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단순히 말 잘하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

면접관 앞에서 버럭! 한 취준생

by 시샘달 엿새

신입사원 채용 과정은 대체로 서류심사 - 필기시험(인·적성, 논술) - 면접전형의 단계로 진행되었다. 물론 필기시험을 생략하는 곳도 있고 면접 유형도 기업별로 달랐다. 면접은 보통 1차 실무진 면접 - 2차 임원 면접으로 이어지나, 단 한 번으로 끝내기도 3차까지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취업 준비 초반에는 면접만 가면 반드시 합격할 것 같은, 근거가 잘못된 자신감이 샘솟았다. 대학 내내 조별 과제를 발표하면서 말하기는 단련되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만에 갇혀 면접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른네 번의 면접에 참여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회사는 ‘단순히’ 말 잘하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




모 은행에서 필기시험 합격 통보를 받아 최초로 은행 면접에 참여하게 되었다.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특별한 준비 없이 순전히 말재주와 자신감만 믿고 면접장에 들어갔다. 무표정 면접관 네 분이 계셨다. 짧게 자기소개를 하고 자소서에 작성한 내용을 위주로 개별 질문이 오갔다. 내 차례가 되었다.


면접관 : “OO 은행에 필요한 신규 상품을 제안해 보신다면요?”
나 : “고객의 꿈과 연계한 적금 상품을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면접관 : “그거 이미 판매하는 상품이에요.”
나 : 네? (몹시 당황) 아직 고객들이 많이 모릅니다. 중요한 건 브랜드입니다. 상품을 만들면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해야죠!!!


내가 미쳤던 걸까. 난데없이 면접관 앞에서 화를 내버렸다. 면접관들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순간 내 서류에는 엑스가 쳐졌을 것이다. 이렇게 버럭대는 애송이를 뭘 믿고 창구에 앉힌단 말인가. 한동안 그 상황이 떠올라 이불킥을 해댔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아, 그렇습니까? 제가 미처 확인을 못 한 것 같습니다.”라면서 여유롭게 웃어넘기고 싶다.



돌아보니 그 이유만으로 탈락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면접 경험이 쌓일수록 지원자와 차별되는 나만의 경쟁력이 없는 느낌이었다. 함께한 이들은 나처럼 서류와 필기를 통과한 사람들이었다. 그들도 자격증이 있고, 학회 활동이나 은행 인턴 같은 금융 관련 경험이 많았다. 왜,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가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대답은 면접관의 흥미를 절대로 끌어낼 수 없었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은 면접 합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회사가 찾는 사람이 나.여.야.만 하는 이유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면접 질문도 자기소개서 문항과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대면을 통해 지원자의 진실성과 의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 같았다. 아울러 서류로 확인하기 어려운 지원자의 업무 역량과 조직 생활의 모습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면접이란 기업별로 방식만 조금씩 다를 뿐 ‘개인, 역량, 협력’을 중심으로 업무 수행에 대한 잠재 능력을 평가하는 과정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서른네 번의 면접에 참여하면서 겪어본 유형을 정리해보자면,



(인성 면접)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이 일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한 건지, 왜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지, 남들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10년 후 꿈은 무엇인지 등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것 같았다. 보통 면접관과 지원자 여러 명이 함께하는 다대다 면접이 많았지만 가끔은 면접관 여러 명이 지원자 한 명과 면접을 진행했다. 인성 면접의 관건은 솔직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면접관들은 지원자들의 화려한 말솜씨가 아닌 말속에 담긴 진심을 찾으려 한다.

(발표 면접) 면접관 앞에서 주제에 관한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이다. 시사 이슈나 업무 관련 주제를 주면 내용을 정리해서 면접관 앞에서 발표했다. 발표 도구로 화이트보드나 전지, 미리 준비해온 파워포인트를 이용했으며, 빈손으로 3분 스피치를 한 적도 있다. 때에 따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 면접은 평소 시사상식과 지원 분야에 대한 이슈 사항, 회사에 관련한 내용을 숙지하고 두괄식으로 핵심을 담아 자신감 있게 발표하는 모습이 중요한 것 같았다.

(토론 면접) 타인을 어떻게 설득하는지 보여주는 시간이다. 이슈 사항을 놓고 찬성과 반대로 나눠 본인의 생각을 펼쳤다. 토론 면접의 핵심은 설득력이다. 상대편이 ‘아~’하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논리를 펴야 승률이 높았다. 이미 다른 사람이 언급한 내용은 식상하므로 다른 논리를 생각하거나 아주 좋은 사례를 제시하면 이목을 끌기 좋았다. 태도가 중요했다. 상대를 무시하는 발언은 삼가고 예의를 지키되 젠틀한 한 방이 필요하다 느꼈다.

(합숙 면접) 회사 연수원에서 진행하는 합숙 면접에 참여해봤다. 1박 2일간 지원자, 면접관들과 생활하면서 나의 모든 것을 관찰당하는 기분이었다. 위에 언급한 면접을 기본으로 금융 상품을 팔아보라는 세일즈 면접, 지점의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 제시 등 문제 해결과 업무 역량을 복합적으로 평가받는 느낌이었다. 여담이지만, 팀별 장기 자랑을 준비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슈스케(슈퍼스타 K, 당시 유행하던 오디션 프로그램)도 아니고 왜 면접에서 장기자랑을 하는 건지 짜증이 났는데 아마도 이 과정에서 팀원들과 어떻게 협력을 하는지를 지켜봤을 것이다.

(최종 면접) 마지막 관문이다. 면접관은 임원진으로 구성되고 다른 면접에 비해 짧은 시간 동안 인성, 가치관, 장래성 등을 통합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영역은 답이 없었다. 내가 이 회사에 어울리는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단계이기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채용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 선택을 기다리는 덤덤한 자세가 필요했다. 설령 선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인생의 어떤 순간도 쓸데없지 않다. 지나고 보니 최종 탈락의 쓸쓸함, 당혹감, 열등감이 훗날 에너지가 되었다. 떨어지더라도 다시 도전하면 된다.


면접을 앞두고 지인으로부터 조언을 많이 들었다. 편안하게, 이웃집 아저씨와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막상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면접은 별로 없었다. 면접 역시 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는 점을 어필하고 서류와 필기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나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는 기회이기에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눈빛을 보면 진실함이 드러나고 말투를 보면 사람됨이 드러난다.



채용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분께서 전해주신 말씀이다. 면접 때는 평상시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과 솔직한 모습을 웃는 얼굴로, 예의 바르게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입사를 위한 준비뿐만 아니라 진실함과 사람됨도 면접장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면접 초반에는 준비되지 않았기에 당연히 떨어졌다. 어린 마음에 결과만 두고 자존심에 멍이 들었다. 서류와 필기시험을 넘어 간신히 얻은 기회인데 그마저도 날아가니 나는 서서히 시들어갔다.


취준생 시절 면접 팁을 받아적은 수첩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그렇게 떨어지던 면접인데 내가 어떻게 취업에 성공했을까? 공공기관 입사를 목표로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면접 합격 소식도 이어졌다.




다음 이야기 : 면접 합격을 위한 몇 가지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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