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어느 날 했던 대화가
그게 마지막이 될 걸 알면서도 하는 대화가, 꼭 부질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이런 얘기였어요.
***
- 인사할 수 없어요. 우리에게 마지막이라는 건 없어요.
왜?
- 안녕을 말하기에는 당신은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고 또 당신을 지난하게 만드는 것들을 저주해요. 당신이 거기에서 벗어나는 선택지는 없는 걸까? 보내기 싫어요.
좋은 것만 할 수는 없으니까.
- 좋은 것만 향유할 수는 없을까. 그게 어렵다고 해도 당신을 괴롭게 만드는 것들에서 탈출하는 시도는 어떨까요. 저는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요
다정하기도 하지. 누군가는 도망치지 말라 하고, 누구는 도망치라고 하네.
- 도망은 가끔 최선이 되기도 해요. 아프지 말아요.
좀 더 사랑하는 쪽에 다정하라고 했었는데.
- 저는 당신도 사랑해요. 당신이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아요. 저는 당신의 안녕을 바라요.
사람을 사랑하니? 아프겠다.
***
이러다 이름이 닳아 없어지면 그땐 어쩌지?
-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요 우리.
***
행복하댔지.
- 네 그랬죠
지금도 유효하니.
- 네 저는 늘 행복하고 또 행복하고 싶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
- 저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난 나쁜 사람은 아주 잘 알아봐. 너는 아니야.
- 저를 몰라보니까 당신은 아직이에요.
얼마나 나쁜데?
- 아주 무지막지하게요.
보고 싶네.
- 당신한테는 안 보일 거예요.
***
솔직할 수 없는 지금이 좋니.
- 네. 제가 견딜 수 있는 한은 지금이 좋아요.
솔직하면 견딜 수 없어?
- 네.
- 시간이 늦었어요.
- 저 자고 싶어요.
네가 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을 해 줬다는 걸 알아.
- 앞으로도 더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