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실 너의 진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준 교훈

by 현우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은 '상대성 원리'를 전제로 한다. 상대성 원리는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모든 공간(이를테면 배, 비행기 등)에 물리 법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원리다. 즉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기차에서 공을 수직으로 던져 올린다고 가정하자. 공을 던져 올린 사람이 보면 공은 일자로 올라간 뒤 그대로 떨어진다. 하지만 기차 밖에 있는 사람이 보면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두 공의 궤적 중 진실은 무엇일까? 둘 다 맞다. 기차 안이든 밖이든 공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물리 법칙은 동일하고 좌표의 위치만 바뀔뿐 동일한 중력이 공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공의 궤적이 직선이니 포물선이니 다투는 건 의미가 없다. 상대성 원리에 따라 두 사람의 말은 모두 진실이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고 스티븐 호킹 박사의 저서 『위대한 설계』에서도 비슷한 예시가 나온다. 어항 속 금붕어에게 마루 위 일자로 굴러가는 공은 마치 곡선으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어항의 굴곡진 표면 때문이다. 금붕어가 충분히 똑똑하다면 공의 궤적을 수학적으로 기술하고 공이 휘는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공을 휘게 만드는 어떤 힘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도 공간의 왜곡으로 인해 생기는 힘이다) 금붕어에게는 '공이 휜다'라는 말이 진실이며 어항 밖의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 과학은 각자의 위치에서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설명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과학은 각자의 위치에서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설명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photo by @pixabay


절대적인 진실이 없다면 오랫동안 진실로 신봉해온 다른 이론은 어떨까. 오백 년 전 코페르니쿠스가 처음 주장한 지동설은 갈릴레오, 케플러, 뉴턴 등 유수 과학자들을 거치며 기정 사실화됐다. 이후 수백 년간 반문을 제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천동설도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이게 무슨 말인가. 먼 우주로 나가 태양계를 바라본다고 가정하자. 물론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외계인이나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 1호에게는 지동설이 백번 옳다. 하지만 지구인들이 볼 땐 당연히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 적어도 우리에겐 천동설이 진실이다. 나름 합리적인 설명도 가능하다.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주전원을 도입해 행성의 운동을 설명해낸 것처럼 복잡하지만 수학적으로 기술해낼 수 있다. 결국 상대성 원리는 우리에게 진실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가의 문제 또는 어떤 관점으로 현상을 바라보는가의 문제라는 점을 말해준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갈등은 대부분 ‘내가 맞고 너는 틀리니까’라는 아집에서 비롯된다. 유난히 주변과 마찰이 심한 사람이 있다면 과학이 내리는 처방은 상대성 원리이다. 진실은 기준과 관점의 문제다. 관점의 차이라고 인정하고 넘기면 다툴 일도, 마음 상할 일도 없다. 얼마 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풋내기 대학생들의 처참한 정치 토론회였다. 젊은 우리는 어느 '진영'을 선택해야 하는가. 모든 정치 설전이 그렇듯, 결국 고성이 오갔다. 결론은 나지 않고 빈정만 상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정답은 없었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살아갈 인생도 다르니 말이다. 남의 진실이 나의 진실이 될 수 없듯, 나의 진실도 남의 진실이 될 수 없다.


남의 진실이 나의 진실이 될 수 없듯, 나의 진실도 남의 진실이 될 수 없다 photo by @pixabay


양편으로 갈라져 다투는 본능은 만국 공통이지만, 우리 사회 속 갈등의 양상은 좀 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일도양단으로 선악을 나누는 흑백 논리가 만연하다. 보수와 진보로, 남자와 여자로,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편이 나뉘어 서로를 물어뜯는다. 제 편이 진실의 수호자라는 믿음은 곧 저 무지한 자들을 계몽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변해버린다.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진영 간 갈등도 끝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도 상대성 원리의 마법이 필요한 이유다. 돌아가서, 특수상대성이론의 방점은 '상대'에 찍혀 있지 않다.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된 변수를 토대로 관계를 이해하려 한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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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주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경제부 직업 기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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