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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실 Jan 08. 2021

난제

영화 리뷰 <라이프 오브 파이>

 신을 왜 믿는 걸까? 영화 초반에 나는 전부터 가지고 있던 마음속 질문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왜 모든 시련은 신이 준 시련이고 내가 악을 써 시련을 극복하면 신이 도와준 거라며 모든 공을 그분에게 돌리는 건지, 그렇게 모든 일들이 신에 의해 생겨나고 해결되는 거라면 내가 굳이 왜 존재해야 하는 건지 난 어릴 때부터 신에 대한 무궁무진한 의문을 갖고 있었고 신을 믿는 사람들을 싫어한 건 아니었으나 이해는 하지 못했다. 파이의 아버지처럼 나는 이성을 더 따르는 사람이었으며 내가 아플 때 날 고쳐주는 건 신이 아닌 병원이란 걸 알았다.





같이 구명보트에 탄 얼룩말과 하이에나, 바나나로 만든 튜브를 타고 온 오랑우탄, 그리고 뱅골 호랑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난 완벽히 믿었다. 영화는 망망대해에 대한 환상을 심어 줄 만큼 아름다웠다. 리처드 파커가 파이에게 점점 훈련돼가는 모습

을 보며 안정감을 느꼈다.



 해피엔딩으로 리처드 파커가 밀림 속으로 돌아가고 파이가 구조된 모습을 보며 신비로운 망망대해 판타지 영화구나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이야기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반전이었으며 엄청난 깨달음을 얻게 해 줬다.


 파이의 말 대로 나는 리처드 파커 이야기가 더 좋았다. 흥미로웠고 독특했고 왠지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그런 감정이 들었다. 신도 마찬가지였다. 신을 믿고 안 믿고는 각자의 관심이자 가치관이다. 파이는 여러 신을 믿고 있다. 저마다 다른 신들을 믿는 것도 오로지 그의 관심에 따른 선택이다. 그걸 이해를 못하고 의문을 가지는 것 자체가 의문이었다. 신을 믿고 안 믿고는 오늘 그가 아침밥을 먹을 건지 안 먹을 건지 처럼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선택이다. 왜 아침밥을 안 먹냐며 그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던 과거에 내가 부끄러워졌다. 신을 믿는 게 더 이상 나에게 난제로 남지 않게 해 준 이 영화가 고마웠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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