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를 읽는 법
시인에게서 내가 배운 것은 나에 대한 조심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아이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새처럼 다뤄야 한다.
이것은 결국 아이의 삶을 보호하는 일이다.
나는 조심할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각오할 것이다. 빗방울조차도 두려워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죽지 않을게. 죽어도 죽지 않을게.
처음으로, 시를 읽는 법을 배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 역시 죽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제 나는 어떤 불가능과 무의미에 짓밟힐지언정 너를 살게 하기 위해서라도 죽어서는 안 된다. 내가 죽으면 너도 죽으니까. 이 자살은 살인이니까.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나는 아직도 홀로움(환해진 외로움)을 다 알지 못한다. 아마도 그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이리라.
죽음이라는 사건은 인생의 끝에서야 쓰게 되는 서시 같은 것이므로. 그때야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다시 처음인 듯 살아가고 싶어 지니까..... 나는 미리 써야 하고 매일 써야 한다. 나는 죽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그 시를.
'시는 쓰기 어렵다는데 인생이 이렇게 쉽게 살아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긴 인생을 짧게 줄여놓은 파노라마 영상을 볼 때면 으레 눈물이 흘렀다. 이미 살고 난 뒤에 되돌아보면 일생이란 저렇게 짧게만 느껴지겠구나 싶은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일생이란 결국 하루하루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왜 살고 나서 돌아보면 그 많은 날은 가뭇없고 속절없는가. 왜 우리는 그 나날들을 충분히 살아내지 못하는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 덕질은 우리에게 그런 덕질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자꾸만 나를 혐오하게 만드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이 세계와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