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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호 Feb 08. 2024

좋은 글은 읽기 쉬운 글이다

초등학생의 언어로, 법칙 - 사례 - 주장

좋은 글은 읽기 쉬운 글이다. (법칙)

좋은 글은 쉬운 글이다. 좋은 글은, 읽을 때 막힘이 없어야 한다. 나쁜 글은 읽을 때 걸리는 것이 많다.

이것은 진리다.

누구에게나 쉬운 글, 누구에게나 어려운 글은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은 있다.

그리고 이것이 ‘쉬운’ 글이다.


이 글의 필자가 말하듯.

고속도로처럼 막힘 없이 읽히던 글에, 과속 방지턱 같은 불청객이 불쑥 나타나면 아쉽다.

    한 두 번이면 덜텅하고 넘어가버리면 그만이지만..

    애초에 한 두 번으로 그칠 것이라면, 아예 과속 방지턱을 안세우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정말 잘난 사람은 초등학생의 언어로, 과학에서 시작해 역사를 꿰뚫고 철학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mj의 글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딱 이러하다.

그의 좋은 글들은 쉬운 언어로, 법칙에서 시작해서, 사례를 던지고, 주장으로 끝난다.

    쉬운 언어, 법칙, 사례, 주장

    이것이 정갈하고 맛난 글의 기본 요소이다.


내가 인용한 이 글의 원문 또한 같은 구조. (아, 정말 맛있는 글이다)

    법칙: 좋은 글은 읽기 쉬운 글이다

    사례: 한글과 영어가 섞여 있는 글 (Sundar Pichai가 CEO로 있는 구글이 영국 data modeling 스타트업인 dataform을 인수했다…)

    주장: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개된 공간에 글을 걸어둘 때는, 관심은 있는데 읽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작은 배려를 해도 나쁘지 않다


글의 존재 가치와 본질은,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읽는 사람이 내용을 이해한 후, 정보를 얻거나 재미를 느껴야, 그 글은 생명력을 얻는다. 그래서 글 속에서 불쑥 나타나는 장애물은 흐름을 끊고 마음에 돌을 던진다.

가격은 사장이 정하지만, 가치는 고객이 정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사용자를 생각하며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가치 있는’ 글은 1) 정보가 있거나, 2) 재미가 있는 글이다. (둘 다 있으면 당연히 좋고. 마치 서비스와 콘텐츠의 경계가 허물어지듯이)


‘값 싼’ 글은 읽기 쉬운 글이다.

    절대 함정에 빠지지 말 것. 읽기 쉬운 글이 좋은 글은 아니다.

    싸다고 다 좋은 물건이 아닌 것처럼.


읽기 쉽고 + 정보가 있고 + 재미가 있다면 ⇒ ‘맛 좋은 가성비 있는 글’

    소문난 분식집은 언제나 식욕을 돋우고 싸다. ‘김밥 한 줄에 1만원!’은 태어나서 본 적이 없다.


내 글의 가치는. 이 글을 읽을 미래의 내가 결정한다.

한 달 뒤에 읽어도, 한 달 전의 내가 온전히 이해되도록. 역사를 이해하는데, 막힘이 없도록.

아무리 거룩한 업적이 있어도, 그 역사책을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면!

    그것은 죽은 역사다. 배울 수 없을테니 말이다.

    기록의 목적은 회고이다. 회고의 목적은 성장이다.

    무한한 학습자의 자격 조건이 읽기 쉬운 글쓰기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여기까지 ‘법칙’을 알아보았다면, 이제는 사례를 알아볼 차례

읽기 쉬운 글은 어떻게 쓰는가? (사례)

자기를 낮추어 쓴 글은 읽는 사람을 편하게 한다. 자기를 높이려 쓴 글은, 읽는 사람을 바로 지치게 한다.

너무 맞는 말이다.


나는 글을 쓰는 내내,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다.

분명히! 아침에 썼는데.. 점심 먹고 읽어보면 ‘???’ 가 머릿속에 피어나는 이유이다.


미래의 나는 분명하게 지금의 나보다 높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내가 미간을 찌푸리는 이유는

    글을 썼던 그 순간에, 나 스스로를 아득히 높은 사람으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착각하지 말자. 너는 굉장히 낮다.

객관적인 데이터도 있지 않은가. 작년 습관 일지 달성률은 50% 였다. 넌 너 스스로를 정확히 2배 과대평가 한다.

2배나 낮추어야 한다.

인사할 때, 이마가 땅바닥에 닿도록 굽혀야 딱 맞출 수 있는 높이이다.

머리를 땅 끝까지 낮추어라. 그래야 2배 굽히는 거다.


