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5월이 참 좋아

신록의 채소로 만드는 샐러드

by 시샘달 엿새

계절을 잊고 살다 조심스레 움트기 시작하는 요즘이다. 꽃잎을 날려버린 바람도 한결 보드라워져 창문만 열어도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시장에 가면 초록 푸성귀가 가득하다.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믿지 못할 가격으로 장바구니를 가득 채울 수 있다. 이래서 엄마들 손이 컸나. 조금씩 따라가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시들어버리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신록의 선물을 만끽하기로 한다. 이래서 5월이 참 좋아.



요즘 고기 굽기를 열심히 연구 중인 나의 그는 여러 자료를 조사한 후 실행에 들어갔다. 동시에 나는 고기에 곁들인 채소를 고민해 봤다. 냉장고에 늘 있는 토마토와 오이, 새로 장 본 양파와 양상추로 샐러드를 만들기로 했다. 이 조합으로 간단한 샐러드를 만들어 스테이크처럼 구운 고기에 곁들이면 꽤 잘 어울린다. 방법은 참 쉬운데 제철 채소로 해야 맛있어서 완연한 봄부터 여름까지 자주 해 먹는 요리다.


양상추는 씻어서 찬물에 담가놓고 오이양파도 씻어서 껍질을 벗긴다. 토마토도 깨끗이 씻어 놓는다. 오이는 또각또각 동그랗게 썰어도 되고 어슷어슷 썰어도 되고 손가락 길이처럼 썰어도 된다. 그날 느낌대로 그냥 마음대로 썬다. 오늘은 동그랗게 썰었다. 양파는 얇게 썰었다. 햇양파를 까는데 너무 매워서 굵게 썰었다가는 야단날 것 같았다. 양파링처럼 동그랗고 얇게 썰어 찬물에 담가 매운맛을 없애도록 한다. 토마토는 꼭지를 떼고 반을 갈라 3등분을 해서 한 번씩 더 잘라줬다.


드레싱은 올리브유, 식초, 소금이면 된다. 그릇에 올리브유 2큰술, 식초 2큰술을 넣고 소금을 조금 뿌려서 골고루 섞었다. 맛을 보고 괜찮으면 통과시키고 아니면 부족한 맛을 채운다. 올리브유가 너무 진하거나 식초가 너무 시면 맛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울 수 있어서 조금씩 넣어가며 드레싱을 만들면 된다. 식초는 양조식초를 사용했다.


깨끗한 접시에 양상추의 물기를 털어 한입 크기로 떼어 놓는다. 이 채소를 마주할 때면 칼 아닌 손으로 뜯어야 갈변이 없다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 위에 아까 썰어놓은 오이, 토마토를 느낌대로 올리고 그 위에 동그란 양파링을 얹었다. 먹기 전에 드레싱을 휘 둘러도 되고, 아니면 볼에 이 채소를 다 담고 드레싱을 뿌려 골고루 살살 무쳐도 괜찮다.



뷔페에 가든 여행지에서 조식을 먹든 샐러드는 늘 패스했던 음식이었다. 대체 저 풀을 왜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입맛이 확장되면서 샐러드가 곁들여주는 맛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드레싱의 맛도 점차 알게 되면서 특히, 이렇게 스테이크처럼 고기를 굽는 날에는 이 요리를 자주 올리게 되었다. 돼지고기나 아주 오랜만에 한우를 구울 때는 고춧가루를 뿌린 채소 무침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어머니 댁에 가면 아침마다 이 샐러드를 무쳐주신다. 처음 먹었을 때 새콤하면서 간도 되어 있는, 그리고 올리브유의 향도 느껴지는 이 샐러드의 정체가 궁금했다. 어머니께서는 세상 쉬운 샐러드라며 기름, 식초, 소금 이 세 가지만 있으면 금세 되는 거라고 휘리릭 만들어 주셨다. 옆집 아주머니의 텃밭에서 따온 상추가 많으면 그날은 상추로 해주셨고, 초록색 잎채소가 없으면 없는 대로, 알록달록 방울토마토도 올라오기도 하면서 아침을 가볍게 시작했다. 다른 건 다 대체되어도 양파는 꼭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셔서 양파는 꼭 챙기는 중이다. 어느 날 보라 양파를 이 요리 위에 올리면 더 예쁠 것 같아서 충동적으로 사기도 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신록을 담은 이 접시가 참 예뻐서 계속 바라보고 있다가 먹기 바로 전에 드레싱을 뿌렸다. 아, 아름다운 5월이다. 반갑다. 정말 오래 기다린 것 같다. 푸릇 상큼한 이 요리와 첫 시도에 큰 성공을 거둔 고기가 어우러져 접시 위 커다란 행복을 천천히 마주하기 시작했다. 아! 창문을 열어 오늘 점심 메뉴에 바람도 한 점 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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