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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Mar 13. 2023

[서평] I MAY BE WRONG

# 이어령의 눈물 한 방울

이성적인 마음은 하인이다. 반면에 직관적인 마음은 신성한 선물이다. 우리가 창조한 사회는 하인을 섬기느라 선물을 잊어버렸다.
- 아인슈타인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이 설레는 마음과 뭉클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불교를 믿지 않지만, 제 마음을 돌아보기 위해 법륜스님의 말씀을 듣다 불교대학과 경전대학까지 마쳤습니다. 부처님의 지혜는 저를 돌아보는 등불이 되어주었고, 늘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 홀로서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더 많이 주저앉아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자꾸만 배울 때의 감정과 생각들이 무뎌져 갔습니다.


매일 아침, 참회하고 보왕삼매론을 듣고, 명상을 해도 입으로는 나오는데 가슴이 울리지 않았습니다. 어떡하나? 법륜스님의 내려놓기를 다시 읽고, 마음을 추슬러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부처님의 지혜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그 서사를 풀어내는 방법의 차이랄까요? 한 순간도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 없이 내리읽어버린 책의 여운이 짙어, 서평을 씁니다.


이 파란 눈의 스님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스웨덴 사람입니다. 스물여섯 살에 다국적기업 임원으로 지명될 만큼 승승장구하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스님이 됩니다.


법명. 나티코. '지혜가 자라는 자'라는 뜻처럼 눈 감는 순간까지 성장하는 스님의 삶과 너무나 어울립니다. 17년간 수행 후 다시 세상에 나와 마음의 고요를 지키는 법을 설하고,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얻는 가르침을 전하다 22년 1월 루게릭병으로 눈을 감으셨습니다.


실제로 명상을 하다 보면 수많은 잡념과 사투를 벌이다 10분이 지나갑니다. 혹은 졸다가. 그럴 때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괴감이 들곤 했는데요. 잠시라도 자신의 호흡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삶의 여백이 될 수 있다고, 내면의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하셔서, 명상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스님이 출가하는 시점부터 눈 감을 때까지 쓰여 있습니다. 출가하면서, 그 이후 겪는 스님의 솔직한 고민과 일상이 공감을 일으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스님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함께 편안해지고,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억하고 싶고, 나누고 싶은 소중한 지혜들입니다. 더 많은 지혜가 이해하기 쉽게 담긴 책입니다. 각자의 보석을 더 주워 담으시길 바랍니다.



P92

우리는 해변에 쓸려온 자갈과 같다네. 처음엔 거칠고 들쭉날쭉하지. 그런데 삶의 파도가 쉼 없이 밀려온다네. (중략) 결국 둥글고 매끄러워지지.


P118

지식은 자신이 아는 것을 자랑한다. 지혜는 자신이 모르는 것 앞에서 겸손하다.


P124

내려놓기는 어쩌면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일 겁니다. (중략) 우리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하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부르는 생각들은, 내려놓는 순간 힘을 잃습니다.


P130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세요. 어떤 언어로든 진심으로 세 번만 되뇐다면, 여러분의 근심은 여름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I MAY BE WRONG.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X 3)


P168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목을 옥죄며 살 것입니까, 아니면 넓은 마음으로 인생을 포용하며 살 것입니까?

자, 쥐고 있던 주먹을 펼쳐보길 바랍니다.


P176

당신이 알아야 할 때

알아야 할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P199

우리는 고요함 속에서  배운다.

그래야 폭풍우가 닥쳤을 때도 기억한다.


P223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맺는 온갖 관계 중에서 단 하나만이 진정으로 평생 이어집니다. 바로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입니다.


P278

우리가 사는 우주는 무심한 곳이 아닙니다. 우리가 내보낸 것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세상은 세상 그 자체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지요. 세상은 우리의 모습으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니 그 안에서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우리가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기록인 '눈물 한 방울'을 읽었습니다.


선생님은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 준다고 하시며, 병상에 누워 마지막 남은 단어가 바로 눈물 한 방울이었다고 하네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선생님이 기록한 것들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삶을 반추하고, 죽음과 독대하며 쓴 내면의 기록이라니...

책에서, 아직 당신이 죽음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까닭이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신 대목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죽음 앞에서 머뭇거리는 이유가 이와 같이 좋은 책들을 더 읽지 못한 이유이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또, 죽음 앞에서 이런 고절한 생각을 써내는 인간이길, 늙음이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수업때 했던, 지금 마음을 말해봅니다.


지금 제 마음은 편안합니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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