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기차는 과연 테슬라를 잡을 수 있을까?

리오토와 샤오펑모터스 이야기

by TY

1. 바이트댄스가 10년 전 약속을 착착 실현시키는 가운데, 또 하나의 중국 스타트업이 미국 스타트업의 상징인 테슬라에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전기차 3대 신세력 중 하나로 꼽히며, 내년 한국 시장 진출이 유력한 샤오펑모터스입니다. 저는 자동차나 자율주행 기술은 잘 모르기도 하고 큰 관심도 없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다보니, 기업가들 인터뷰도 많이 보는 편입니다. 최근에 현차 자율주행 관련 말이 엄청 많은 가운데 즐겨보는 채널인 "뤄용하오의 교차로(罗永浩的十字路口)"에서 샤오펑모터스 창업자와 리오토(Li auto) 창업자가 나온 인터뷰를 쭉 보게되었습니다.


2. 리오토의 창업자 리샹(李想)은 고졸의 신화라고 불리는 창업가로 이미 20대에 그래픽카드 커뮤니티를 만들어 경제적 자유를 이뤘고 30대에 자동차 커뮤니티 기반의 회사를 상장시키며 수천억을 번 사람입니다. 중국 3대 PM으로 꼽히기도 하며 온라인에서 제품을 만들다가 오프라인 실물 제품을 만드는 '차세대 레이쥔'이라고도 불리죠. 현재 그가 이끄는 리오토의 시총은 180억 달러 정도로 이미 왠만한 글로벌 완성차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런 걸출한 인물도 전 세계 최고수들이 모인 전기차 사업에서는 엄청난 시련을 겪습니다.


3. 특히 2019년 펀딩이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하는데, 있는 돈 다 붓고 자기 돈도 넣고 돈 많은 사업가 친구들(이미 상장도 시킨 회장님이니 어마어마한 인맥)도 다 끌어모았다고 합니다. 바이트댄스의 장이밍 회장도 3,000만 달러를 넣어줬지만 그래도 부족했다고 하는데... 그때 메이투안의 왕싱 회장이 3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합니다. 메이투안은 새로 시작한 택시 호출 서비스에서 리샹의 전기차와 협력하기 위해 시리즈 B에서 투자를 제안했지만 그때 리샹은 거절했었거든요(나중에 디디추싱이랑 협력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근데 그렇게 거절했던 곳에서 내가 힘든 다음 라운드에 선뜻 3억 달러를 다시 쏜다고 하니... 그 얘기를 하며 감격에 찬 리샹 회장은 눈물을 훔칩니다. 그걸 보며 중국 IT 스타트업 저게 '강호' 그 자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3억달러를 우리나라에서 쐈다면 어땠을까? )


4. 리샹 회장은 자신의 20년이 넘는 창업 인생에 다양한 노하우 및 생각들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많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제품은 무엇이고? 창업자가 가져야할 궁극적인 능력은 무엇이냐 등의 범용적인 콘텐츠부터 플랫폼형 기업과 비플랫폼 기업은 무엇이고 자율주행이 왜 중요한가 등등의 다양한 통찰을 보여줍니다. 전기차와 하나도 엮이지 않은 저도 몇몇 영상들에서 큰 깨달음은 얻었습니다.


리샹 회장님 인터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RyImXQjD9jk&t=2s


5. 그 다음 회차는 샤오펑모터스의 창업자 허샤오펑(何小鹏)이 나옵니다. 그는 웹브라우저 회사를 창업해 40억 달러에 알리바바에 성공적으로 회사를 판 경험이 있는 엄청난 실력의 창업가입니다. 개발자 출신으로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일군 그는 몇 년간 알리바바에서 일하다가 자신의 큰 사업을 하기 위해 퇴사하고 전기차를 사업을 시작하죠. 샤오펑 역시 몇 년만에 시총 190억 달러의 거물 플레이어로 자리잡았습니다. 인터뷰 중간중간 개발자 특유의 직설적이고 시크한 어투의 예언이 자주 나오는데 그는 중국 전기차 업계에 이미 '최후의 5인 선발전'은 시작됐다며, 3~5년 안에 승리자가 시장을 다 먹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말로만 AI니 어쩌니 하는 자동차 회사 엄청 많다, 다들 돈도 별로 안 들이고 날로 먹을 생각뿐이다(자신들은 매년 10조 투자계획)"라며 아직 우리는 미국에 비해서 차이가 많이 난다는 끊임없는 위기감을 드러냅니다.


