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1 그 부박함의 단점과 장점은 같다
자라면서 엄마한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우리는 특공대다’였는데, 실제 특공대가 뭐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우리한테 저 말을 할 때는 다른 뜻은 없었다. 이것저것 다 챙기고 살피면서 살아갈 여유는 없으니 제일 중요한 거 딱 하나만 하고 나머지는 죽지 않을 만큼만 해두라는 거지. 궁핍한 생활에 꼭 들어맞는 전략이었다. 일상이 부박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자기 몫은 자기가 챙길 수 있는 성인이 되었다.
장점은 말할 것도 없이, 세상은 전쟁터이며 약하다고 봐주는 곳일 수가 없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잠재적 적대자이며 언제 어디서든 내 몫은 내가 챙기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는 세계관이 뿌리깊게 박혀서 어디 갖다놔도 마음 상하는 일 없이 내 입에 들어갈 건 내 손으로 만드는 성인이 되었다는 것이고, 단점은 장점과 같다.
하여튼 품위라든가 상냥함이라든가 다정함이라든가 아름다움이라든가 사랑스러움처럼 좋은 것들은 연약함과 잉여로움, 쓸모없음, 무능함과 무력함,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법이다. 근데 뭐 이제와서 어쩔거야. 내가 낸데. 그래도 나는 너절하거나 구차하지는 않아.
(202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