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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 Dec 16. 2023

(일기) 곰 꿈

꿈 속에 하나의 세계가 있다


꿈속에서 늘 가던 중국인거리, 눈을 뜨니 그 앞 동네에 있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시기라 둑방을 높이 쌓은 하천에도 살얼음 사이에 이끼가 파릇하게 올라왔다. 수달이 둑방을 기어올라 똘망한 눈을 반짝이기에 가까이 가려는데, 동생이 어깨를 툭툭 쳤다. 하천을 따라 먼 곳에서 검은 곰 여러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겨울잠에서 막 깨어나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인지. 왠지 그 곰이 나를 쫓아올 것 같아 동생과 엄마를 데리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게딱지처럼 낮은 집들 사이 골목길을 서둘러 걸었다. 땅이 질어서 신발에 개흙이 많이 묻었다. 녹슨 철문을 열고 나서자 익숙한 중국인거리였다. 오늘은 동네에서 올려다보기만 했던 호텔에 들어갈 수 있었다. 좋은 냄새가 나고 깔끔했다. 두 사람을 방에 올려 보내고 로비에 남아 있는데, 옷이 허름한 중국인 여자아이가 말을 걸었다. 우리는 뜻이 맞고 마음이 통해서 어설픈 중국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연스럽게 호텔 밖으로 나와서 익숙한 거리를 걸어 내려갔다. 창백한 봄빛이 아스팔트 사이마다 스미고 있었다. 


어느새 성 바깥이었다. 중국인 여자아이는 나의 질문 하나에 답을 미루고 있었다. 그 답을 듣기 직전, 성의 바깥 성벽에 동굴처럼 웅크린 어둡고 낮은 폐가의 문이 휙 열렸다. 그 안은 몹시 어두웠다. 여자아이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날더러 따라오라는 뜻이었다. 어떠한 마음을 먹기 직전, 배우자님이 밥 먹으라고 깨워서 깼다.


꿈 속에서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말씀드렸다. 본인은 제주도에서 육회를 계란 노른자에 비벼 먹기 직전에 내가 등허리에 찰싹 붙어서 껴안는 바람에 깬 적도 있으니까 일어나서 깻잎 절임 맛있을 때 먹으라고 하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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