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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란소강 Jan 25. 2018

<드라이브>와 <베이비 드라이버> 같이 보기

고슬링 N회차 시즌 시작 기념!

고슬링 시즌이 시작되어 글을 쓴다.

나의 고슬링 시즌은 벌써 N회차. 2014년 <드라이브>로 시작된 게 시즌1이었는데 이후로 회차를 셀 수가 없어졌다. 얼마 전에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를 보고 <드라이브>가 생각나는 지점이 있어서 두 영화를 같이 보면 재밌을 것 같아 주관적인 비교글을 쓴다. <드라이브>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 TOP 10을 굳이 꼽으라면 포함할 만큼 좋아하는 영화이다, <베이비 드라이버>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드라이빙과 음악과 찰진 연출이 조화를 잘 이룬 영화 둘, 내 맘대로 같이 보기.


* 니콜라스 빈딩 레픈, <드라이브>(2011), 에드가 라이트, <베이비 드라이버>(2016)

* 두 영화를 모두 감상한 후 읽어주시길. 




1. 오프닝

두 영화의 온도차가 극명히 드러나는 오프닝이지만 둘 다 특유의 '쫀득함'을 갖추고 있다. 오프닝이 끝날 때까지 '숨멎' 자세로 봐야 한다. 

오프닝 선곡은,  <드라이브>는 Kavinsky(카빈스키)의 "Nightcall"이고 <베이비 드라이버>는 Jon Spencer Blues Explosion(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의 "Bellbottoms"이다.

<드라이브>는 오프닝이라 할 수 있는 장면이 끝나고 음악이 흐르긴 하지만, 숨 참고 있다가 딱! 풀고 나면 음악이 기가 막히게 흘러나온다. 레트로풍 비트에 LA 야경과 도로의 조명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음악. 비트에 맞춰 '드라이버'가 방 안의 조명을 탁! 끄는 장면이 아주 찰떡. 처음 이 음악 듣고 앓앓..

(사실 맨 처음 시퀀스의 가사 없는 배경음악은 Chromatics의 Tick Of The Clock이다)

영화 <드라이브> 스틸컷 / 오프닝

<베이비 드라이버>는 오프닝 음악 재생 시간에 맞춰 시퀀스가 끝난다. 노래 시작과 함께 주인공 '베이비'가 따라 부르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경찰을 따돌리고 차를 바꿔 타며 떠날 때 음악도 끝난다. 음악 톤 자체가 경쾌하고 시간도 낮이다. 그래서 <드라이버>의 그것보다 운전하는 장면 연출이 더 화려하다. 주인공이 음악을 따라 부르는 것에서부터 '베이비'와 영화음악의 관계는 처음부터 드러난다. <드라이브>에서는 음악이 배경이지만 <베이비 드라이버>는 '베이비'의 선곡이 곧 영화 음악이다. 


시퀀스 자체는 은행이나 금고를 터는 범죄자들의 도주를 도와주는 내용이지만 오프닝 비교만으로도 두 영화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2. 음악 선곡과 배치

오프닝 음악은 시작일 뿐이고 두 영화 모두 음악 선곡과 배치가 정말 좋다. 영화 음악을 유심히 듣는 편은 아니지만 음악이 취향에 잘 맞아서 <드라이버>를 더 좋아했다. <드라이브>와 <베이비 드라이버>는 영화도 영화지만 음악 선곡으로도 유명세를 탄 영화들이다. 음악도 좋고 배치하는 센스도 좋다. 글로 설명해 무엇하랴.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 고!


<드라이브> OST 중 몇 곡 링크를 첨부한다. 내 주관 가장 <드라이브>스러운 세 곡만.

Kavinsky - Nightcall

Desire - Under Your Spell 

College & Electric Youth - A Real Hero


<베이비 드라이버> OST 중 몇 곡 링크. 신나! 신나!

The Jon Spencer Blues Explosion –Bellbottoms

KidKoala - Was He Slow?

Lionel Richie - Easy (AOL Black Voices -The Bridge) ft. Lyfe Jennings

CarlaThomas - B-A-B-Y


두 영화에서 유사성을 느낀 것은 오프닝과 음악 때문만은 아니다. 주인공이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운전기사가 주인공인 <택시 드라이버>와의 연관성도 떠올랐고.


