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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처입은치유자 Jan 23. 2019

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위한 꽃말

칼란디바의 꽃말로 풀어보는 이야기

그룹O15B의 노래 중에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라는 명곡이 있는데요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며

처음의 설레임 대신
이젠 실증을 느끼고 있다는

노래 가사가 기억납니다


사람의 마음은 가만히 있지 않고

언제나 움직이는 걸 좋아하며

자극을 원하는 인간의 뇌는

반복된 지루함에 쉽게 지쳐버립니다


항상 똑같은 이야기, 동일한 패션,

비슷한 느낌, 유사한 패턴의 데이트가

아주 오래된 연인들에게

서로에 대한 지루함을 호소하는 것처럼요




그럼, 오래되고 지루함은 꼭 안 좋은걸까요?




사람의 뇌는 지루함을 느낄 때

오히려 더 창의적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가만히 멍 때리고 있을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나는 것처럼요


20세기 지성 버트런트 러셀Bertrand Russel은

이것을 '열매를 맺는 지루함'

(Fructifying Boredom)이라고 표현하면서

앞에 무엇을 올 지 기대하게 만드는

좋은 지루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주 오래된 연인들 사이의 지루함을

'익숙함, 한결같음'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습관적이고 익숙해서 지루해진 만남이

나를 지쳐 쓰러지게 만드는 에너지의 낭비냐,

아니면 언제나 내 옆에 있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게 지지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냐

(버팀목이 계속 움직인다면 이상하겠죠?)

그걸 판단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포도는 갓 수확한 싱싱한 게 맛있지만

포도주는 시간이 지날 수록 맛이 깊어집니다

사랑도 그런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상처입은치유자 올림-


칼란디바의 꽃말은 '설레임'입니다

더 이상 설레임이 없어진

오래된 연인들사이의 감정을

꽃말로 풀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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