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샘달 엿새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 주된 글감은 아이와의 하루였다.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 얼마만큼 자라는지를 내 글로 기록하고 싶었다. 일종의 육아 일기인 셈이었는데, 과거 기록한 방식과 다른 점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가져와 구상하고 1000자 내외로 쓰는 연습을 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매일 글을 쓰니 차곡차곡 쌓이는 기록에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어떤 날은 쓸 이야기가 없어 난감한 경험도 있다. 그것도 잠시, 글을 쓰지 않는 순간에 떠오르는 기억을 메모해 모아놓고 하나씩 꺼내 썼다. 내가 원해서 글을 써보니 생소한 묘미가 있었는데, 기억이 흐릿하더라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때 상황이 또 다른 기억을 불러와 그 순간을 재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 매력은 글을 계속 쓰고 싶은 원동력이 되었다.
네가 태어난 시샘달 엿새는 내가 너의 엄마가 된 날이다. 엄마는 앞으로도 너와의 하루를 이어가는 글을 쓰겠다. 엄마의 수필로 남겨놓는 기록은 훗날 너의 역사가 될 것이다. 그 역사는 너라는 생명의 소중함과 너를 향한 사랑이 담겨 오늘과 미래를 살아갈 희망이 될 것이다. 물론, 엄마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도 괜찮다. 순전히 엄마가 원했기에 시작한 글이기에, 너와의 시간을 남기며 행복을 느낀 그 자체만으로도 좋으니까. 네가 훌쩍 커버린 미래에 아기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지금 작성한 글을 뒤적이며 다시 기쁨을 느낄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난 좋다.
아울러,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피어오르면 나 자신에게 묻거나 따지지 않고 글을 쓸 것이다. 글은 쓰면 쓸수록 다른 글을 불러온다. 이를테면, 나를 돌아보면서 혹은 주변을 관찰하면서, 추상적으로 느껴진 '생각’에 대해서도 글을 쓰게 된다. 이 중 가장 설레는 것은 새로운 꿈에 대한 글인데, 그간 잠자던 가능성에 열정이 지펴져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좋아하는 일을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심지어 그 일이 '글쓰기'라니 행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