3. 주인공


3.1 직업

드라이버: 자동차 정비 수리공, 카레이서, 스턴트맨, 은행털이범의 도주를 도와주는 운전기사

베이비: 은행털이범의 도주를 도와주는 운전기사, 굿펠라스 피자 배달부


드라이버가 섀넌을 찾아오기 전에 어떤 직업을 갖고 있었는지는 추측만 할 수 있다. 섀넌의 말에 따르면 5~6년 전에 갑자기 나타나서 일자리를 달라고 했다 하니. 이전에 그리 윤리적이고 안정된 직업을 가졌던 것 같지는 않다. 드라이버의 운전실력은 물론 자동차 정비 실력도 좋다고 하는 걸 보니 관련된 일을 했던 것으로 추측만 가능할 뿐. 혹은 범죄조직에 연루된 적이 있어 보인다. 상대를 제압하거나 총을 쓰는 실력이 한두 번 솜씨가 아니다. 그리고 별로 죄책감도 없다. 이게 이 영화 특성이지만. 과거 행방이 묘연하지만 결코 평범하거나 쉬운 인생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는 '박사'의 말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차를 훔치고 운전에 소질을 보였다. "10년 전 전설의 도주 사건의 주인공이 베이비야"라고 이야기를 한 걸 보면 베이비는 적어도 10대 초반부터 운전을 해왔다. 학교를 제대로 나왔는지는 알 수 없고 박사에게 책잡혀서 범죄에 가담하게 된 후 따로 직업이 없었다. 나이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20대 초반 같아 보인다. (뉴스에 도주 운전자(베이비)의 인상착의가 찍힌 화면을 보여주며 18세 ~ 24세 사이로 보이는 백인 남성이라고 했는데 나이는 대략 이 정도인 듯. 데보라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도 베이비를 'Kid'라고 부르는 걸 보니.) 

박사와의 채무관계가 끝난 후 굿펠라스라는 피자집에서 배달부로 일한다. 적성을 제대로 살린 직업으로 본인도 꽤 만족했었는데 박사가 찾아온 이후 다시 박사의 운전수로 일할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다.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스틸컷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스틸컷

3.2 이름

드라이버: 영화에도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아이린조차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보는 사람도 그의 이름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드라이버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섀넌은 드라이버를 'Kid'라고 부른다.

베이비: 범죄현장의 코드네임이자 닉네임은 '베이비'. 왜 베이비라고 지었는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데보라와 처음 만났을 때도 베이비라고 자신을 소개한 걸 보면 본명보다는 오히려 베이비라는 이름이 익숙한 듯. 본명은 '마일스'이고 영화 마지막 장면이 되어서야 본명이 밝혀진다.


3.2 과거 (+가족)

드라이브: 정보가 전혀 없다. 가족에 대한 언급도 없는 걸로 봐서 없거나 잊었거나 오래전에 떠난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 어린 시절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양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청각장애가 있는 양아버지 '조' 때문에 말수가 많지 않다. 다만 부모님을 잃은 뒤 약간 방황을 한 듯. 박사의 자동차를 털다가 걸렸다고 하니 자동차를 훔쳐 타고 운전 연습을 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한 것 같다. 우체국에서 자동차를 두고 도망칠 때 마트에 주차되어 있던 차를 능숙하게 훔쳐서 타고 달아나는 장면이 나온다. 남의 자동차를 장난 삼아 훔치며 방황했을지언정 본성은 선하다. 양아버지 '조'를 아끼고 어머니를 무척 그리워한다. 박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전수 노릇을 하게 되지만 범죄 현장에서도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는지 관찰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막고 싶어 한다. 양아버지 조 역시 선한 캐릭터인데 베이비가 조의 가르침을 잘 받은 것 같다. 

가수였던 엄마의 영향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취미로 믹싱도 한다. 다만 박사와 크루의 대화를 녹음해서 음악을 만드는데 박사와의 범죄를 어린 시절부터 접해서인지 심각성을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범죄 현장에서도 음악은 시간을 재는 용이기도 하고 긴장감을 덜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3.3 약점

드라이버: 아이린과 베니치오

베이비: 데보라, 조, 엄마, 엄마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 자신이 만든 믹싱 테이프들.


드라이버는 연인에 대한 사랑,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애착도 살짝 있다. 가족 간의 사랑에 그리 익숙한 캐릭터는 아니다. 영화 초반에 마트에서 아이린과 베니치오를 멀리서 보게 되는데 일단 건너편 구역으로 슬며시 건너가서 두 사람의 달콤한 대화를 듣는다. 아이린에 대한 호감이 베니치오에게도 연장된 것일 수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아이에게 다정하다. 잠든 아이를 안아서 침대에 눕히고 나서도 흡족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가족 나아가 가정에 대한 애착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애착에도 어쨌든 사랑이 포함된 것이니 결국 드라이버의 약점은 사랑이다.

