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우주 Dec 17. 2021

현대인을 위한 월든

휴대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잠이 안 와 밤새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아이폰의 스크린 타임(휴대폰 누적 사용시간)을 확인했는데 9시간 50분이 찍혀 있었다. 충격이었다. 하루 목표 공부시간이 10시간인데. 휴대폰 대신 책을 봤다면 어땠을까, 글이라도 썼다면 하루가 더 보람차지 않았을까. 충격 뒤로 후회가 밀려왔다. 일단위로 나와있는 스크린 타임을 쭈욱 넘겨봤다. 7시간 아래로 찍힌 날이 손에 꼽았다. 검색해보니 현대인은 휴대폰을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본다고 한다. 하루 6시간 이상 6개월 동안 휴대폰에 접속하는 행동을 보이면 중독이라 판단한다고 한다. 나는 휴대폰 중독이었다. 여전히 잠은 안 왔다. 넷플릭스를 끄고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뻔한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용시간 정하기, 알림 줄이기, 작고 점진적인 목표 세우기, 친구들의 도움받기, 휴대폰을 보이지 않는 곳에 두기 등등. 한 번쯤은 해본, 그러나 효과는 꽝이었던 일들이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유익한 조언들이 있었다. 3가지를 뽑아 실천해봤다. 목표는 하루 휴대폰 사용량을 3시간 이내로 줄이기. 일단 그다음 날은 전날 새벽 사용시간까지 집계돼 3시간을 넘겼다. 그 시간을 빼니 2시간 이내로 줄었다. 이틀 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정확히 8시간이 줄었다. 그 시간만큼 더 알찬 하루를 보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아래는 내가 지킨 3가지 원칙이다. 아쉽지만 아이폰 이용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① 아이폰 화면을 흑백으로 바꾼다. 아이폰 설정-손쉬운 사용-손쉬운 사용 단축키-색상 필터를 클릭하면 표시되는 화면 전체를 흑백으로 바꿀 수 있다. 측면 전원 버튼을 세 번 연달아 누르면 흑백 모드로 바뀐다. 이렇게 했을 때 장점은 휴대폰을 보는 맛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유튜브를 보든 넷플릭스를 보든 흑백으로 보면 재미가 반감된다. 물론 손쉬운 사용이니 만큼, 손쉽게 모드를 끌 수도 있지만 일단 흑백으로 해두면 화면을 볼 때마다 휴대폰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목적을 상기할 수 있게 된다. 스크린 타임을 분석해봤을 때, 영상 시청의 비중이 높다면, 이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② 자주 사용하는 앱을 모두 지우고 필요한 건 노트북으로 확인한다. 내 사용 패턴을 곰곰이 돌아봤을 때 나는 네 가지 앱을 돌아가면서 확인했다. 브런치, 대학 커뮤니티, 유튜브, 인스타그램. 여기에 가끔 넷플릭스와 페이스북도 추가됐다. 앱이 많아지다 보니 한번 빠지면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늪지대가 만들어졌다. 가령 이런 식이다. 커뮤니티 최신 글을 모두 훑어본 뒤 인스타와 유튜브 최신 컨텐츠를 확인한다. 즐겁게 보고 나면 커뮤니티에 새로운 글들이 올라와 있다, 반복. 그날 새벽, 모든 앱을 지웠다. 정 궁금하면 귀찮지만 노트북을 열어 확인했다. 효과는 아주 확실했다.


③ 휴대폰 대신 손에 집을 물건을 준비한다. 금연에 성공하기 위한 '잇템'은 금연껌이나 은단이다. 중독을 단번에 끊어냈을 때 밀려드는 허전함을 달래줄 대용품은 필수적이다. 물론 맛도 덜하고 재미도 덜하겠지만, 대용품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는 게 현대인의 경험 법칙이다. 나는 전자책 리더기를 대용품으로 정했다. 예전에 사두고 방구석에 박아둔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를 꺼냈다. 월정액 전자책 구독 서비스도 다시 신청했다. 물론 허전했지만 뭐라도 있으니 또 견딜만했다. 손에 집을 걸 다양하게 마련할 예정이다. 이제는 다 까먹은 큐브 맞추기도 다시 해보고, 엄마한테 코바늘을 빌려 뜨개질도 해보려 한다.


미국의 수필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45년, 속세를 떠나 숲속으로 들어가 생활하면서 자연과 인간에 대한 단상을 글로 정리했다. 그렇게 나온 책이 『월든(Walden, or life in the Woods)』이다. 만약 소로가 현대인의 삶을 봤다면 휴대폰의 발명을 두고 크게 탄식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물욕과 인욕이 압축되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니. 휴대폰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그는 대신 이런 말을 남겼다. '내적인 삶이 실패하는 만큼 우리는 더 쉬지 않고 그리고 절망적으로 우체국을 찾는다. 엄청난 양의 편지를 들고 자랑스럽게 우체국을 나서는 가련한 남자는 자기 자신에게서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이른바 '코로나 블루'다. 우울감이 휴대폰 탓은 아니지만, 온종일 5.8인치 화면 속에서 늘어지다가 그런 마음이 증폭된 경험을 많이 했다. 우리도 월든으로 떠날 필요가 있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에게서 오는 소식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흑백과 회색의 브런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