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을 하는 소년에게

너에게는 잠깐 생겼다 사라지는 염증 같기를

by 현우주


틱은 아이들의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의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행위를 말한다. -서울대학교 의학정보


의사는 아이스크림 막대와 손전등을 들고 입안을 이리저리 살폈다. 어린 내가 아파할까 천천히, 조심스럽게 연장을 다뤘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를 찾아 헤매던 그의 눈동자가 한곳에 머물렀다. 의사는 뒤로 기대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있는 한숨이었다. 뭔가 있으면 안 될 것이 거기 있었나 보다.


양쪽 어금니 뒤에 대칭으로 자리 잡은 동전만한 염증. 이를 갈 때마다 잇몸이 씹히며 생긴 상처였다. 허옇게 물든 염증은 작은 입에 비해 지나치게 컸다. 의사는 혀를 차며 옆으로 물러섰다. 엄마 차례였다. 엄마는 한동안 말없이 내 입안을 쳐다봤다. 그리곤 묵묵히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엄마가 말했다.


왜 너가 너를 아프게 하냐고.

안 하면 안 되냐고. 그냥,

안 하면 안 되냐고.


그냥 안 할 수는 없었다. 나는 틱 증후군이라는 장애를 앓고 있었다. 이를 가는 것도 그 증상 중 하나였다. 어린아이 열 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나는 흔한 질환이라는데, 나는 개중에서도 특히 심한 축에 속했다. 틱은 때때로 자해를 하는 수준으로 치달았고, 그때마다 일상생활은 불가능했다.


언제부터 틱 장애를 앓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애초에 그게 병인지도 몰랐으니까. 당시에는 아직 뚜렷한 원인이나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아, 장애라 부르기는 애매한 일종의 정신 질환 정도로 어렴풋이 알려져 있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과 매일 싸워야 했다.


아픔은 염증으로 끝나지 않았다. 따돌림을 걱정한 부모는 과감하게 나를 대안학교에 보냈다. 나를 이해해주는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기를 기대하며.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했다. 이해를 바라기보다는 적응하는 편이 빨랐다. 틱 증상은 달마다 변했고, 그때마다 나는 신선한 웃음거리가 됐다. 믿었던 선생님마저 이따금씩 흉내를 내며 웃음을 샀다. 반복되는 놀림 속에 나는 자신감을 잃어갔다. 시간은 흘러갔다.


팔꿈치가 까지면 밴드를 붙이듯, 다리가 부러지면 깁스를 하듯, 틱이 심해지면 약을 먹으면 된다고. 그래서 수능을 다섯 달 정도 남긴 어느 무더운 여름날, 나는 엄마를 따라 정신병원에 갔다.


정신과 의사는 궁금한 게 많았다. 언제부터 그랬니. 얼마나 자주 그러니. 지금 한번 해볼 수 있니. 신부님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듯, 수치심을 뒤로하고 증상 몇 가지를 보여드렸다. 사실 따로 할 필요도 없이 상담받는 내내 이미 보여드린 것들이었다. 지루하고 수치스러운 상담 끝에 약을 처방받았다. 시간은 다시 흘러갔다.


기나긴 장마에도 끝은 찾아왔다. 성인이 되자 틱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찾아온 순간만큼 조용히. 하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도 있었다. 주변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나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자존감이 낮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는, 그런 사람으로. 틱이 아닌, 틱에 대한 시선 때문에 많은 게 변했다.


내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마음의 짐까지 짊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다른 모든 장애가 그렇듯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 가족과 선생님, 친구들에게 틱을 제대로 알리고, 이해를 바탕으로 관용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 갈 길은 멀지만 어렵지 않다. 언젠간 틱 장애인도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마땅한 배려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사회에 녹아드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엘리베이터가 9층에 섰다. 교복 차림의 학생이 들어섰다. 문이 닫히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한 절반쯤 내려왔을까, 학생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발작하듯이 내뱉은 짧은 흐느낌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학생은 애써 태연한 척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하지만 딸꾹질을 참듯 어딘가 불편한 모습이었다.


틱 장애를 앓고 있구나.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낯선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느낀 두려움, 틱을 참지 못할 때마다 든 좌절감, 그런 자신을 향한 싫증까지. 이제 나는 아는 것을 넘어 마음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섰다. 학생은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다. 열림 버튼을 누른 채로 잠시 기다린 뒤 엘리베이터를 나섰다. 마음이 아팠다. 형도 그랬다고, 조금만 참으면 다 지나간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대신 마음속으로만 바랐다. 너에게는 틱이 아물지 않는 마음의 병으로 남지 않기를. 그냥 잠깐 생겼다 사라지는 염증 같기를.




밀알복지재단 제4회 스토리텔링 공모전 '일상 속의 장애인'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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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주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경제부 직업 기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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