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시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다 지나간다. 다 지나가고야 만다는 점이 외로워 버리는 것이다. 이런 외로움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너 얼마나 외로우니 나는 이다지도 외롭단다, 우리 세월 지나가는 이야기 할래? 하고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분개하고 사소한 실수에 웃고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견뎌야 하는 외로움이다. 어차피 다 지나가서 사라지고야 말지만, 이것 저것 모조리 지나가다 못해 우리도 그림자만 남기고 어느날 사라질 터이지만, 기왕 그렇게 될 거, 아주 달고 즐겁게 겪어내 보자는 그런 결기가 필요한 외로움이란 말이다. 알겠지, 당신. 이것봐, 동무들아. 비가 내리는 봄밤 아니냐. 마음이 끓고 있는 티포트처럼 보글보글 들뜨고. 몹시 사랑한다. 그러니까 다들, 나와 한바탕 사귀어 보고 싶지 않니. 밤을 다 새우도록 내 세월은 이렇다고 그 누구에게라도 속을 털어놓고 싶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