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에 익숙해진 뇌, 도파민 줄이기
돌아보면 반수를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스마트폰을 2G폰으로 바꾼 것이었다. 2G폰으로 할 수 있는 놀이라곤 번호를 누를 때 나는 소리로 간단한 동요를 연주하는 일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유튜브를 비롯한 온갖 유희로부터 멀어지게 되었고, 그만큼 공부에 매진하게 됐다. 물론 그때는 스마트폰이 없어도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니 얘기가 달랐다. 약속 장소에 제시간에 가는 일만 해도 스마트폰이 필수였다. 어떤 일을 하든 SNS 단체채팅방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됐다. 2G폰으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스마트폰 이용시간을 보면 일상생활과 관련 없는 항목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전체 이용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즉, 스마트폰은 기능적인 면보다 유희적인 면이 더 강하다.
바로 어제 유튜브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오류로 인해 유튜브 이용에 차질이 생겼고,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자기 주어진 공허한 시간에 어쩔 줄 몰라했다. 다행히 오류는 금방 해결됐고 사람들은 다시금 일상의 리듬을 회복했다. 잠깐의 해프닝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내가 얼마나 유튜브에 빠져있는지 실감했다. 금단 현상이라고 보아도 좋을 만큼 마음이 답답했고, 왠지 모르게 초조했다. 나는 무엇이 보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반복해서 피드를 새로고침하며 영상을 찾는 일에 중독돼 있었다. 유튜브가 끊기자 다른 스트리밍 앱으로 영화를 보려다가 포기했다. 2시간이 넘어가는 영화를 끝까지 보고 싶지 않았다. 유튜브에는 10분 내외로 한 편의 영화를 축약해 보여주는 채널이 많은데, 그것마저 넘기면서 보던 습관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인간의 뇌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주는 보상 작용에 길들여진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쾌락을 느낄 때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도 대략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최대 분비량을 100으로 잡는다면, 유튜브를 볼 땐 10이, 담배를 피울 땐 20이, 야동을 볼 땐 70이 분비되는 식이다.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무의식적으로 보내기에 보상을 갈구하는 뇌의 명령에 따라 아주 쉽게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 한편 뇌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는다. 유튜브 시청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흡연 빈도가 높아지는 것도 뇌가 도파민 수치에 적응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정리하면, 우리는 도파민을 얻기 위해 어떤 행위를 하고 더 강한 자극을 찾는 뇌로 인해 그 행위에 중독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먼저는 무의식적으로 어떤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규제하는 방법이 있다. 나중에 다시 깔더라도 어플을 지우거나, 공부를 할 땐 손이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놓으면 된다. 하지만 이건 수없이 들어온 진부한 방법론이다. 머리로는 잘 아는데 매번 실패하고 만다. 어줍잖게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중독은 더 심해진다. 보다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가. 평균적인 도파민 분비를 한꺼번에 낮춰버리는 일이다. 술, 담배, 게임, 유튜브 등의 보상을 없애고 독서와 산책 등으로 메꾸는 것이다. 앞서 2G폰으로 바꿔 반수에 성공했다고 말했는데 사실 더 큰 비결은 기숙학원에 들어가 모든 중독의 싹을 단칼에 잘라버린데 있다. '풍선효과'라는 용어를 알 것이다. 한꺼번에 끊지 않는다면 우리의 뇌는 언제나 또 다른 자극을 찾아낼 것이다.
연말이 다가올 때마다 일 년간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을 재보게 된다. 연초에 다짐했던 목록을 읽어보며 내년에는 꼭 이뤄야겠다고 다짐한다. 내게는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이 그중 하나다. 어른이 되어서도 매년 리스트에 '~~ 끊기'가 단골로 등장하는 걸 보면 중독은 평생 맞서 싸워야 하는 병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유튜브, 체스, 담배, 혹은 그 어떤 것이라도 청춘의 귀한 시간을 낭비케 한다면 단호하게 끊어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은 매우 어렵고 정답도 정해지지 않아 각자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중독에 빠져 허비한 세월에 대한 책임은 결국 본인의 몫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