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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May 07. 2024

[서평] 삼체

# 시간밖의 세계

넷플릭스에서 핫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드라마 원작 삼체를 읽었다. SF장르인지라, 과학에 관심이 많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저, 소설이 소설일 뿐이지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인기 있는 스토리에 대한 궁금함이 컸다.


근데, 뭐지?


이건 SF소설이 아니다. 하나의 철학서이고, 인류문화서다. 작가의 광대한 지식과 사고의 깊이가 가늠이 되지 않을 만큼 넓고 넓은. 책의 마지막을 덮자, 인생이란 것에 깃털 같은 가벼움을 느낀다.


시간밖의 세계. 우주나이 170억 년.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의 삶.

그 소소함에 대해. 인생의 허무를 본다.

그냥 단순하게 살자. 대충. 아등바등하지 말고.


삼체의 놀라운 스토리를 스포하려고 한다. 아주 간략하게. 하지만 모든 페이지가 완벽했기에, 반드시 직접 읽어야만 작품의 깊이와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감동할 수 있을 거다.


1권. 삼체문제

삼체는 세 개의 물체를 의미하기도 하고, 소설 속 외계문명의 이름이기도 하다. 태양이 세 개인 삼체행성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극도의 더위와 추위를 반복한다. 항세기와 난세기를 반복하며, 문명이 리셋되는 삼체 세계. 삼체인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몸에서 물을 제거하는 탈수상태로 난세기를 보내고, 온화한 항세기가 되면 잠수를 통해 정상상태로 돌아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삼체문명은 이주할 행성을 찾고 있다.


작품의 시대배경은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부터 시작된다. 공산당이 중국의 지식인들을 어떻게 철저히 파괴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런 인류의 타락과 도덕의 파괴에 실망한 주인공 과학자 예원제는 지구의 정보를 우주에 보낸다. 그렇게 지구문명과 삼체문명이 조우한다.


1권에서는 문화대혁명을 축으로 한 역사이야기, 과학자들이 연쇄적으로 죽는 하드보일드한 범죄스릴러, 삼체게임을 기반으로 한 과학이야기. 이 세 축으로 전개된다. 아마 다른 분들도 흥미진진한 전개에, 손에 땀을 쥐고 읽게 될 거다.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과학적 논리, 상상이상의 소재에 놀라움의 연속이다. 마지막, 삼체문명이 지구를 정복하러 떠나면서, 지구의 기술발전 저해 및 정보 획득을 위해 지자라는 양성자를 보낸다. 지자는 단순 양성자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탑재된 전자 컴퓨터다. 차원 이동을 할 수 있는.

진짜 놀라운 상상이다.


2권. 암흑의 숲

우주에는 수많은 문명이 존재한다. 우주사회학의  1번 공리는 생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문명 외 다른 지적 생명체를 가진 문명은 사라져야 다. 자신이 역으로 공격당할 수 있으므로. 이것이 암흑의 숲이다. 검은 우주라는 숲 어딘가에 숨은 수많은 문명들.


지자로 인해 모든 내용이 감청당하는 지구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삼체세계를 대응하기 위해 면벽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감청당하지 않도록, 삼체문명을 속이면서 대응방안을 구축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2권면벽 프로젝트를 축으로 한 과학이야기와 인류가 종말을 맞이하게 될 때 보일 수 있는 사회적 현상과 혼란이 서술된다. 대협곡. 인육. 살상... 인간의 본성 바닥이 그대로 드러난다.


삼체함대가 지구정복을 위해 오고 있다. 지구는 면벽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과학적 안들이 제시되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현대물리학은 다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과학과 수학 이야기가 넘쳐난다. 깨알 같은 재미가 있다. 그러나 짜임새 있는 스토리 안에서 전개되어 전혀 이질감이 없다.


삼체문명은 지구문명이 준비한 우주함대를 물방울

이라 불리는 작은 정찰선으로 거의 전멸시킨다. 더 이상 거칠 것이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희망을 잃은 지구에 면벽자 뤄지가 삼체행성의 위치를 우주에 쏘아 올리는, 앞에서 언급한 암흑의 숲 공격을 통해 지구를 구한다. 이렇게 끝나도 괜찮다고 생각했으나...


3권. 사신의 영생

작가는 3권에서 우주로 시선을 확대시킨다. 면벽자 뤄지가 100살이 넘어, 암흑의 숲 검잡이에서 내려오는 순간, 삼체문명은 중력파 발사장치를 모두 파괴한다. 우주로 좌표를 쏘아 올릴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그렇게 다시, 지구를 정복하러 온다. 전 인류를 호주대륙에 몰아넣고 인류청소 작업에 돌입한다. 하지만, 우주전쟁에서 살아남은 우주함대 그레비티호에서 중력파를 쏘아 올리고, 또 다른 문명에 의해 삼체행성은 파괴된다. 함께 위치가 노출된 지구를 그들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지구인들은 태양의 파괴 시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하고, 목성 뒤에 벙커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우주정거장을 만들어, 지구인들이 우주정거장에 사는 거다. 하지만 이번은 차원공격이다. 행성의 위치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광입자로 파괴시키지 못하고 3차원 세계를 2차원으로 만들어 파괴한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2명의 인류는  무한의 우주로 떠나간다.


3권의 세계관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인류사회학을 다룬 소설이자, 광속과 차원의 세계, 상대성이론의 끝판왕 SF소설이자 철학서이다.


마지막, 블랙홀에 빠져 1800만 년을 건너뛴 여주와 남주가 소우주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간밖의 세계다. 평행우주, 초끈이론, 우주가설은 다 나온다. 풋.


우리가 살고 있는 대우주의 팽창의 끝에 차원의 말림으로 빅 크런치가 나타나고, 다시 빅뱅으로 새 우주가 생겨난다고. 그 장대한 우주의 생애는 아주 평범한, 사소한 일이라고 한다. 대우주의 빅크런치, 즉 소멸을 피하는 소우주에 잠시 머물다 새 우주로 나아가라는 이야기. 시간밖에 머물다, 다시 시간 속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 너무 멋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우리 인류의 전부인 태양계는 우주 속 변방의 아주 작은 별이고, 지구는 먼지처럼 작은 행성에 불과할 뿐이다. 우주로 드론을 띄워 바라보니, 태양계가 작아 보인다. 작가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렇게 만든다. 너무도 당연하게.


작가의 폭넓은 지식과 깊은 사고의 결과물들을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될 것이다. 또한 그는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소설 속 동화 윈텐밍의 동화는 정말 압권이다. 엄청난 양의 소설 속 유기적 짜임새와 복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꽉 찬 2000여 페이지를 몇 줄로 요약할 수는 없다. 읽으면서 느낀 경이로움에 대한 감상평을 남긴 것뿐이다. 대단한 작품이다. 이 소설을 능가할 소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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