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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Jun 22. 2023

고3아들과의 스몰 톡

#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은 일

아들이 왔다. 도서관에서 오는 거냐며, 밥은 잘 챙겨 먹었느냐 물었다. 친구랑 게임을 하고 왔다고, 주저리주저리 푸념을 토해놓는다.


이야기의 요지는 수능은 150여 일 남았는데, 실력은 느는 것 같지 않고, 매주 롤러코스터를 타는 감정기복에 따라 공부를 하는 자신이 답답하다는 그런 푸념.


그러다가,


엄마, 나중에 뭘 하면서 먹고살지 고민이에요. 엄마, 아빠한테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데.


헛!


고맙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세상에 흔들릴 때마다 나를 붙잡아 주었던 것이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는 것!


또,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엄마가 되자고, 매 순간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아들 녀석의 말에 눈물이 났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싶어서, 혼자서 얼마나 맘 졸였을까 싶어서. 고맙고 안쓰러웠다.


엄마도 아들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왔다 대답하니,


"엄마는 꿈을 이루셨네요."  한다.


아들에게 인정받았다. 정말 잘 살아온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다. 그 간의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알 수 없는 감정이 녹아내렸다. 감동이다. 흑흑.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 산을 오를 때는 가 어디쯤인지 잘 몰라. 봉우리 근처쯤 가야 주변이 보이지. 멀리 보지 말고, 속단하지 말고, 그냥 조금씩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면 좋겠어.


가장 중요한 건, 수능이 끝나고, 네가 니 자신한테 수고했다고, 그만하면 잘했다고 토닥여줄 수 있으면 돼.


과거처럼 니 자신한테 실망하고 후회하지 않으면 되는 거야. 그게 제일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산 봉우리는 꼭 지금 오르지 않아도 돼. 나중에 언제든지 오를 수 있어. 엄마는 널 믿고 있지만, 그런 마음까지 가지고 있으니 잘 살아갈 거라 믿어.


잘 커줘서 고맙다.

(대화의 마지막은 포옹이다.)



킬러문제를 풀 수 있는 것보다, 자신의 내면을 풀어내느라 고민하는 아들이 기특하다. 뭘 하든 부모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그것만으로 괜찮지 않을까?


아들 녀석과의 스몰 톡이 남편의 부재를 해소해 준다. 세상 모든 긍정의 기운을 모아, 아들에게 보낸다.


고맙다.

사랑한다.  

잘하고 있고, 잘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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