영화 <드라이브> 스틸컷 / 아이린이 "위험하지 않나요?"라고 묻는 장면에서 '드라이버'의 표정
영화 <드라이브> 스틸컷 / 아이린과 가까워진 '드라이버'

드라이버는 이외에 약점이 없다. 범죄를 돕는 운전기사 노릇을 하면서 매 건마다 집을 옮겨 다니는 것 같은데 짐도 거의 없다. 그리고 섀넌의 정비소에 나타나기 전에 어떻게 지내왔는지(범죄와 관련된 일을 한 것 같아 보인다) 정보가 없는 걸 보면 이전에도 약점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비슷한 약점에 데었었다면 아이린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린에게 스턴트맨으로 일한다고 하자, 아이린은 '위험하지 않나요?'라고 묻는다. 이 장면에서 드라이버의 표정을 보시라. 자신이 하는 일을 위험하다고 걱정해준 사람은 거의 처음 보는 듯한 표정이다. 그러고 나서 '스턴트맨은 그냥 파트타임이고요, 정비소에서 일해요.'라고 말을 잇는다.

드라이버는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과거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고 대사도 많지 않다. 그의 행동과 표정을 보고 짐작해야 하는 여백이 많아서 오히려 재밌는 인물.

드라이버는 약점이 단 하나도 없었다가 자신도 모르게 약점이 생겨버리는 인물이다. 약점인 것을 알지만 그래서 더 지키고 싶어 한다.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스틸컷 / 함께 음악을 들으며 박자에 맞춰 발을 움직이는 베이비와 데보라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스틸컷


베이비는 약점이 좀 더 많고 구체적이다. 연인에 대한 사랑은 곧 데보라이고, 가족에 대한 사랑은 두 갈래이다. 하나는 엄마. 엄마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를 무척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양아버지 요셉(조). 베이비는 아들이 나쁜 일을 하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꾸짖을 수 없는 조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꼭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했던 모양이다. 경찰을 피해 도망가면서도 조를 챙긴다. 양로원 앞에 조를 두고 그에게 필요한 것들을 녹음해서 두고 떠나는 장면은 베이비가 조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 그리고 하나 더. 음악. 베이비에게 음악은 무척 소중한 존재이다. 도주하는 긴박한 상황에도 음악 선곡을 하려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느라 시간을 쓴다. 이명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착도 무척 강하다. 도피하는 와중에도 믹싱 테이프를 받기 위해 박사를 다시 찾아간 걸 보면. 마지막에 '버디'가 베이비의 가장 소중한 것을 파괴하려고 할 때도 그의 귀에다 대고 총을 쏜다.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스틸컷 / 베이비의 믹싱 테이프


3.4 성격

드라이버: 아이린 앞에서는 달라진다. 평상시에는 잘 웃지도 않는 냉혈한 같아 보이지만 아이린 앞에서는 미소 남발. 스탠더드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하러 아이린을 찾아갔을 때 길 잃은 개처럼 눈을 그렁그렁하게 뜬 장면을 보라... 그녀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아마도 아이린에게서 처음 사랑을 느낀 것 같아 보인다.


베이비: 앞서서 베이비의 성격은 많이 녹여 설명한 것 같다. 데보라가 첫사랑이고 사랑에 솔직하다. 계산적이지 않으며 선량하다. 박사가 베이비의 아파트 입구에 찾아와 엘리베이터를 눌러주고 갈 때도 그는 굳이 계단으로 올라간다. 박사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의 가치관까지 지지하지는 않는다. 박사한테 하는 말이나 범죄현장에서 하는 말들도 TV에서 본 몇몇 장면의 대사이기도 하다. 자신이 하는 말이 아니라.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본능적인 판단이 있다. 극 중 '배츠'는 베이비와 정반대 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인데 그래서 베이비를 그렇게 못마땅해했던 것 같다. 


3.5 의상

드라이브: 전갈 무늬가 새겨진 스카잔. 흰 티에 청바지. (+청청패션)

베이비: 흰 티에 청바지. 선글라스. 아이팟. 이어폰. 야구점퍼. (+야상)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의 인상착의가 상징처럼 고정되어 있다. 스타일이 거의 바뀌지 않는다. 특정 장면에서만 조금 다른 의상을 입는다. 두 주인공이 인상착의만 그려도 상징적인 영화 포스터가 될 정도랄까?

두 영화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주인공 간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는데 의상도 그렇다. 드라이버가 톤 다운된 느낌이라면 베이비는 톤 업된 느낌이랄까. 


4.  플롯

4.1 주인공의 자발성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이 범죄 현장의 운전수로 범죄에 가담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이 가담에는 자발성에 차이가 있다. 오프닝 배경을 이야기했듯 그래서 톤과 무게도 차이가 난다. 드라이버는 범행을 저지르려는 자들에게 의뢰를 받아서 운전수 노릇을 하는 것이고 베이비는 박사에게 책잡혀서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하는 것이다. 


드라이버는 운전수 역할을 단순히 계약관계로 여기고 건마다 일을 보지만 베이비는 범죄의 덧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드라이버와 베이비 모두 도주를 돕는 운전을 하다가 일이 꼬인다. 재미있는 것은 일이 꼬이는 이 사건에서는 드라이버와 베이비의 자발성이 반대된다는 것이다.


