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時가 되었다, 고수의 길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지 않는가?
영화나 무협지를 보면
어느 날 스승이 제자를 조용히 부른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무술을 연마하며
복수의 칼을 갈던 제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 때가 되었으니 그만 하산하도록 해라"
그리고 스승은 말없이 미소만 짓는다
소위 때가 되었다, 때를 기다려라, 등등
때와 관련된 표현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때時에 대한 공부는 예로부터 비인부전
(非人不傳:인성이 안되면 전하지 않음)이라
인간 됨됨이가 부족하거나
노력하여 준비된 자가 아니거나
인연이 아니면 전하지 않던 비법秘法이었다
때가 언제 오는 지 미리 아는 것
그 때를 준비하며 만드는 것
그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마침내 때가 되었음을 아는 것
모두 다 때時에 관한 중요한 공부다
세상에 태어나고 사라졌던 수많은 영웅들과
몸을 웅크린 채 숨어살았던 와호장룡들이
세상에 나가 웅지를 펼 때(시운:時運)를
알고자 몸부림쳤던 건 당연지사當然之事
용龍은 구름을 만나야 비로소 조화를 부리고
호랑이는 바람을 타야 날랜 비호飛虎가 되니
아직 때가 오지 않았으면 이를 좇는 것 또한
세상사 흘러가는 이치理致라
구름은 용을 좇아 움직이고(운종룡雲從龍)
바람은 호랑이를 좇아 간다(풍종호風從虎)
인생에 찬스가 세 번 온다지만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고
가위바위보가 삼 세 판이 된 것처럼
숫자 세 번이라는 데에 별 다른 의미는 없다
인생에 기회나 운이 세 번 오는 게 아니라
다만 천운天運, 시운時運, 인운人運
세 가지 형태의 운運으로 다가올 뿐이다
하늘이 던져주는 천운天運는
천우신조天佑神助이니 내 관할 밖이고
세상이 허락해주는 시운時運은
내 공부가 세상과 부합되면 통할 것이고
아니면 안 통할 것이니 억울할 이유가 없다
인복과 인덕이 만들어내는 인운人運은
인연을 이어주는 신의信義를 잃지 않고
스스로 먼저 포기하지만 않으면
그 실타래가 쉬이 끊어지지 않는다
운運이란 그저 세상과 운명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다가 만나는 찰나의 순간일 뿐
엄밀히 말해서 나 스스로 준비하고
틀을 갖춰 만들어낸 '기회'라 말할 순 없다
(기회機會: 틀 기, 모일 회)
그러니 넋 놓고 앉아 있다가
버스 떠난 다음에 손 흔드는 이들은
실기(失期: 때를 놓침)한 게 아니라
그저 준비가 안되었을 뿐이다
하수의 나락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도
비상을 꿈꾸며 잔뜩 움츠리고 있는 기다림도
고수의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날갯짓도
때가 되면 저절로 되는 자연스러움이다
칼을 뽑아 무섭게 쓰는 이도 고수高手요
칼이 썩어가도 기다릴 줄 아는 이도 고수며
도끼를 갈아 바늘로 만드는 이도 고수다
쇠가 달아올랐을 때 망치질하는 것도 맞고
쇠가 달아오를 때까지 망치질하는 것도 맞다
때時라는 것은 참 애매모호하게 느껴진다
그 의미가 뭔가 두리뭉실한 것 같기도 하고
대충 때려 맞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때時라는 것이 시나브로
향기롭게 피어나는 꽃처럼
들판을 가득 채운 곡식처럼
탐스럽게 익어가는 과일처럼
조금씩 진행되어 오면서 숙성熟成이 되고
때가 되면 알에서 깨어나는 새처럼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부의 양대兩大 끝판왕은
'나를 아는 것'과 '때를 아는 것'인데
어느 분야에서든 고수라 일컬어지는 이들은
대부분 이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때時가 된 것 같은가?"
그럼 하산下山하여 강호로 힘차게 나아가라
그리고 고수의 날개를 펴고 드높이 비상하라
준비가 되었으면 스스로 답을 알 것이고
미적미적 잘 모르겠으면 답은 아직이다
-상처입은치유자-
자작시 제목 : 삼시득三時得
사람의 때는 신의와 결심으로 얻을 수 있고
(인시득 이인심 人時得 以人心)
땅에서 만들어지는 때는 형세로 얻어지며
(지시득 이형세 地時得 以形勢)
하늘이 주신 때는 흐름을 보고 얻는다
(천시득 이관류 天時得 以觀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