글 쓰는 사람이 잘 모르고 쓰면 어려워진다. 뜻은 가상할지 모르나 성공 가능성이 없는 노력이다. 글쓰기의 정직성은 자기가 아는 만큼, 딱 그만큼 쓰는 것이다. ‘아는 척 글쓰기’의 유혹을 물리치고 ‘아는 만큼 글쓰기’를 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반성하건대 나도 ‘아는 척’ 자주 한다.

아.. 뼈를 맞았다.

    그래. 니시노를 아무리 mj한테 어깨 넘어로 많이 들었어도.

    <혁명의 팡파르> 원문을 읽지도 않고 니시노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 것은.

    ‘아는 척 하는 글쓰기’ ‘나 좀 잘났으니까 구독해’ 밖에 되지 않는 것이었다..


솔직하자.

정직하자.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쓰자.

회사에서는 백날 ‘서로에게 솔직하자’ 라고 하지 않는가? 너부터 잘해라 자식아.


나보다 훨씬 ‘좋은’ 글을 쓰는 이 글의 필자도, 말미에 솔직한 고백을 하지 않았는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지 말자.

지금보다 똑똑할 미래의  앞에서 잘난척 하지 말자. 너 진짜 우습다.


개념어를 많이 쓰면 어려워진다.

‘평이하다’ → ‘쉽다’, ‘상이하다’ → ‘다르다’

글을 잘 못쓰는 사람의 공통점.

    ‘글을 있어 보이게 하려고, 알고 있는 최대한 어려운 개념을 가져다 쓴다’

    ← 내가 정확히 그랬음.


너는 공대생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국어와 영어를 1도 공부하지 않았던 공대생.

너가 친숙한 개념은 물리학 선생님한테나 친숙한 것이다. 넌 물리학 선생이 아니다.


너가 발표를 잘한다고 칭찬 받는 이유는,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핵심만 있는 자료로,

    청중을 진정으로 배려했기 때문이다.


미친놈 소리 들을 정도로 청중을 생각하지 않았는가

    모든 청중과 눈 마주치기는 기본. 내 발표 순서에 갖게 될 청중의 피로도.

    붙어 있으면 발음이 뭉개지는 단어 조합, 불연속적인 된소리 사용, 등등


글을 쓸 때에도 미쳐보자!

    발표 능력 하나 만으로 연구 팀에 join 했던 것처럼. 글 쓰는 능력 하나만으로 미래의 내가 만들 팀에 join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쉬운 단어로만 써보는 거다.

미래의 나는 성장하겠지만, 어휘 능력 만큼은 단 하나도 성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말이다.


내 글을 읽고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끈질기게 물어보는 가상의 독자, 산파가 늘 내 곁에 한 명 있다면? 글을 쓰면서 자꾸 어렵게 흘러간다 싶을 때 그가 지적하고 나선다. “이 문장이 무슨 뜻이지?” “왜 하필 그 개념어를 써야 하지?” “이 표현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표현을 쓸 수 있잖아?” “문장이 너무 복잡하게 꼬여 있는 거 아닌가? 좀 단순하게 나눠보면 어때?” “글 쓰면서 왜 그렇게 잘 난 척 하고 싶어 하지?”

어후, 이 필자가 던진 물음 모두가 ‘정말’ 유용한 질문들이다. (역시나 뼈아픈 조언이다..)


이것 역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상당히 무지했을, XREAL 회장 시절, 내가 그나마 잘했던 것은 ‘질문’

미래의 에 비하면, 상당히 무지할 현재의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질문’이다.


내가 가장 멍청했을 시절을 떠올릴 필요도 없다.

지금의 내가 가장 멍청하다.

지금의 내가 이해할 수 있다면, 성공이다!



이제 정리하며 나의 주장을 펼쳐보자

정리해보자 (주장)

줄이고 줄였다. 딱 2개의 원칙만 지키자.   

    1. 법칙, 사례, 주장을 담자.

    2. 질문하자.            

        본 글의 질문 예시가 너무 좋아서 싹 다 복붙                    

            이 문장이 무슨 뜻이지?           

            왜 하필 그 개념어를 써야 하지?           

            이 표현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표현을 쓸 수 있잖아?           

            문장이 너무 복잡하게 꼬여 있는 거 아닌가? 좀 단순하게 나눠보면 어때?           

            글 쓰면서 왜 그렇게 잘 난 척 하고 싶어 하지?


단순히, 2개의 글만 읽고 이렇게 생각을 정리했는데도, 내 글이 한 층 좋은 글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여는 순간부터, 마지막 스크롤을 내린 그 순간까지 도파민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수단이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닐까?


나의 목적은 ‘과거를 들춰서 회고하는 것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주 큰 문제가 맞다.


너무 못했던 것이라서, 아주 조금은 수단을 목적으로 삼아도 좋다는 생각이 들지만...


본 목적을 상기하는 것은 언제나 옳다!   

    0. 있는 그대로. 절대로 예쁘게 꾸미지도 깨끗하게 씻지도 말자. ⇒ 0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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