6. 중국 내 분위기에서 그나마 테슬라에 가까운 전기차 업체는 샤오펑모터스로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물론 자율주행 기술, 로봇, 에어택시 등 테슬라의 모든 제품에 경쟁자라고 주장(?)하는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고 제품 발표회를 통해 끊임없이 어필합니다. 좀 재밌는 건 댓글 창에 "샤오펑 기술 좀 그만 훔쳐라"라는 댓글이 많이 달리고, 샤오펑 회장이 실리콘밸리 한 번 갔다 오면 "이번엔 또 뭐 훔치러 갔다 왔냐"는 댓글이 달립니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샤오펑이 초기에 테슬라 기술을 훔쳤다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ㅎㅎ (그래도 기술 자체가 없다고 욕먹는 샤오미보다는 나은 거 같기도 하고... 모르겠네요ㅋ)


7. 샤오펑 회장이 최근에 공개적으로 테슬라 FSD 기술을 두고 내기를 하나 했는데, 26년 8월 말까지 자신들의 자율주행 기술인 VLA가 테슬라 FSD 14.2를 뛰어넘을 거라고 합니다. 만약 뛰어넘으면 실리콘밸리에 중국 출신 개발자들을 위해 아주 제대로 된 중식당을 하나 오픈할 것이고, 만약 못 뛰어넘으면 회사 내 그 자율주행기술 책임자가 나체로 금문교를 달릴 것이라고... (중국 내 반응은 아니 나체로 뛸 거면 자기가 뛰지 왜 부하 직원을...)

최근에 발표한 로봇 관련

https://www.youtube.com/watch?v=Z7CM4xc0Rho&t=156s


8. 두 회장님의 공통점은 제조업을 건드려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IT업계에서의 성공경험을 갖고 과감히 도전해 혁신을 만들어냈다는 겁니다. 저는 이게 중국 창업계의 보이지 않는 힘인 거 같습니다. 최근 IT업계에서 토스 출신들이 나가서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걸 두고 '토스 마피아'라 하던데, 쉽게 말해 중국은 IT업은 물론 콘텐츠, 무역을 넘어 동네 비빔밥 프랜차이즈도 텐센트 마피아, 밀크티 브랜드도 알리바바 마피아가 깔려있고 이들이 IT기술 및 그 사고로직을 통해 전통 산업들을 10여년 혁신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제 해외로...)


9. 리샹 회장이든 허샤오펑 회장이든 다들 어마어마한 사람들입니다. 중국 내 전기차 전쟁을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을 다 갖춘 거인들의 한 판 승부를 보는 거 같습니다. 이 업계는 젊음의 패기 그 자체로는 좀 힘들고 이미 재력, 인맥, 실력, 야망 등 모든 것을 갖춘 사람들이 피라미드 그 끝에 오르기 위한 최후의 도전을 하는 중입니다. 아직 시총이나 제품이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테슬라에게는 밀리지만 그 피라미드 끝에 있는 테슬라를 상대하기 위해 모든 걸 올인한 남자들의 한 판 승부는 계속해서 기대가 됩니다. (뜬금없지만 허샤오펑 회장의 인터뷰들을 보면서 이재웅 대표님의 타다가 좀 생각이 났습니다. 다 지났다고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ps. 저 인터뷰를 진행하는 뤄용하오라는 사람도 중국 내 IT 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인데, 스티브 잡스를 꿈꾸며 스마트폰 회사 창업했다가 6억 위안의 빚을 지고, 파산 직전에 그 회사는 바이트댄스에 팔고 자신은 남은 멤버들과 라이브 커머스 사업으로 8억 위안을 벌어 빚을 모두 갚아버린 전설입니다. 친구일 때 든든하지만 척지면 매우 곤란해지는 중국 최고의 싸움닭 중 한 명입니다. 인터뷰의 깊이보다는 자신도 큰 꿈을 꿨었고 큰 일을 벌여봤고 망해보기도 했었기 때문에, 그 치열한 전쟁에서 미리 탈출한(?) 사람으로서 한복판에 있는 사람을 때로는 위로하고 때로는 공감하는 인터뷰 방식이 인상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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