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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샘달 엿새 Aug 17. 2020

글을 쓰는 이유

지키고 싶어서 쓴다

새해 다짐을 8월까지 지켜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20년을 시작하며 내 삶에 글쓰기를 더할 때만 해도 구체적인 이유를 몰랐다. 단지, 그냥 글을 쓰고 싶을 뿐이었다. 이 마음 하나로 글쓰기를 시작했고, 남들에게 알려야 오래 할 것 같아서 블로그에 공개했다. 지금껏 나를 얽맨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은 글을 쓰고 싶은 열망을 이길 수 없었다. 마음의 소리에 따라 글을 써보니 초반에는 쓰는 행위 자체에 기쁨이 가득 찼다. 오직 나만이 아는, 삶의 원천을 찾은 것 같았다. 바닥난 글감을 찾기 위해 고민하기도 잠시, 어느 순간 일상에서 글 재료를 발견해 모아두었다. 어떤 날은 글이 술술 잘 써진다고 착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내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는 것 같아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힘이 부치는 시기가 찾아와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일어섰다. 진정 견디는 힘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을 쓰면서 계절이 몇 번 바뀌니 비로소 내가 왜 글을 쓰는지 알 것 같다. 나에게는 글로써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나를 지키고 싶어 쓴다.     


글을 쓰는 것은 나를 알아가는 행위다. 내면을 돌보지 않았던 과거는 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모르고 살았던 시절이다. 타인의 시선과 말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정작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되자 내 안 깊숙이 자리한 본연의 내가 꿈틀댔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생명을 품에 안으니 당황스러운 순간이 생겼다. 육아가 계속될수록 점차 혼란스러웠다. 이를테면,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상태에서 아기를 먹이고 재우고 챙기는 것은 고도의 인내가 필요했다. 이기심과 모성애의 충돌은 내면의 갈등을 초래했고 어느 순간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나의 행복을 찾게 되었다. 내면에서 폭발하는 감정과 생각을 글로 써보니 두려움으로 둘러싸인 내가 한 겹씩 벗겨졌다. 내가 왜 힘들어하는지, 왜 화를 내는지 알게 되었다. 보통 이유는 별 게 아니었는데, 그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평온을 찾았다. 이 외에도 글을 쓸수록 나라는 우주를, 내 안의 세계를 알게 되는 것 같다. 이는 오로지 나만이 지켜내는 영역이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어 쓴다.     


알고 보니 행복에 둘러싸였다. ‘그땐 그랬지.’ 지나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그때의 행복, 다시 생각하면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방증임을 깨달았다. 부모님, 남편과 아이를 비롯한 우리 가족, 마음을 나누는 친구,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 모두가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잃고 싶지 않다. 이야기와 웃음, 교감의 순간을 영원히 남기고 싶다. 함께하면 마음에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 같은 행복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은 망각을 부추긴다. 애써도 자꾸 흐릿해질 기억을 한 조각이라도 더 잡고 싶기에 오늘의 행복을 글자로 복원시키려 노력해본다. 글을 쓴다는 것은 소중한 이들을 지키는 나만의 방법이 될 것이다.               



선량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 쓴다.     


세상이 각박하다 말해도 좋은 사람이 더 많다고 믿는다. 때때로 선함은 꽃씨가 되어 세상에 널리 퍼진다. 지난 2월, 코로나 19가 처음 유행할 때 생업을 뒤로하고 달려간 의료인들이 그랬고 이름 모를 선인들의 기부 행렬이 그랬다. 그저 뉴스 한 줄로 보도하기에는 너무나도 고귀한 사연이 많다. 그 가치는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 마음은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과거 낯설기만 한 사회초년생 시절, 먼저 다가와 말동무가 되어주신 미화 담당 여사님께 감사했고 밤을 새운 아이의 울음에 걱정해주시는 옆집 아주머니께 감동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대중교통과 길거리 등에서 우리 아이를 배려해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그 마음을 기억하는 나만의 방법은 글을 쓰는 일. 글로써 그분들의 마음을 지키고 싶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나 자신과 타인이 가졌지만 볼 수 없기에 놓치기 쉬운 가치를 지키고 싶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보이지 않는 진가를 활자로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글로써는 뭐든 가능하니까. 어설퍼도 문제없다.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오늘도 내 글에 희망 한 줌을 더하려 애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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