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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Mar 20. 2023

다시 흔들리는 나이, 불혹

# 여행, 사랑, 미래

We read and write poetry because we are members of the human race. But poetry, beauty, romance, love...
These are what we stay alive for.
-  Dead poets society(죽은 시인의 사회)

 

영어 앱에서 우연히 만난 키팅 선생님. 그 선생님의 대사다. 우리가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를 쓰는 거라고.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울컥했다.


진정,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이 낭만적인 것들이 살아가는 이유인 사람. 손 들어 보라고 하고 싶다. 뉴스만 켜면 넘쳐나는 인간성 상실의 세계를 마주하기 슬퍼서, 눈을 감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고교시절 수없이 보았던 '죽은 시인의 사회' 그리고 키팅 선생님은 무의식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가, 이 장면에서 깨어나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고교시절 날 잠들지 못하게 했던, 영화의 아름다움이 지금도 그대로 되살아나 움직인다.


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니. 끄덕끄덕.





요즘 40~50대는 어게인 20~30대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10여 년 전만 해도 50대만 들어서면 은퇴준비를 했더랬다. 길지 않은 노후를 정리하는 은퇴준비, 정년퇴직. 짧은 노후에 적당한 돈과 집, 취미생활이면 충분했던 시절이었다.


어느 순간 길어진 수명으로 길어진 노년을 버텨내기 위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늙은 부모님까지 부양하면서. 그래서 주변에 진로고민하는 분들을 뵌다. 언제쯤 퇴직해서, 이직할까? 창업할까? 20~30대와는 결이 다른 진로 고민이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


밥벌이 고민이다.


돈이 많든 적든, 이 밥벌이 고민은 체력과 상황에 맞도록 아니, 나이에 맞도록 갈아타야만 하는 게,  지금의 40~50대의 현실다.


나의 고민이 비단, 나만의 고민이 아님을 본다.


20년 넘도록 일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아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나빠지는 시력과 체력이 더 자신 없게 한다. 물론 꿋꿋이 월급루팡으로 정년퇴직 해도 되지만, 그때 사회에 나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와 기반을 다져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고민이 된다.



한편으론,


이제 그만 쉬고 싶다. 20년 넘게 기관차처럼 달려왔는데, 또 달려야 되나? 슬퍼진다. 대한민국 가장들을 쉴 수 없게 만드는 지금의 사회가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쉬고 싶다. 한 템포 천천히 걷고 싶다. 그런데 자꾸만 채찍이 날아든다. 그럴 때가 아니라고, 일어나라고.



나도 한 때,


문학을 사랑했고, 시를 좋아했다. 하늘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물을 짓던 사춘기도 보냈다. 그 아쉬움을 담아 불혹에 글을 쓴다. 부족하지만, 보잘것없는 글이라도 써야 행복하다. 마음의 부채를 덜어낼 수 있다.


요즘 넘쳐나는 해외여행 버라이어티 쇼를 보면, 미치도록 여행이 가고 싶다. 배가 아프다. 부럽다. 나도, 나도, 나도 가고 싶다.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며, 낭만적인 파리 여행을 꿈꾸었던 그 시절이 나도 있었다. 평생 엄마로, 이 차장으로 산 것이 아니란 말이닷!


그런데...


남편한테 다 그만두고 여행 다니면서 글 쓰고 먹고살면 좋겠다고 했더니, 바로 한마디 한다.


'넌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안 돼!'

(팩폭이 좀 심한 거 아닌가? 하지만 바로 수긍. ㅋ)





다시 흔들리는 나이,

불혹이다.


밥벌이의 무게와

길어진 노년의 삶을 짊어진 불혹,


하지만 아직도 시와 낭만과 사랑을

품고 사는 불혹,


몸은 젊지도 늙지도 않지만,

젊다고 하기엔 주름이 깊어졌고,

늙었다고 하기엔 아직 젊은...


아직도 미래를 고민하고,

꿈을 꾸는 나이. 

불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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