


초고를 완성하고 출판사 의뢰를 고민하던 나, 2권의 책을 출판한 직장 후배이자 선배 작가님께 상담을 드렸다. 이런저런 조언과 질문 속에 아직도 기억나는 한마디.


누가 차장님 이야기를 궁금해할까요?


이 중요한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글이 좋다면 읽어주지 않을까?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같은 책을 꿈꾸던 시절, 무식해서 무모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유명인도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로 홍보가 되는 사람도 아닌 즉, 돈이 안될 것 같은 신인의 책을 누가 관심 가져 주겠냐고 했었다. 그랬다. 두 번의 투고를 했지만, 정중하게 때론 무례하게 거절당했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이 플랫폼에서 글을 쓰며 느낀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니 더욱 맞더라.


책을 고를 때나 브런치 글을 선택할 때,  
그 기준은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다.


 19년까지 연 30여 권, 20년 이후부터는 연 60여 권의 책을 읽어 온 나. 처음엔 이것저것 기웃거렸지만, 지금은 작가를 보고 책을 고른다. 내가 사랑한 많은 작가들 책은 거의 사서 봤다. 처음 독서를 시작했을 땐, 추천도서와 베스트셀러 그리고 스테디셀러를 무작위로 읽었다. 관심 가는 데로. 그러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 아직도 조금씩 분야를 넓히며, 작가 사냥 중이다.


나도 그렇게 책을 고르면서, 내 글은 누군가 읽어주길 바란 거다. 언감생심이다. 부끄럽다. 얼마 안 되는 구독자이지만 나의 글을 열독 해주시는 이유는 글이 좋아서라기 보다, 내가 궁금해서지 않을까? 싶다. 나를 구독하는 직장 후배들도, 읽는 친구들만 읽는다. 늘 라이킷을 눌러주고, 대화를 건넨다. 나에 대한 관심인 거다. 나란 사람에 대한. 나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읽고 싶은 거다.


호기심에 구독은 했으나, 나에 대해 관심 없는 친구들은 읽지 않는다. 물론 글이 별로이거나 공감이 안 되는 이유가 있겠지만.  어떤 이유가 됐든, 가장 중요한 이유는 관심이라 생각한다. 작가에 대한 관심. 구독 중인 작가님 글은 항상 읽는다. 그리고 곱씹으며 댓글을 달기도 한다. 단 한 번도 의미 없는 라이킷을 누른 적이 없다. 물론 죄송하게도 브런치 글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다. 내 글에 관심 가져주신 작가님을 방문해보고, 시선이 맞으면 구독을 누른다. 그 정도다. 죄송하지만.


최근에 구독을 해주신 유관기관에 ㅇㅇ님과 오늘 회의를 하다, 문득 느꼈다. 글이 좋은 게 아니라 관심이구나. 관심. 장기하 에세이를 사서 읽으면서 생각했다. 장기하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결코 사서 읽을 책은 아니었을 거라고. 많은 유명인들의 넘쳐나는 에세이들, 안 읽는다. 뻔하니까. 그러면서  난, 잡다한 글을 브런치에 쓰고 있다. 죄송합니다.


책을 출간하려면, 유명인이 되던지, 관심을 끌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평범함을 이룬 나는 브런치에만 쓰는 걸로 해야겠다. 얼마 안 되는 구독자님들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유쾌한 글을 써야지. '브런치' 이름대로 글과 끄적임 사이? 혹은 잠시 쉬면서 읽을 수 있는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 정도의 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딱 그 정도!


오늘 난, 말콤 글래드웰의 '당신이 무언가 끌리는 이유'를 마지막으로, 그가 쓴 모든 책을 읽었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 3권을 읽고 있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하루키 장편은 다 읽은 듯싶다. 그러면서 브런치에 허접한 글을 쓰고 있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면서. 이런 이중성이라니. 부끄럽습니다.


좀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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