드라이버는 자발적으로 범죄에 가담해오던 인물이나,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하게 되자 일이 꼬이기 시작했고 베이비는 비자발적으로 범죄에 가담해오다가 일을 꼬아버릴 셈으로 자발적으로 나선다.


드라이버는 아이린의 남편인 스탠더드의 빚을 청산하는 일에 가담하게 되는데 이때는 돈을 받고 처리하는 계약이 아니다. 보수도 받지 않고 자발적이라기보다 어쩔 수 없이 '범죄의 덧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어서' 운전을 한다. 표면적으로는 스탠더드를 돕기 위해 운전을 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아이린을 위해' 운전을 하는 것이다.

베이비는 '배츠'의 무자비함 때문에 조와 데보라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됐고, 박사와 크루의 대화를 녹음해서 믹싱 한 사실이 밝혀져 자신마저 위협받게 되자 이때만큼은 "내일 건도 내가 운전하겠다"라고 나서서 말한다. 베이비는 일을 망쳐버릴 작정을 하고 운전을 하겠다고 자처한다. 범죄의 덧에서 벗어날 최후의 방법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두 인물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운전을 했다는 것은 동일하다.


영화 <드라이브> 스틸컷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스틸컷


4.2 플롯보다 영상?

<드라이버>는 <베이비 드라이버>보다 플롯보다 영상과 편집에 더 집중한 편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슬로모션 처리가 정말 일품이다. 마지막 부분의 교차편집도 그렇고 편집의 찰짐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느낌. 그래서인지 플롯 중간중간에 드는 의문점 같은 건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야만 그 찰짐을 잘 살릴 수 있었겠다고 이해하게 되는 것. 사실 <드라이브>에서 얘기하고 싶은 장면은 많지만 예전에 한 번 쓴 적이 있으니 여기까지. (엘리베이터 씬과 마지막 그림자 씬)

등장하는 인물 수와 대화 양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상대적으로 <베이비 드라이버>의 플롯이 조밀해 보인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연출도 특유의 영화 성격처럼 연주하듯 흘러가는데 거기에 감칠맛을 더하는 게 단연 베이비의 음악 플레이리스트이다. 

두 영화 모두 이야기 자체보다는 영상이나 기법, 음악 같은 외적인 부분에서 신선함이 더 컸다.


영화 <드라이브> 스틸컷 / 마지막 시퀀스


5. 마지막 장면

<드라이버>는 드라이버가 버니와의 격투 끝에 그를 해치우고 부상 입은 몸으로 시동을 걸고 운전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가 아이린에게 가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으나 두 사람의 재회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베이비는 결국 수감되고 데보라와 편지로나마 연락을 주고받다가 마침내 재회하는 장면이 나온다. 베이비가 출소하는 날 데보라가 차를 타고 그를 기다리는 장면이다. 베이비가 데보라와 로드 트립을 꿈꾸며 상상했던 장면과 유사하다. 그는 25년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5년 후 가석방 재판을 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이 장면이 역시 베이비의 상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영화 <드라이브> 스틸컷 / 마지막 장면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스틸컷 /  마지막 장면


6. <택시 드라이버>

<드라이브>는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에서 영향을 받은 느낌이 많이 난다. "피카레스크적(완벽히 선하지 않은)인 주인공이 정의를 실현한다"는 설정과 드라이빙 씬 정도. 오프닝 시퀀스가 끝난 후 영화 타이틀과 함께 나오는 드라이빙 씬이 특히 그렇다. 밤 도로를 달리는 드라이버의 얼굴에 미치는 야경 조명 같은 연출. (<드라이브> 감독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이 영화로 2011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는데 이때 심사위원이 로버트 드 니로였다는 것도 재밌는 사실_나무 위키 참조)

<베이비 드라이버>는 톤이 많이 달라서 유사성은 크게 없는 것 같다. 베이비가 정의를 실현하는 것도 아니고 주로 이야기가 낮에 전개된다는 것도 좀 다르다. 'BABY DRIVER'라는 타이틀이 등장하는 한 컷에서만 익숙함이 느껴지는 정도랄까. 오히려 <베이비 드라이버>는 <드라이브>의 솜털 버전 혹은 얼터너티브 락버전 같다.





안셀 엘고트는 <안녕, 헤이즐>에서 처음 봤던 배우인데 <베이비 드라이버>를 보니 아주 훌륭하게 자란 것 같다고 생각을.......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실제로도 음악을 믹싱 한다고 하던데 후속작에서 음악적인 면에서도 실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그리고 나의 라이언 고슬링 앓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필모 섭렵하러 이만.........





* 영화에 활용된 이미지 출처는 모두 영화 공식 dvd 입니다. 저작권은 각 영화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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