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선언으로 매일 글쓰는 습관 만들기
브런치 심사를 통과한 뒤부터 오히려 글을 잘 안 쓰게 된다. 아마도 '내 브런치'를 멋진 글로만 채우고 싶은 욕심 때문인 것 같다. 매일 엉덩이를 붙이고 진득하게 글을 쓸 때 실력이 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발행의 부끄러움을 참지 못해 글쓰기를 미루게 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선, 매일 업로드를 하기로 했다. 나도 매일 글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안다. 하루 이틀이야 그럭저럭 써내도, 글감이 금방 고갈되고 만다. 노트북 앞에 앉아 무엇을 쓸지 고민하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만큼 진이 빠지는 일도 없다. 그럼에도 이런 다짐을 하게 된 건,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초조함 때문이다.
얼마 전, 그러니까 다시 코로나19 사태가 재점화되기 전, 두산과 NC가 맞붙는 코리안 시리즈에 직관을 갔다. 수많은 타자들이 나와 삼진아웃 또는 범타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은 초구가 미트 중앙에 꽂히는 모습을 쳐다만 보는 타자들이 대다수였다는 점이다. 아무리 투수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한 전략이라 해도, 일단 베트를 휘둘러 확률을 높이는 전략이 더 낫지 않을까. 적절한 비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쓰기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또한 타율이 1할을 넘지 못해도 무슨 상관인가. 작가라면 졸필의 괴로움에 익숙해져야 하며, 그걸 이겨낼 줄도 알아야 한다.
블로그나 브런치를 하며 가장 괴로운 순간은 발행 직후, 사람들이 글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어느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광장 한가운데서 발가벗겨진 기분이랄까. 그러다 보니 퇴고에 임하는 자세도 발행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업로드를 한 뒤에야 안 보였던 오점이 눈에 들어오고, 부리나케 '수정' 버튼을 누른다. 네이버 블로그 시스템은 광고성 글이 양산되는 걸 막기 위해 글 수정에 대한 페널티를 가한다. 하지만 브런치는 그러지 않는다고 알고(믿고) 있다. 처음 선보이는 순간부터 완벽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사실을 머릿속에 담아둔다면 글을 쓰고 발행하는 일이 조금 더 수월해질 거라 생각한다.
한편 한편 써내는 건 괴로워도, 발행한 글이 쌓이고 조회수가 오르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즐겁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계속해서 펜을 잡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글을 꾸준히 쓰는 건 실력을 늘리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관련된 책을 읽어보면, 글 쓰는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선 일단 많이 써야 한다고 모두 입을 모은다. 일본의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원고지 20매에 해당하는 글을 쓴다고 한다. 이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도 이만한 양의 글을 쓰는데, 노력도 안 하면서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엉덩이가 훨씬 더 무거워져야 한다. 즐거움과 실력 향상의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습관을 잘 들이고 싶다.
심리학자 스티븐 헤이스는 자신의 목표를 남들에게 공개했을 때 더 좋은 성과를 얻게 된다는, 이른바 '공개선언 효과'를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그래서 유난스럽지만 매일 글을 쓰겠다는 공개선언을 통해 스스로를 한 번 더 다그치게 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글이 길어진 건, 당분간 내놓을 졸고에 대해 미리 경고하고 일종의 보험을 들기 위함이다. 당장은 부끄럽지만 꾸준히 기록을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바라던 꿈에 부쩍 다가가 있을 거라 믿는다. 그 과정을 지켜봐주고, 이따금 따스한 댓글도 달아줄 이들에게 미리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