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취향들

국카스텐

by 테리업

나의 운명 밴드 국카스텐.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우리 모두의 사랑 국카스텐" 보컬 하현우가 밴드를 소개할 때마다 하는 멘트이다. 이상한 아저씨 네 명은 무대가 시작하면 다른 사람이 된다. 무대 위 그들은 세상 그 누구보다 멋있다. 내가 매료된 부분은 폭발적인 음악과 가사. 일단 기타를 무슨 징 치듯이 쳐서 그 소리가 내 심장에 박힌다. 노래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고 있다. 여러 해석을 할 수 있는 가사, 그것이 좋다. 가장 충격받은 부분은 보컬의 가창력이다. 보컬의 노랫소리는 저음도 고음도 아름답다.



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주말 저녁 시간. TV 주인은 우리 아빠다. 당시 예능 <나는 가수다 2>가 인기가 많았다. 나는 주말에 보통 내 방에서 혼자 있었다. 가끔 가족과 함께 있는데 그날이 그랬다. 텔레비전 뒤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다. 해 질 녘의 주황빛이 방을 가득 채우고, 빛과 먼지는 바닥에 함께 내려앉았다. 아빠와 나는 벽에 등을 붙이고 함께 TV를 보았다. 처음 보는 남성 그룹이 무대에 섰다. 분위기가 범상치 않았다. 보컬은 금발 머리에 특이한 무늬의 목도리를 감고 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부유한 조폭 두목 같았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그의 안경. 나는 안경 쓴 매력 있는 사람에게 아주 약하다.



국카스텐의 <모나리자>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스산한 피아노 건반 소리, 그 위를 덮는 기타 소리로 긴장감을 주었다. 수상한 전주 소리는 그들의 정체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저 왜소한 몸체에서 어떻게 저렇게 큰 목소리가 나오는 걸까? 그는 전혀 왜소하지 않다. 그의 거대한 음성이 그의 몸을 작아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그가 마이크를 아무리 멀리 갖다 대어도 스피커를 뚫고 나왔다. 고음이 엄청나게 올라가서 순간 그가 여성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믿기지 않는 노래였다. 노래가 끝나고 그는 마이크를 든 손을 얼굴 옆에 가져가 대고 박수를 쳤다. 화면 밖 아빠와 나는 한참을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날부터 국카스텐의 팬이 되기로 했다. 우리의 가슴속에 그들의 이름이 강렬하게 도장 찍힌 날이었다.



국카스텐의 가사는 강렬한 연주를 통해서 감정이 폭발한다. 가사와 노래가 합쳐져서 비로소 의미가 완성된다. 노래를 들으면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나 혼자 어둠 속에 있는 것은 아니구나’ 그런 생각에 위로가 많이 되었다. 그들의 음악에서 만나는 그들은 나와 같은 사람이며 나와 영혼을 공명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나를 모를지라도 말이다.



국카스텐의 음악은 내 삶과 늘 함께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기둥이 뿌리째 뽑혀 남은 가족 모두 방황했던 시절, 그때 국카스텐의 노래는 내게 위로를 해주었다. 주로 1집의 비트리올, EP 붉은 밭, 매니큐어, 그리고 싱글 몽타주를 들었다. 나는 <몽타주>를 가장 좋아한다.

더 세게 바닥에 몸을 던져도
더 이상 발견할 게 없는 빈 쇼트

국카스텐 <몽타주>

가사 속 바닥에 던져진 그 빈쇼트가 나 같다. 아무리 요란한 소리로 떨어져도 아무것도 보여줄 것 없는 나 자신. 소리에 놀라 뒤돌아봐도 그냥 지나갈 빈 껍데기. 학교도 휴학하고, 구직 활동도 안 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그저 시간만 낭비하는 내가 그런 존재 같았다.



2016년 1월 하현우는 복면가왕의 음악대장 깜짝 등장했다. 내가 좋아한 NEXT의 노래를 그의 목소리로 그가 들려주어서 정말 행복했다. 같은 해 7월에는 그들의 콘서트에도 다녀왔다. 대구 엑스코 5층. 비주얼 베이스 김기범, 드럼 이광길 아니 이정길, 신들린 감자 기타 전규호, 그리고 보컬 하현우. 네 명의 아저씨들은 공연을 시작했다. 밴드 콘서트에서 점프는 필연적인 것이다. 뛸 때마다 울렁거리는 바닥 때문에 지진이 난 줄 알았다. 보컬이 여기는 5층이라, 너무 많이 뛰면 무너질 수 있으니 살짝씩만 뛰자고 말했다. 하지만 <꼬리>의 시작 멘트 “미친 듯이 여러분들의 혼을 불태워버려!”를 듣고, 나는 적당히 뛴다는 생각은 지워버렸다. 공연장 안 모두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순간 생각했다. 이 건물이 무너져 죽는다 해도 그것은 후회 없는 죽음일 거라고. 행복하고 황홀한 순간을 맛보았으니까 말이다. 밴드는 무조건 라이브다.



2017년 4월 시험을 끝으로 공무원 시험을 포기했다. 빠른 취업을 위해 국비 교육을 받았다. 그해 12월 한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내 직장을 말하기 힘들었다. ‘나는 여기서 이럴 사람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일하는 내내 나를 괴롭힌 문장. 어딜 가든 나 자신이 패배자 같았다. 나를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 중 하나는 그들의 노래였다. 국카스텐 <스크래치> 중 "상처 위에 꽃이 핀다"라는 가사가 있다. 나도 언젠가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습관처럼 노래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회사에서 버티지 못하고 2년 만에 퇴사했다. 회사에 다니며 좋았던 점은 내 힘으로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국카스텐의 공연을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YB와 국카스텐의 합동 공연, 서울에서 열린 <몽타주> 콘서트였다. 공연 이름이 무려 몽타주였다! 근데 몽타주를 공연하지는 않았다. 내 소원은 몽타주 공연을 언젠가 현장에서 듣는 것이다. 제발.



요즘 자주 듣는 노래는 하현우 개인 2집의 miserere. “다 팔아버린 내일” 이 가사가 내 현실 같았다. 신께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마음으로 기도드리듯 듣는 노래. 내게는 겨울에 언 손을 녹여주는 핫팩 같은 노래다. 그들은 나의 대변인, 그들의 노래는 나의 변론이다. 국카스텐의 결성 이야기도 순탄치 않다. 힘든 시기를 견뎌서 국카스텐으로 데뷔하고, 꾸준히 활동해 준 그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나는 그들의 음악으로 견딜 수 있었고 지금도 견디고 있다. 취향을 넘어 나의 인생 국카스텐! 사랑합니다!


태양을 손에 쥐고!
자유롭게 날아올라 별을 그리고서 "I'm here!"

국카스텐 <오버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취향 안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