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길, 차창을 내리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이구나! 이렇게 우리네 절기는 절묘하게 맞는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한 해가 지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도 들어간다. 흑흑.
모기와의 동거.
지난 일요일 저녁,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허벅지가 가려워 보니 모기에 물린 자국이다. 이런! 요즘 모기는 문명의 이기를 잘도 이용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윙~ 소리가 나더라니.
쩝. 하필 나니? 잡아야 하나? 고민했으나, 다소 큰 안방에서 모기를 찾기 쉽지 않아, 혼자말했다.
그래, 너도 먹고 살아야지.
그렇게 모기와 난, 첫날밤을 보냈다. 녀석은 감사하게도 더 이상 배를 채우려 하지 않았다.
둘째 날, 너무 피곤한 날인지라 밤 11시도 안 되어 잠이 들었다. 녀석의 윙~ 소리에 새벽 5시가 넘은 시각, 잠을 깼다. 다시 허벅지와 목. 이불을 덮지 않은 절묘한 위치를 타깃으로 배를 채웠다. 이런! 잡아야겠다고 불을 켰다. 10분을 노려봐도 녀석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나마 새벽 2~3시에 깨우지 않음을 감사하며,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셋째 날, 시원해진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었다. 모기의 존재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서. 잠들기 전, 까슬거리는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애정 한다. 나만의 감정에 취해 있을 때,
녀석의 식사시간이 되었나 보다. 아마, 녀석은 내가 불을 끄고 잠들기를 기다렸겠지! 계획에도 없이 12시가 넘도록 책을 붙들고 있는 내게, 드디어 녀석이 정체를 드러냈다.그걸 못 참고. 어이구.
윙~~~~~
새까맣고 작은 녀석이었다. 바로 손바닥을 휘두르며 낚아챘다.그리 믿었는데, 녀석의 사체는 없다. 분명 그 녀석의 무게를 느꼈는데, 무게는 중력가속도에 질량을 곱한 값! 중력에 의한 그 녀석의 고유 질량을 분명히 느꼈다.
역시, 녀석은 더 이상 날지 못했다. 그날은 모기의 제물이 되어주지 않았다. 내상을 입은 게 분명하다. 짜식!
그렇게 3일간의 모기와의 동거는 끝난 듯하다. 오늘 밤 내상을 회복하고 녀석이 다시 나타날지라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이 방에서 녀석이 다시 식사를 하기엔 어려울 것이다.
이 정도 날씨면 녀석의 안면에 구안와사가 왔을 테니. 움화하하.
모기야!
3일 동안 너와의 밀당, 정말 즐거웠어.
어제 조금만 참지! 그렇게 배가 고팠니?
그래도 우리 한 번은 마주칠 수 있어 반가웠다.
벌써 가을이야.
너도 이제 땅으로 돌아갈 시간이지.
자연의 순리대로 말이야.
요즘 항생제 먹느라 피가 썼을 텐데. 괜찮아?
내년에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만나.
덕분에 3일 동안 외롭지 않고 즐거웠어. 안녕!
바람이 상쾌하다. 기온은 쾌적하고, 가장 좋아하는 절기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그런 시간. 안방 책상에 앉아 책을 보다 녀석이 떠올라 기념글을 남겨본다. 모기와의 추억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