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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처입은치유자 Jan 28. 2021

제갈량 52# 지혜의 용병술

#용병술 #지혜 #병법 #리더십

제갈량의 병법서 심서心書31장 설응設應편

(베풀 설, 응대할 응)에서 설명하는 내용은

군대에서 병사를 부리는 용병술에 관한 겁니다


한 구절 한 구절마다 의미가 깊어서

전체 문장을 적고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용병술의 최고 경지

지혜로운 용병술에 대해서 적어 봅니다




약내도난어이若乃圖難於易

위대어세爲大於細

선동후용先動後用

형어무형刑於無刑

차此 용병지지야用兵之智也




하나씩 풀어보자면


약내도난어이若乃圖難於易

만약 어려운 일을 쉬운 것으로 도모하고


하수下手는 쉬운 일조차 어렵게 접근하므로

시킨 일이나 겨우겨우 처리하게 되지만

중수中手는 쉽고 간단한 일은 요령 있게 하고

어려운 일은 여럿이 함께 처리합니다

고수高手는 어려운 일을 너무 쉽게 풀어내어

남들은 이를 흉내내지만 언제나 결과는 딴판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고수高手라고 하죠




위대어세爲大於細

작고 세밀한 것으로 큰 것을 이루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디테일에 강하다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고수는 숲도 보지만 나무도 봅니다

용쟁호투龍爭虎鬪의 치열한 승부에서는

종이 한 장 그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므로

고수는 섬세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결과만 좋다고 다 좋은 게 아닌 건

이런 과정과 프로세스, 관찰, 세밀함 같은

작고 세밀한 것들의 완성도가 높아져야

큰 것을 이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동후용先動後用

먼저 움직이고 나중에 쓴다


여기서 먼저 움직이는 선동先動대해선

책마다 사람마다 해석이 좀 다양한데요

저는 동양무술의 원리를 빌려서

아래와 같이 해석해 봅니다

적부동아부동, 적미동아선동

適不動我不動, 適微動我先動

적이 움직이지 않으면 나도 움직이지 않고

적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내가 더 빨리 먼저 움직인다

즉, 눈에 보이는 선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보다 먼저 움직이는 원리가 중요합니다


그 다음은 후용後用인데요

군사를 운용하는 용병술用兵術은

바로 작전, 전략을 뜻하는데

내가 먼저 군사의 진용을 갖추면

적에게 이쪽의 작전이 노출되어버려

적은 나의 진용에 맞춰 작전을 세우게 됩니다

그래서 먼저 움직이되 상대의 대응을 보고

나중에 진용을 짜는 것을

후용後用이라고 풀어봅니다


선동후용先動後用이 병법서의 표현이라면

후발선제後發先制는 무협지의 표현입니다

(뒤 후, 일으킬 발, 먼저 선, 제압할 제)


그래서, 무협지에 나오는 절정의 고수들이

'후발선제'라는 고급기술을 보여주곤 하죠

(바람의검심 발도술, 이화접목, 건곤대나이, ㅎㅎ)


 



형어무형刑於無刑

다스림없이 다스리면


옛날에 부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깨달음을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함에 있어

이해가 깊은 이는 굳이 채찍이 필요 없어서

채찍의 그림자만 보여줘도 충분하지만

채찍을 직접 봐야만 하는 이도 있고

채찍으로 내려쳐야 정신차리는 이도 있으며

아무리 때려도 깨닫지 못하는 이가 있다고요


여기서는 굳이 형벌刑罰을 주지 않더라도

그냥 형벌이란게 있다는 그림자만 보여줘도

충분히 잘 다스려 질 만큼

평소에 훈련이 잘 되어있다는 뜻입니다




차此 용병지지야用兵之智也

이렇게 군사를 부리는 것을 지혜롭다고 한다


이렇게 지혜롭게 병사를 운용하는 것을

용병술에 있어 최고의 경지로 풀어봤습니다

 

-상처입은치유자 올림-


심서 31장은 책마다 제목이 조금씩 다른데요

어떤 책에는 설응設應(베풀 설)이라 쓰고

어떤 책에는 몰응沒應(가라앉을 몰)이라 하며

또, 어떤 책에는 후응後應(뒤 후)이라 합니다


핵심은 응應(응대할 응)글자로

䧹(매 응)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것이라

매사냥에서 매가 내 요구에 응답하듯이

상대방이 나의 요구에 응해준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응䧹(매 응)의 모습이

현대적으로 생각하면 직장인이 아닐까?

용병傭兵(고용된 용, 병사 병)과 샐러리맨이

과연 뭐가 다를까? 곰곰 생각해 봅니다


 갑자기 서글픈 마음이 들긴 하지만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

남의 일을 해주는 용병이든 아니든

어디서 무엇을 하든 간에

자기 인생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항상 생각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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