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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U Mar 15. 2022

Tequila Sunrise

트리거 주의) 3년 전 선생님은 공의존이었던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 네가 살겠다는 마음이랑 내 아픔을 교환할 수 있다는 뜻이야.


당신이 -하는 게 싫은데 그럼 자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잖아요.


- 네가 자살하려고 하면 나는 아프고 힘들거든. 그게 반대되는 것 같아서 그랬니.


당시에는 그렇게 이해했어요.


- 나는 며칠 전에 그 일들로 네가 살게 되는 마음을 가진 게 좋았어. 근데 네가 그렇게 해서 난 아팠잖아. 내가 아픈 영향으로 네가 살려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또 그런 일이 있어서 내가 아프더라도 네가 살았으면 해서. 그뿐이야. 이해했니.


당신은 이용당했다고 느껴요? 


- 아니. 그렇진 않아. 네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니. 원인 결과를 그렇게 따지면 안 됐는데 내가 그렇게 한 거고, 그만큼 네가 그 마음 먹은 게 기뻐.


당신이 하는 말 희생적으로 들리는 건 알아요?


- 알아. 근데 그래도 돼.


자살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확신이 언제 또 사그라들지도 모르고 다시 당신을 아프게 할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 생각에 죽고 싶다면서 밤새 울게 만들지도 모르고요. 당신은 그런데도 그래도 된다고 하는 거예요? '내가 아파서 네가 살 수 있으면 그렇게 해' 이거잖아요 당신은. 


- 그래 맞어. 근데 교환을 꼭 해야 한다면 그게 낫다고 생각했어. 내가 몇 번 말하고 이끌었던 것보다 지금 네가 훨씬 더 좋아 보이니까. 우습니... 근데 살아야 하는 걸 어떻게 하겠어. 그래도 난 먹을 약이 있잖아. 그러니 괜찮겠지.


죽으려고 한 이유가 그런 것 때문이었어요. 남 붙잡고 같이 끌고 들어가서 다 갉아놓고 다시 살자고 지랄하는 거. 그거 살자고 의지 갖으면서도 죄책감 들어요. 근데 죽지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렇게 괴롭혀놓고 혼자만 죽어버리면. 그 사람이 억울하니까. 근데 어떻게 당신이 이용당하겠단 말을 스스로 해요.


- 죄책감 드는 거 알어. 근데 나는 괜찮다고 하잖아. 난 처음부터 이용하라고 했어. 이런 것까지도 생각 안 한 건 아니야. 사람이 원래 그래... 남 빨아먹고 살다가 혼자 살 수 있으면 그때 또 잘 살면 돼. 적절히 미안해하고 적절히 갚아주면 돼.


괜찮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거잖아요 당신은. 전에 당신이 아파서 아프다고 했을 때 위로도 없이 오히려 더 지랄했던 거 알잖아요. 이 빡대가리가 이해하기에는 진짜 이상해요.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고 자선 그런 것도 아니라면서. 당신은 왜 희생하려고 해요.


- 그래 그때는 좀 슬프고 아팠어. 근데 그것도 이해했어. 너는 너 품기도 아파하는 사람인데 내가 많은 걸 안겨준 거잖아. 안 아프면서 너랑 있을 수 있다는 생각 안 했어. 대신 나는 그 아픈 걸 관리할 수 있으니 너보다 아주 조금 넓은 사람이라고 쳐 주자. 널 받아들이고도 괜찮은. 그러니까... 느리게 길게 가잔 말이야. 괜찮니.


- 신기한 게 가끔 너랑 있을 때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해.


갑자기... 이유는요.


- 그게 내가 영화를 볼 때도 그러거든. 아무 관련 없는 영상 막 그냥 인간이 걸어가도 눈물이 나려고 해. 감정이 고인다 그래야 하나... 아무튼 확 쏠릴 때가 있어.


그게 슬퍼서 우는 게 대부분이겠죠.


- 그건 모르겠다. 그걸 난 우울증 이후로 고장이 났다고 표현하는데 네가 내 감정을 가끔 자극하나 봐.


사람들이요. 가끔 그런 걸 나한테서 물들었다, 젖었다, 고 표현해요. 


- 난 원래 고장난 인간이라서 물든 것 같진 않아. 그냥 반응인 거지, 널 보면 가끔 그렇다는 건.


- 살아야 해. 어려우면 머리 속을 까맣게 페인트로 칠하고 이 글자들만 떠올려. 내 어떤 말도 네가 자살하는데 도움 주고 싶지 않아. 다 해도 상관없으니까 죽지 마. 헛소리하고 선 넘고 원점으로 돌아와도 상관 없는 거 알잖아 이거 앞에서. 죽지 마. 부탁이야. 너랑 같이 살아야지. 할 일들이 많아.


화 많이 났으면서 왜 화를 그만큼 안 내요 


- 왜 화를 안 내냐고... 진짜 죽을까 봐 무서워서 그런다. 홧김에 뭐라도 저지를까 봐 손 떨리고 눈물 나. 

웃기니. 겨우 몇 번도 안 본 인간이 이러고 있는 거. 그래서 그렇게 고집 부려가면서 안 죽는단 소리도 못하니. 안 죽는다고 그러고 네가 죽어도 난 몰라. 계속 기다리겠지. 내가 계속 남아있는 한. 그래도 그렇게 내가 해 준 게 많으면 넌 죽지 않기라도 해야지 어떻게 그러니. 우리 둘이 가까워지면 결국 남는 거 허무함 뿐이야. 둘 다 나눠줄 것 없는 사람이야. 옆에 있는 사람 죽었는데 더 괜찮을 사람 같은 건 없어. 자살은 아주 조용한 폭탄 같다고 생각해. 나한테도 너한테도 있어 그게. 너 하나 불 붙여서 터진다고 내가 안 터지겠니. 


당신한테 뭐예요 나는 


- 옆 사람이지. 객식구 정도. 한 배 탄 사람.

 

왜 그렇게 가까워요 


- 그 정도도 안 되는 줄 알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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