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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Jun 18. 2023

알수록 단순해진다.

# 자신만의 렌즈

인생의 정답을 찾지 말고, 자신만의 해답을 찾길!       - 우연히 마주친 익명의 글귀 -


우리 모두는 각자의 그릇 안에서 살아간다. 자신만의 렌즈를 끼우고서, 자신의 프레임 안에서 타인을 재단하고 평가한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분열하고 화합하고 갈등하고 다시 화해하면서.


처음 글을 쓰고 싶었을 때는 나이 들면서 얻는 보석 같은 깨달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말이 아닌 삶으로 살아낸 것들에 대해, 누군가는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한참 위로에세이가 인기 있었던 것에 부화뇌동한 바도 있다.)


지금 돌이켜보니 얼마나 어린 마음이었는지 싶다. 각자의 삶에서 각자가 얻는 깨달음은 결국 각자의 것일 뿐이다.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받아들일 뿐, 자신의 그릇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익어간다. 표현과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그렇게.


얼마나 나만의 세계에 빠진 오만이었는지 깨닫고 나니, 글을 쓸 방향을 잃었다.


어느 젊은 친구가 내게 말했다. 갓생을 살고 있으시다고. 갓생이 뭔고 하니, 자기 계발을 하면서 취미생활도 하고 열심히 인생을 사는 뭐 그런 의미라 말해주었다.


갓생. 풋.


회사동료들은 자격증 수집하냐고, 중독이라고 말했다. 그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거다. 어떻게 배움, 그 고단한 과정이 중독일까? 술도 담배도, 마약도 아닌 자신과의 지난한 싸움이, 고통이 중독일까? 아니, 알아감에 대한 중독이라면 부인할 수 없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특히  알수록 세상의 원리들이 단순해진다는 것, 비슷하다는 것도 흥미롭다. 더 알고 싶고 호기심이 생긴다. 그런 게 중독이라면 인정이다. 이 감정을 자격증 중독으로 폄하 혹 폄훼하는 것은 좀 그렇다. 그렇게 보고 싶은 그들의 몫이겠지만.


인생은 선택의 문제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살아가도록 매 순간 그 방향을 향한 선택을 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합리화의 고수들이다. 힘든 쪽보다는 편한 쪽을 선택한다. 이솝우화 '여우의 신포도'처럼 핑계 대면서. 여기엔 좋고 나쁨이 없다.


갓생이 아니라, 그저 선택의 문제라는 거다. 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타고난 재능도 후광도 없는. 오직 그 자격지심에 더 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 사람일 뿐이다.


자신이 못한 것을 해낸 타인이 특별한 게 아니라, 자신은 선택하지 않았던 것을 누군가는 선택해 부단히 나아갔을 뿐이다.



뭘 쓸 수 있을까? 그저 내 삶에서 본 작은 지혜를 끄적끄적해 봐야 독자는 모른다. 그저 노력하고, 바른 삶을 살아가는 글쓴이의 평범한 재미없는 삶일 뿐, 그 이면을 보지 못한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정체성도 모르겠다. 이게 자본주의 글쓰기 플랫폼이지 싶다.


다 그럴 수 있다.


난 묵묵히 살아갈 뿐, 날 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은 각자마다 다르다. 그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은데로 볼 뿐이다. 풋.


그러다 보니 길을 잃었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꼭 쓸 이유도 없다.

글 쓰기는 늘 도돌이표처럼 제자리로 돌아온다.


Be si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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