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함수 왜 배우는 거예요?

로그함수에 대한 질문이 바꾼 삶

by 시샘달 엿새

찬바람이 사라지고 초봄의 햇살이 그늘에 쌓인 눈도 서서히 녹여가던 계절이었다. 얼음이 물이 되어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에 둘러싸여 그 덕에 질척거리는 운동장을 옆에 두고 나는 교실에 있었다. 앞에는 시종일관 수업만 진행하시는 수학 선생님이 계셨고 수포자(수학 포기자) 대부분과 그래도 하려는 자 몇 명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집중하느라 그곳에는 판서 소리만 가득했다. 내 책상에는 수학 I 교과서가 펼쳐져 있었고, 나는 선생님의 설명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현듯, 이상하게, 몹시 짜증이 솟았다. 수학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이게 뭔데 우리는 여기서 왜 수학 I을 공부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를 지배하는 로그(log)는 뭔가, 수학에 문자란 웬 말이냐. 우리가 어른이 되어도 이게 유용할 것인가. 우리는 왜 수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가.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난 왜 이해를 못 하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행렬은 나를 절망의 절벽 끝으로 몰았고 나 역시 수포의 길로 들어서려던 참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수학이 갑자기 어려워진 때는 문자가 은근슬쩍 껴들면서부터였다. 어느 날 필체도 멋있어 보이는 χ(엑스)라는 애가 튀어나오더니 또 은근슬쩍 α(알파), β(베타), ω(오메가)까지 연이어 나타났다. 이 문자에 맞는 숫자를 구하는 과정은 어찌나 험난하던지 하나만 구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심지어 여러 개의 미지수를 찾으라고 했다.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함수는 또 어떤가. 말도 어려운 그 함수는 아무리 친절히 설명하려 해도 거부감이 들었는데 삼각함수까지 가보니 보기만 해도 멋스러운 그래프만 관찰하기 바빴다. 모의고사 때 100분 정도 주어졌던 수리영역 시간에는 시간이 남아도는 친구들이 많았다. 다들 수기로 풀 수 있는 문제에만 집중하고 모자란 잠을 채워 넣는 이상한 시험 시간이었다. 아무리 문과라해도 한 반에서 수학을 놓지 않은 친구들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참 설명하기 어려운 교육의 현장이었다.



처음부터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나도 수학 잘하고 싶었다. 고1 때 수학의 정석에서 집합 부분만 너덜거리도록 들춰봤는데 타원형 그림을 그리는 재미가 꽤 쏠쏠했던 것 같다. 흥미는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다. 처음에만 열중한 나머지 집합의 기억만 또렷하고 그 뒷단원은 뭐였는지 가물거린다.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새로운 문제집도 여러 번 바꿔가며 내가 이걸 이해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외운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이 채울 수 없는 결핍은 내 이상형을 ‘수학 잘하는 남자’로 이어지게 했다.



아무튼, 나는 또 수학 I이 밑도 끝도 없이 싫어지려 하던 찰나, 나도 모르게 어디선가 용기가 불쑥 튀어나와 무의식이 조종하는 것 같은 질문을 했다.


“선생님, 로그 대체 왜 배우는 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어요.”


그 이유를 알아야만 난 이 머리 아픈 로그함수의 늪에서 빠져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질문과 동시에 갑자기 현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아뿔싸. 내가 무슨 소리를 한 건가. 잠깐 졸아서 잠꼬대한 것인가!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런 소리를 했는지 나에게 혐오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눈치로 살펴본 선생님의 얼굴은 반전이었다. 늘 무표정의 얼굴이셨는데, 세상 인자한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고 계셨다. 이런 표정이 더 무서운데. 교무실 직행인 건가. 잡다한 생각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진정 자상한 표정과 말투로 로그를 왜 배워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계셨다. 그 자상하신 모습만 또렷하게 남고 설명해주신 이유는 가물거리는데, 아마도 큰 숫자를 편리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로그함수를 쓴다고 설명하셨던 것 같다.



선생님의 설명이 끝난 그 순간부터 로그함수는 새롭게 다가왔다. 이유를 알게 되니 실체가 보이는 것 같았다. 참 어려웠던 지수함수와 로그함수와의 관계가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내게 수학 I은 선생님 덕분에 그간 배웠던 수학보다 훨씬 더 말랑말랑하게 느껴졌다. 등차 등비수열, 알고리즘, 멱급수, 팩토리얼! 확률과 통계까지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수학의 세계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선생님과 반 친구들의 사이도 좋아서 수업 중 노는 시간이 생기기도 했다.



질문하라고 한다. 답은 틀려도 질문을 틀리지 않는다고. 인생은 질문해야 풍요롭고 단단한 삶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한다. 내가 만약 수학 시간에 로그 함수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수학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고 세상의 모든 학문에 의의가 있음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친절하게 답변해주신 선생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다. 질문을 권하지 않는 사회에 살다 보니 궁금한 것도 자연스레 소멸하며 생각하지 않는 삶을 이어왔는데, 수학 선생님만큼은 달랐다. 지금도 이렇게 기억하는 걸 보면, 정말 내 생각을 바꿔주신 분이다.



고3 때도 수학 I을 무한 반복하며 나름 좋은 성적을 얻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학 때는 그 성적이 반영되지 않았다.그렇게 수학도 졸업한 줄 알았는데 상경대학으로 진학하며 경영경제수학이나 경영과학이 또 수학의 향기를 맡게 했다. 어려웠다. 그래도 싫지 않았다. 그때 그 질문과 내게 수학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 선생님 덕분에 특히 학문을 바라보는 인생의 시야가 확장된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