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는 처음이라

학보사 기자의 첫 현장 취재기

by 현우주


아침 일찍 DSLR 카메라를 매고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주한일본대사관 평화의 소녀상 앞. 임무는 정의기억연대 정기 수요집회 취재. 학보사 기자가 된 뒤 나서는 첫 현장 취재라 마음은 한껏 들떴다. 이날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사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뒤 처음으로 집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태원 발 코로나 여파에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미리 현장으로 향했다.


집회를 두 시간 앞둔 시간에도 현장은 부산했다.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한창이었고 기자들은 카메라 라인을 두고 경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곳곳에서 소동이 일어났고, 그때마다 기자들은 일사불란하게 몰려가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댔다. 그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일단 한적한 골목에 자리를 잡고 동태를 살폈다. 집회 시간이 다가오자 메이저 언론사 마크가 그려진 봉고차가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현장에 나간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우선 기자도 다 같은 기자가 아니었다. 같은 언론사라도 기자마다 포지션이 달랐다. 어떤 기자들은 먼 후방에 대포 같은 비디오카메라로 진을 쳤고, 어떤 기자들은 일선에서 몸을 부딪히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바닥에 앉아 바쁘게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기자는 순발력과 협동심이 모두 필요한 직업이었다.


수십 대의 카메라와 수십 명의 기자가 진을 친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한쪽에선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한창이었다. 전광판이 달린 트럭 앞에선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가 보수단체 측 보도자료를 나눠주고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무에게나 자료를 나눠 주지 않았다. 언론사 명찰도 없고, 나이도 어려 보이는 내게는 대뜸 소속을 물어왔다. 대학 학보사 기자라고 답하니 이번엔 명함을 달라했다. 얼마 전 뽑은 빳빳한 명함을 드리고 나서야, 맞춤법이 안타까운 보도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


보도자료를 받는 순간 기자로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다. 작게나마 기자의 권력이 무엇인지 와닿기도 했다.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등에 업고 정보를 요구한다. 요구를 거부하는 일도 하나의 의사표현이 되기에 보통은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일종의 권력이다. 물론 학보사 기자도 학우들의 알 권리를 위해 정보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학우들의 알 권리가 중요한지는 취재원이 판단할 일이지만.


집회 시간이 다가올수록 자리를 제대로 못 잡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언론사 기자들이 까딱 소속이라도 물어오면 알아서 자리를 비켜줘야 하나. 하지만 다행히 그런 문화는 없었고, 그냥 먼저 앉은 사람이 임자였다. 그나마 메이저 언론사 로고가 박힌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텃세를 좀 부리는 듯했고, 나머지는 누가 누군지 신경도 안 썼다. 조그만 카메라를 든 일간지 기자님이 자리를 내주셔서 좋은 위치에 앉을 수 있었다.


정오 무렵, 정수리가 슬슬 데펴질 때 즈음 집회가 시작됐다. 수십 대의 카메라와 수십 명의 기자가 진을 친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당장 이경영 씨가 걸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풍경이었다. 집회는 평소와 같은 순서로 진행됐고, 마지막에 이나영 이사장이 나와 최근 논란을 일축했다. 셔터를 누르기 바빠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진만 몇 장 건지고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빈자리는 순식간에 메워졌다.


쪼그려 앉아 사진이 잘 나왔나 확인하는 나, 주 기자 photo by @아시아투데이


대학 언론사는 중립을 표방하므로 기사는 사실만을 전해야 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건 학보사 기자로서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비난할 때 중립을 지키면 그 자체로 어떠한 편향성을 띠게 된다.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논란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데, 취재와 기사 발행의 시간차로 인해 오해를 받진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난다.


무사히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많은 걸 보고 느낀 하루였다. 그동안 언론은 어른들의 세계로만 여겨왔는데 그 사이를 막고 있는 벽은 생각보다 얇았다.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현장을 찾아 활력과 생동감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었다. 침대에 누워 포털 사이트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사진 기사들을 쭉 훑어봤다. 두 장 정도 내 모습이 찍혀있었다. 쪼그려 앉아 사진이 잘 나왔는지 확인하는 나, 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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