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과 하등 동물의 모든 차이 가운데 도덕 감각, 곧 양심이 단연코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저자들의 판단에 완전히 동의한다. -찰스 다윈-
진화심리학자인 니컬라 라이하니가 쓴 '협력의 유전자'는 이기적인 유전자가 왜 협력하는지, 미토콘드리아가 다세포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을 시작으로 인간사회까지 확장시키며 설명하고 있다.
협력은 창조하는 힘이다. 하지만 협력이 존재하는 곳에는 갈등의 씨앗이 동시에 공존한다. 유전자가 협력을 택하는 이유는 자신이 혼자였을 때 얻는 이익보다 협력했을 때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이익의 부등호가 바뀌는 순간, 협력은 깨질 수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암세포에 대한 것이었다. 암세포는 인간의 정상세포가 텔로미어라는 노화시계를 끄고, 무한증식하는 비정상상태라고 알고 있었다. 실제로는 여러 세포가 협력하여 악성종양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라고 한다. 즉 클론이 아니라 협력의 산물이라는 거다. 세포들의 협력이 숙주인 인간 입장에서는 세포들과의 경쟁이다.결국 암세포들의 협력이 활발해질수록 숙주는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들도 함께 죽는다.
이 부분에서 정치인들을 비롯한 이익집단들이 오버랩되었다.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면, 결국 사회가 무너지고 우리 모두가 공멸하는 거다. 님비현상부터 각종 이익 카르텔들, 우리가 있기에 그대들도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기를.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고, 그 후에 지도자가 있는 거다. 제발. 휴우.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와 연구지만, 솔직히 불편한 표현도 있다. 유전자가 이기적 의도를 가진 존재 같은 표현, 특히 진화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진화적 동기'와 같은 표현이 그렇다. 진화에 동기가 있을까? 풋. 그리고 연구 방법 자체도 사회학적인 임의상황과 조건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인간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도 그렇다. 다소 논리적 비약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공대녀인지라 그런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게 많은 생명체는 자연선택적으로 협력의 이익이 크므로, 협력하도록 진화되어 왔다. (물론 그 이익이 클 때만.) 종마다 정도와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여기서 특수한 생명체가 있으니, 바로 인간이다. 인간은 이익이 적더라도 타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유일한 종이다.
그 이유를 인간의 고도화된 인지능력에서 찾는다. 허구를 믿는 인간, 공정을 추구하는 인간, 자신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인간.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소개되는 인지혁명처럼, 허구를 믿는 인간은 소수의 손에서 권력을 빼앗아 대중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진화적 관점에서 독특하지만,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새겨진 유전자라 설명한다.
저자는 지금 우리 인류가 직면한 지구적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협력의 유전자를 제시한다.
Think global, act local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기.
지구의 환경문제, 기후변화, 식량문제... 이 지구라는 공공재의 위기가 '공유지의 비극'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아름다운 협력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지구의 다른 어떤 종과도 달리 우리에게는 사회적 딜레마에서 벗어날 길을 찾을 능력이 있다.
팬데믹 이후, 자국 우선주의, 스토롱 맨들의 이기적 행태, 아직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여러 갈등과 긴장 속에 도사리고 있는 전쟁의 위험, 기후변화로 인해 계속되는 자연재해, 더욱더 이기적으로 파편화된 가는 인류.
이제, 인류에게 경종을 울릴 시기인가?
(잠수함 좀 만들어야 하나? ㅎㅎ)
협력의 유전자를 읽으며, 인류의 양심과 협력의 에너지를 믿어본다. 지구인들이 지금의 위기를 헤쳐나가 행복한 우리의 동화를 계속 써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에겐 그런 유전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