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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Nov 13. 2021

6. 인생에 대한 2가지 충고

빠르게, 혹은 느리게

아직도 고민스러운 인생에 대한 정반대의 2가지 충고가 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충고 하나와 그냥 지금 행복하게 살라는 또 다른 충고 하나. 이제 곧 반백년, 인생을 조금 살아보니 둘 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슨 의도인지 알겠지만 참 어려운 충고가 아닐까 싶다.


지금 서점에 가보면 두 가지 충고에 맞춘 여러 책들이 나와 있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달려온 자들만이 그 과실을 딸 수 있다며, 열심히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여러 성공한 이들의 삶을 조망하며 열심히 살아온 사례를 알려주기도 한다. 미라클 한 아침, 왜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시는 분들이 많은지. 너무도 중요한 습관들에 관한 책들까지.


어쩌면, 그렇게 살아왔다. 20대부터 지금까지 앞만 보고 100m 달리기 하듯 달려왔다. 내가 20대일 때는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성장하는 경제 속에 있었다. 우리의 아버지들처럼 열심히 살면 계층의 사다리를 넘어설 수 있는 그런 시기. 다들 그런 달리기를 하며 살아갔기에 단 한 번 의심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고 옳은 것이라 여기며 달려왔다. 뒤돌아보지 않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요즘 이게 맞나? 하는 고민이 들었다. 내 삶에 내가 없다는 생각.


그런데 두어 해 전부터 자꾸 대충 살아도 괜찮다고, 당신 잘 살고 있다고, 너무 열심히 살 뻔했다고 지금의 나를 위로하는 에세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살지 말라고,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자신이 괜찮은지 자신의 마음 토닥이며 천천히 살라고 충고하는 많은 책들 말이다.


그런 책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나처럼 달려왔고, 많이 지쳤고, 힘들었구나 생각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위로받았다. 그리고 직장에서 이 차장, 가정에서 엄마, 아내, 며느리와 같은 역할이 아니라 진짜 나로 돌아가 내 안의 자아를 토닥이고 싶었다.  삶에 대한 두 가지 충고, 둘 다 맞는 말이다. 한참을 달려온 나, 이제 쉬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달리지 않았다면 멈출 수 있는 순간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린 계속 달릴 수도, 쉴 수도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달리다 쉬다를 반복해야 한다.


이제 나이 40대. 이제 좀 천천히 돌아보며 살고 싶은데, 메타버스 시대에 살아남고, 100세 시대를 준비하려면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고 자꾸만 다그치고 있다. 자꾸만 어려워지는 IT 기술을 지속적으로 배워야 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와 경제에 민감하게 촉을 세우고 있지 않으면, 젊고 긴 노후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세상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아이들 대학 보내고 난 후, 자가인 집에 살며 조금의 여유자금만으로도 충분했던 노후였다. 이제 조금 쉬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 혼자만 정체되어 있다가 궁핍한 노후를 맞아 초라해질까, 또 달리기를 해야 하나 갈등이 된다.


과거처럼 젊을 때 한 번의 달리기로 천천히 걷는 노후를 만족시킬 수 있던 시대를 지나, 지금 우린 100m 달리기와 천천히 걷기를 반복해야 하는 새로운 뉴 노멀로 접어든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열심히 뛸 때는 뛰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쉬다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뛰기만 해서도, 쉬기만 해서도 살기 어려운 복잡한 세상이다. 요즘 욜로족과 파이어족이 있다. 취지에는 무척 공감한다. 다만, 현실을 도피하는 방법으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짜 욜로와 파이어를 즐겼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말로 현실을 미화해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인생은 NO PAIN, NO 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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